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땅끝마을이 있는 송호리는 바닷가에 연접해 있다. 마을 주변에 소나무가 울창하고, 마을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고 해서 ‘송호(松湖)’라고 칭했다.
땅끝마을.
송호리는 본래 영암군 송지종면(松旨終面) 지역이었는데, 1906년(광무 10) 해남군으로 편입됐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중리, 신풍리, 송종리, 내동리, 갈두리를 병합해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로 개설됐다. 송호리는 고려시대 때 특수 지역의 하나인 송정부곡(松井部曲)이었다. ‘부곡(部曲)’은 신라 때부터 고려 말까지 있었던 특수한 말단 지방 행정구획(行政區劃)이다.
송호리 숲길.
발길은 땅끝전망대에서 북으로 달마산을 바라보며 행진한다. 산자락 곳곳에는 수종개량(樹種改良)을 위한 벌목이 많이 이뤄졌고, 황칠나무 묘목이 뿌리를 잡고 하늘을 향한다.
어린 황칠나무.
황칠(黃漆) 나무는 옛날부터 옻나무와 함께 귀하게 취급됐던 황금색을 내는 우리의 전통 도료다. 다른 천연 도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품질이 우수하다. 건조나 부착성이 뛰어나 목재나 금속, 유리 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진정·안정의 약재효과가 있다.
황칠나무는 아열대성 식물로 그 분포지역은 제주도·완도·보길도 등 주로 남부지방 해안이나 섬 지방에서만 자생한다. 황금빛 찬란한 천연 도료로 고품격의 화장도료로 적격이고, 금속공예 중 은(銀) 공예품에 칠하면 찬란한 황금색으로 되기 때문에 가치를 한층 높일 수도 있다. 물에는 희석되지 않아서 옛날 사람들은 물에 넣어 황칠을 보관했었다. 한때는 조정의 공출이 심해 백성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황칠나무를 뿌리째 뽑아 없애기도 했다.
태양광발전시설.
어느 밭 가운데에는 태양광발전소가 자리한다. 태양광발전은 전지판(電池板)을 햇빛이 잘 들어오는 넓은 땅 위에 설치해 태양광으로 발전해 전기를 산업용이나 가정용으로 이용한다. 태양에너지는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는 무공해 에너지고, 전기와 열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다. 이웃에 있는 축사나 농장의 생산성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주변 생태계 단절 여부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매화.
새벽부터 봄바람인지 겨울바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새 찬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데,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매화(梅花)는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언 땅 위에서도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발산한다.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정원에 흔히 심어졌다. 시·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불로상록(不老常綠)의 소나무·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며, 난(蘭)·국(菊)·죽(竹)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고도 한다.
홍매.
매화나무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동지 전에 피는 것을 ‘조매(早梅)’라고 하며, 봄이 오기 전 눈이 내릴 때 피는 것을 ‘설중매(雪中梅)’라고 한다. 그 가지가 구부러지고, 푸른 이끼가 끼어 비늘 같은 껍질이 생겨 파리하게 보이는 것을 ‘고매(古梅)’라고 해 귀중하게 여긴다. 강변에서 자라는 매화는 ‘강매(江梅)’라고 한다. 매화와 대나무를 ‘이아(二雅)’로, 매화와 대나무와 솔을 삼청(三淸)으로, 매화·대나무·난초·국화·연꽃을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한다.
땅끝 앞바다.“누가 일러/땅끝 마을이라 했던가/끝의 끝은 다시/시작인 것을…/내 오늘 땅끝 벼랑에 서서/먼 수평선을 바라보노니/천지의 시작이 여기 있구나/삶의 덧없음을/한탄치 말진저/낳고 죽음이 또한 이 같지 않던가/내 죽으면/한 그루 푸른 소나무로 다시 태어나/땅끝 벼랑을 홀로 지키는/파수꾼이 되리라”
시인 오세영(1942∼)의 ‘땅끝 마을에 서서’를 음미하며 “땅끝 벼랑을 홀로 지키는 파수꾼이 되리라”고 다짐도 해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