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 요트에선 “꿈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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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 요트에선 “꿈이 현실이 된다” 멕시칸 ‘열정’ 가득한 ‘이슬라 무헤레스’ 섬 향해  
  • 기사등록 2025-02-02 02:18:17
  • 기사수정 2025-03-07 22: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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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칸쿤】몸매와 미모 모두 훌륭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20대 백인 여성이 미소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꿈이 아닌 현실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이끌었고, 나는 그녀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

 

‘이슬라 무헤레스’로 향하는 대형요트 ‘씨 패션’ 호 승객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기고 있다.멕시코 칸쿤 리조트에서 만난 영국 런던 거주 우즈베키스탄 출신 아투로(Arturo, 35)가 추천한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로 향하는 대형요트 ‘씨 패션(Sea Passion)’이 카리브해 위를 항해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요트 중앙으로 나를 이끌고 가서 함께 춤을 췄다. 데낄라와 칵테일을 마셔 취기가 있던 나는 비몽사몽 장단을 맞췄고, 주변에서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이번 여행을 주선해 준 작은누나와 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대형요트 ‘씨 패션’ 호.

요트 이름에 들어 있는 패션(passion)이 뜻하는 ‘열정’, ‘흥미’,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항해였다. 난 잠시 “30년만 젊었더라면, 아니 20년, 10년이라도 젊었으면 좋겠다”라는 상상을 해봤고, 금방 포기했다. 또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음에는 혼자서 꼭 다시 오겠다”는 나쁜 다짐도 했다.

 

멕시칸(Mexican) 중 토착민 후예와 스페인계 혼열의 얼굴 생김새는 완연하게 구분된다. 혼열은 미녀·미남 배우 못지않은 외모가 많다.


칸쿤 마리나 트로피컬에서 ‘씨 패션’ 호로 향하는 승객들.

‘씨 패션’ 호 선원들이 칵테일 등을 만들어 승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씨 패션’ 호 선원이 승객 입에 페트병에 담긴 칵테일을 쏴주고 있다.‘씨 패션’ 호에는 출발하자마자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직원들은 승객들에게 데낄라, 위스키, 맥주, 칵테일 등을 나눠주기 바쁘다. 선원이 승객들을 찾아가 커다란 페트병에 담긴 칵테일을 담아 입을 향해 쏴주기도 한다. 

 

요트 직원 중 한 명이 DJ를 맡아 흥을 돋우면 승객들이 요트 중앙에 나와 신나게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파도에 크게 흔들리는 요트에서 술잔을 들고, 춤추는 승객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파티를 연상시키는 승객들의 춤사위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마리나에서 섬까지 이동하는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칸쿤 리비에라 마야에 위치한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올 인클루시브 스위트 앤 스파 리조트’ 메인게이트.

멕시코 현지시간 1월 31일 오전 7시 20분(한국시간 1월 31일 오후 9시 20분),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 지역에 위치한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호텔 앤 리조트(Grand Sunset Princess Hotel and Resort) 메인게이트에서 약속한 미니밴을 타고 ‘이슬라 무헤레스’ 일정을 시작했다.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리조트 혜택을 이틀째 포기한 셈이다.

 

15인승 미니밴.

정원 15인승 미니밴에는 6개팀(2명 5팀, 3명 1팀) 13명이 탑승했다. 4곳의 리조트를 돌며 예약자들을 태운 미니밴은 1시간 가량 달려 칸쿤 요트 선착장인 마리나 트로피컬에 도착했다.

 

요트 승객들이 승선 수속 카운터에 차례로 접수하고 있다.

칸쿤 마리나 트로피컬(Marina Tropical)에서 70∼80명 가량의 많은 승객을 태운 대형요트 ‘씨 패션’ 호의 승객 60%∼70% 가량은 멕시코인이다. 나머지 30%∼40%가 외국인인데, 절반은 남미 등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온 것 같다. 

 

멕시코인 마리오(Mario, 맨 좌측)와 그의 가족들.

해변 카페 한 귀퉁이에 마련된 승선 수속 카운터는 매우 어수선했다. 20분∼30분 가량 기다리면서 70대 후반 또는 80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는 멕시코 남자에게 의자를 양보했다. 알고 보니 마리오(Mario)라는 그 남자는 68세에 불과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 부부, 손자 두 명을 우리에게 인사시켰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멕시코대학(The College of Mexico) 4학년생 카린(Karin, 24)은 일행 없이 혼자 왔다. 

