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칸쿤】참 운이 없는 날이었다.
멕시코 현지시간 1월 30일 오전 7시 20분(한국시간 1월 30일 오후 9시 20분), 칸쿤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 지역에 위치한 리조트 입구에서 약속한 미니밴을 타고 일정을 시작했다.
먹고, 놀기에 부족함이 없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리조트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마야 문명’ 유적 탐방이다.
‘다국적 관광팀’을 태우고 치첸잇자를 방문하는 대형버스.
미니밴은 인근 리조트를 돌며 세 팀을 더 태운 뒤 70인승 대형버스가 주차된 곳에 내려 줬다. 버스는 8시 30분께 60명 정도의 ‘다국적 관광팀’을 태우고, 목적지인 ‘치첸잇자(Chichen Itza)’로 출발했다.
전날 아침식사를 했던 뷔페식당이 미팅장소인 리조트 메인게이트에서 가까웠는데, 오전 7시에 문을 연다. 미팅시간과 불과 20분 정도 차이라 서둘러 스프만 먹으려고 찾았다. 전날 두 종류의 스프가 있었는데, 이날은 좋아하지 않는 오트밀과 코코아가 스프통에 들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마신 코코아가 스프통에 담겨 있는 건 정말 처음 봤다.
‘다국적 관광팀’을 태운 70인승 대형버스 내부.
버스 탑승객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캐나다와 미국, 유럽 관광객과 유일한 아시아 국가 대표인 우리 부부가 포함된다.
우측이 멕시코 가이드 ‘카를로스’. 옆 사람은 보조가이드.
멕시코 가이드 카를로스(Carlos, 35)는 영어 80%, 스페인어 20%를 섞어서 말했다. 그나마 영어 발음도 정확하게 구사하지 않아 거의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쉬지 않고 말하는 카를로스가 유머가 있는 지 승객들이 수시로 크게 웃었지만, 우리 부부만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신세였다.
사실 한국어 설명을 듣기 위해 칸쿤 현지 한국인 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계획했었다. 그런데, 카카오톡 문의에 대한 여행사의 답장이 늦어져 결국 리조트측에 예약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작은 누님이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에서 제대로 쉬고, 즐기라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 녀석과 며칠을 협업해 마련해 준 리조트를 나온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목적지인 치첸잇자까지 3시간 가까이 버스가 달리는 내내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계속 듣는 건 고역이다. 캐나다 쾌백에서 온 옆 좌석의 부부가 불어로 크게 대화하는 것도 싫었다. 결국 ‘마야 문명’에 대해 현지에서 느끼고 배우려던 기대는 서서히 무너졌다.
칸쿤은 중앙아메리카에서 대서양을 향해 동북쪽으로 돌출한 유카탄 반도(Península de Yucatán)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마야문명에 대한 고증을 많이 반영해 2007년 개봉한 영화 ‘아포칼립토(Apocalypto)’는 내게 큰 충격이었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人身供養)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쿠클칸의 피라미드인 ‘엘 카스티요’.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해 아포칼립토 영화에서 봤던 거대 피라미드의 석조 건축물을 마주하게 된 순간, 온몸에 전율이 왔다.
마야의 신전 유적.
치첸잇자는 900~1000년 유카탄 지역을 지배한 마야와 툴텍 문명의 합동 유적지라고 하는데, 유적지 중심에 있는 쿠클칸(Kukulkan)의 피라미드인 ‘엘 카스티요(El Castillo)’를 비롯해 마야의 건축물들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천연 동굴 우물인 ‘세노테’.
치첸잇자에는 천연 동굴 우물인 ‘세노테(Cenote)’가 많다. 석회암반에 흐르는 지하수가 붕괴해서 만들어진 자연적 구덩이 또는 싱크홀이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유적지를 둘러보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수시로 생수와 음료수를 마셨다. 자연스럽게 화장실도 수시로 찾아야 했다.
세노테에서 수영하는 관광객들.치첸잇자 방문 뒤 찾은 세노테의 동굴 수영은 더위를 단숨에 날려줬다.
마야 유적자 탐방을 마친 뒤 버스는 60명의 일행을 50분 동안 차례로 각자가 묵는 리조트에 내려줬다. 우리 부부는 밤 10시 가까운 시간에 맨 마지막으로 숙소 앞에 내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