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오전을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식당에서 가까운 천관산 입구 장천재로 향한다.
호남제일 지제영산 표지석.
천관산 입구.
‘호남제일지제영산(湖南第一支提靈山)’인 천관산(天冠山, 723m)은 남원의 지리산, 부안의 내변산, 정읍의 내장산, 영암의 월출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정상의 억새가 일품이고 다도해는 물론 멀리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 지제산은 천관산의 옛 이름으로, 화엄경에는 지제산에 천관보살이 산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장천재.
전라남도 유형문화재(제72호 1978. 9)로 지정된 장천재(長川齋)는 본래 장천암(長川庵)이라는 사찰이었으나, 장흥위씨 묘각을 짓고 승려로 하여금 지키게 한 것이 유래가 되어 장흥위씨(長興魏氏) 제각(祭閣)으로 됐다고 한다. 호남 실학을 창제한 존재 위백규(存齋 魏伯珪 1727∼1798)는 이곳에서 수학하고 후진을 양성했다. 위백규가 명명한 ‘장천팔경(長川八景)’이 있는 수려한 경관과 함께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천관사 대웅전.
천관사 극락보전과 석등.
기왕에 내친김에 관산읍 능안리에 있는 천관사로 이동한다. 천관사(天冠寺)는 송광사의 말사로, 신라의 승려 통령이 창건한 사찰이다. 예전에는 화엄사라 불리며 89개의 암자를 거느렸으나, 그 후 폐찰된 것을 1963년 극락보전과 요사채와 종각 등을 짓고 천관사라고 불렀다. 주위에 흩어져 있던 3층 석탑(보물 795)과 석등(전남유형문화재 134), 5층 석탑(전남유형문화재 135) 등 유물을 모아 옛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웅보전을 다시 세우고, 사찰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불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천관사에서 본 천관산 원경.천관사에서 바라보는 천관산(天冠山, 723m)은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펼쳐져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기암괴석과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인해 도립공원으로 지정(1998년 10월 13일)됐다. 온 산이 바위로 뒤덮여 있다. 아기바위·사자바위·부처바위·천주봉·관음봉·선재봉·돛대봉·갈대봉·독성암 등 수많은 기암괴석과 기봉이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자(天子)가 쓰는 면류관 같다 하여 ‘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산읍 죽청리 해안.
관산읍 죽청리 축사.
다시 발걸음은 관산읍 죽청리로 이동한다. 죽청리(竹靑里)는 죽순이 많아서 대파리라 불렸고, 1934년 행정구역 개편 때 관산읍 죽청리로 개명해 오늘에 이른다. 자연마을로는 신월 등이 있다. 신월은 1920년경 간척사업으로 많은 농토가 조성된 마을로, 새롭고 살기 좋은 곳에 달이 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흥에는 한우가 유명한데, 이곳에는 소를 키우는 축사가 어느 지역 웬만한 공장 보다 규모가 큰 축사들이 즐비하다.
용산면 상발리전망대.
죽청리를 지나면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가 나온다. 용산면(蓉山面)은 연대봉(燃台峰, 397m)·억불산(億佛山, 518m)·광춘산(廣春山, 384m)·부용산(芙溶山, 609m)에 의해 분지를 형성한다. 용산면의 중앙을 가로질러 득량만으로 흘러드는 여의천(如意川) 주위에 소규모의 곡저평야(谷底平野)와 해안평야가 발달해 있다. 쌀·보리의 주곡생산 외에 특용작물인 참깨·들깨 등의 재배가 이뤄진다. 바다와 면해 있기 때문에 수산업도 발달돼 있는데, 특히 남포마을에는 굴 생산이 활발하다.
용산면 상발리 마을.
상발리(上鉢里)는 구릉성 평지의 해안지역으로, 작은 하천이 흘러 논농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1940년 남면이 용산면으로 개명되면서 남포리를 분리시켜 상발리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일설에는 발산(鉢山) 위쪽의 바깥이 되므로 상발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을 앞의 자라섬은 옛날 삼신할머니가 치마에 흙을 담아 노두를 놓고 고흥으로 건너가려다 치마에 구멍이 뚫려 흙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라섬이 됐다는 구전이 있다. 자연마을로는 외발산, 개미테, 남포, 배낭골, 생끼미마을 등이 있다.
농어두마을 버스정류장.
상발리 다음에는 용산면 풍길리다. 풍길리(豊吉里)는 동남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지역으로, 마을 북쪽에 남상천이 흐른다. 과거에는 만이었으나 바다를 막아 간척지가 됐다. 그래서 풍수지리에서 ‘산물이 풍부하고 좋은 땅’이라는 뜻의 ‘풍산길지(豊産吉地)’에서 따온 이름인가? 마을이름도 ‘새로운 풍요’를 나타내는 신풍(新豊)마을이 있고, ‘말 바위’가 있어 두암(斗岩)마을이며, ‘농어가 많이 잡히던 농어대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여 농어두 마을인가? 마을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풍요로워진다.
보리밭과 축사.
연기에 휩싸인 보리밭.
풍길마을 앞 너른 들에서는 지금 바쁘게 수확해야할 보리밭에 수확 대신 불길이 연기로 구름처럼 하늘을 가린다. 너른 들녘에 보리와 밀 등이 싱싱하게 자라 풍요로워 보였는데, 알곡 수확을 위한 농사였는지? 아니면 가축들의 사료용으로 제배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도 아프지만, 직접 불을 질러 태워야 할 수밖에 없는 농부의 마음은 어떠할까?
엉겅퀴.
그래도 길옆에는 우리 토종 엉겅퀴가 늦은 오후 햇살에 기를 돋운다. 엉겅퀴는 피를 엉퀴게 해서 엉겅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토종 엉겅퀴 종자에는 간질환 치료에 효능을 보이는 실리마린이란 물질이 들어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한다. 우리 고유의 민속이 외국의 뿌리 없는 풍습에 밀리듯 우리 산야에 그렇게 많던 엉겅퀴도 요즘은 외래종에 밀려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도 한라산 초원에 야생하는 엉겅퀴는 임신한 암컷 노루가 즐겨 먹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