편집국
【에코저널=서울】사촌리 끝자락에 하얀 감자 꽃이 핀 감자밭을 만난다.
하얀 감자꽃.
충북 충주 출신 항일시인 권태응(權泰應, 1918∼1951)은 ‘감자꽃’이란 시에서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라고 노래했다.
우리 어려서는 감자 꽃이 피면은 감자 씨알이 작아진다고 꽃대가 나오기가 무섭게 집어냈는데, 지금은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 감자 꽃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정남진 종려나무거리 조성기념탑.
사촌리 다음으로 발길이 닿은 곳은 안양면 수문리다. 수문리는 1747년까지 수문포라 표기되던 마을로 속칭 ‘숨포’라 했다. 수문포는 장흥의 관문이며, 왜구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 곳으로 추측된다. 여닫이 해안 소공원에는 ‘정남진종려거리조성기념탑’이 우뚝하다. 장흥의 중심을 지나는 국도 18호선의 가로변인 안양면 수양리에서 보성군과의 경계인 수문리 용곡마을까지 종려나무 1500여 그루를 심고 2004년 12월에 이 탑을 세웠다. 기념탑 한 면에는 한승원의 시 ‘종려나무길 따라 오신 당신께’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종려(棕櫚)나무는 야자과(科)에 속하는 3-7m의 상록 교목으로 시나이반도의 오아시스에서 주로 발견된다. 성경에 언급된 종려나무는 ‘대추야자’를 말한다. 나무는 건축용으로 사용되며, 열매는 식용이 가능하다. 종려나무 가지는 곧고 수려하게 뻗은 아름다운 외형 때문에 영광과 아름다움, 기쁨과 승리 등을 상징해 개선하는 전쟁 영웅들을 환영하는 행사에 많이 사용됐고, 또 귀인들을 뜻하기도 했다.
수문리해수욕장.
수문리(水門里)에 있는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1km, 너비는 300m다. 수온이 따뜻하고, 경사가 완만해 피서지로 적합하다. 백사장 뒤편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일림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담수가 있어 담수욕도 즐길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음성나환자들을 태우고 소록도로 가기 위해 정기여객선을 기다리다 더위에 지친 일본 관헌과 나환자들이 이곳에서 목욕했더니 나병이 완치돼 해수욕장으로 개장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안양면 수문리 키조개탑.
수문항 어귀에는 큰 키조개가 서 있다. 이곳은 매년 장흥 키조개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키조개는 모양이 ‘알곡을 고르는 키’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과 충남 천수만, 경남 진해만 등에서 자연산이 잡히고 있다. 하지만 2004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키조개양식어장이 수문 앞바다에 허가가 났다. 한승원은 그의 소설 키조개에서 “키조개는 장흥의 특산품이며, 이 고장의 정신적 원형”이라고 표현했다. ‘키조개상설전시판매장’도 보인다.
장흥에서 보성으로 넘어가는 고개.
수문리를 지나면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다. 보성군(寶城郡)은 전라남도의 남단 중앙부에 있는 군이다. 동쪽은 망일봉(652m)·백이산(582m)·제석산(560m)을 경계로 순천시와, 북서면은 까치봉(572m)·말봉산(589m)·장재봉(550m) 등을 경계로 화순군과, 서쪽은 벽옥산(479m)·금성산(398m) 등을 경계로 장흥군과, 남쪽은 병풍산(479m)·봉두산(426m)·비조암(456m)을 경계로 고흥군과 접한다. 득량만과 순천만이 남쪽에 연해 있다. 군 소재지인 보성읍을 비롯하여 2개 읍 10개 면을 관할한다.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해안.
회천면(會泉面)은 보성군의 서남부에 있는 면이다. 북동쪽으로 득량면, 남서쪽으로 일림산을 경계로 장흥군 안양면, 북서쪽으로 활성산을 경계로 보성읍·웅치면에 접하며 남쪽으로 보성만에 면한다. 바다와 연한 남동쪽을 제외하고는 일림산(668m) 등 산지로 둘러싸여 있다. 남동쪽은 남해의 득량만에 면해있다. 회천천과 화죽천이 각각 동부와 서부를 남류해 득량만으로 흘러들며, 이들 유역에는 비교적 낮은 해안평야를 형성한다.
보성군 회천면 군학마을.
국도 18호 남부관광로를 따라 회천면 전일리 고개를 넘으면 모래가 고운 전일리 군학마을 해안이 넓게 펼쳐진다. 군학(群鶴)마을 입구에는 수령(樹齡) 520년 이상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이 나무는 높이가 16m, 둘레 6.2m로 표시돼 있다.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주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눈에 띠는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금신전선 상유십이.
바로 충무공 이순신의 그 유명한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장계(狀啓)에 나온 어록이다. 이 장계를 작성해 올린 곳이 보성읍에 있는 열선루다. 군학마을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돼 군사와 군량 등을 모으고 첫 출정을 나간 곳으로, 군영지 석축 일부와 우물, 활 사장 등의 역사유물이 현존하고 있다.
충무공은 장계를 올린 사흘 뒤인 8월 18일, 이곳 군영구미(軍營仇未, 군학마을의 옛 이름)에서 바다로 나가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