 

나옐리(맨 우측)와 부모.

부모님과 함께 섬을 찾는 나옐리(Nayeli, 24)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배우 차은우를 정말 좋아한다”며 “잘생긴 한국 사람이 청혼하면 결혼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앞줄 가운데 핑크색 비키니를 입고 등을 보이면서 춤추는 여자가 카린.

점잖아 보였던 마리오와 평범한 20대 여성인 카린, 나옐리. 이들 멕시코인 모두 요트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반전을 보였다. 다소곳한 인상을 보였던 카린도 비키니 복장을 하고, 요트 분위기에 맞춰 열정적으로 변신했다. 

 

‘이슬라 무헤레스’ 해변.섬에 도착해 식사를 마친 뒤 대부분의 승객들은 해변에서 수영하거나, 일광욕을 즐겼다. 프라이빗 비치가 있는 리조트에 묵고 있던 우리 부부는 골프카트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이슬라 무헤레스에 도착한 ‘씨 패션’ 호 승객들에게는 팔찌를 채워준다. 점심뷔페 식사를 할 수 있는 표시다.

이슬라 무헤레스는 ‘이슬라(Isla 섬)’와 ‘무헤레스(Mujeres, 여인)’를 합한 것으로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인의 섬’이라는 의미다.

 

이슬라 무헤레스 곳곳을 돌아다니는 골프카트.

섬 중간중간 바다가 보이는 카페마다 골프카트가 여러 대 주차돼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골프카트를 타고 섬 곳곳을 구경한다. 카페에 들러 커피와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섬 중앙에 있는 상점들을 순회하면서 쇼핑에 열중하는 관광객도 있다. 

 

작년에 ‘이슬라 무헤레스’를 다녀간 한국 사람이 골프카트 대여 비용을 1시간 450페소(3만1700원), 2시간 750페소(5만2900원)라고 전했는데, 알아 본 모든 업체가 1시간 500페소(3만5260원), 2시간 1천페소(7만500원)로 담합했다. 결국 한 업체와 900페소(6만3500원)에 두 시간 빌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2∼3시간 동안 걸어서 섬을 돌아다니기는 어려웠다. 

 

이슬라 무헤레스 일정을 마치고, 요트에 탑승하려는 승객들.

오후 4시 정각, 칸쿤으로 돌아오는 요트에 오르자마자 다시 파티가 시작됐다. 스피커에선 큰 소리의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고, 술을 나눠주는 선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씨 패션’ 호 선원이 승객 입에 페트병에 담긴 칵테일을 쏴주고 있다.

엉덩이에 낀 동전을 플라스틱컵에 정확하게 넣은 승객.

사회자가 남자승객들을 대상으로 게임도 진행했다. 엉덩이에 동전을 끼운 뒤 플라스틱컵에 정확하게 떨어뜨려 넣으면 위스키 한 병을 준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동작을 볼 때마다 승객들의 폭소가 이어졌다.

 

이번엔 사회자가 승객들에게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는데, 멕시코 사람들이 많았다. 유일한 동양인인 내게도 물었는데, “코리아”라고 답하자, “꼬레아!, 오마이갓~”하더니 요트 중앙으로 나오라고 했다.

 

‘씨 패션’ 호에서 ‘말춤’ 대신 ‘막춤’을 추고 있는 기자. 

승객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남스타일∼!!’을 외쳤고, 곧바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싸이의 ‘말춤’을 춰 본 적이 없는 터라 정신이 혼미했지만, 그냥 자리로 돌아올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데낄라의 힘을 빌려 ‘막춤’을 췄는데, 여기저기서 환호가 들렸다. 자리로 돌아오는데, 모든 승객이 나를 향해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거나, 박수를 보내며 크게 웃어 보였다. 

 

‘씨 패션’ 호에서 춤을 구경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승객들.수줍음 많은 동양인에게 요트를 이용한 이슬라 무헤레스 일정이 큰 부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멕시칸(Mexican)들의 열정 가득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슬라 무헤레스 다운타운.

‘씨 패션’ 요트에서 열정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미니밴에서 깜빡 졸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친다. 시종 가만히 앉아있던 인도계의 70대 남자가 “정말 환상적인 춤이었다”며 내게 엄지척을 건넨 뒤 미니밴에서 내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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