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국도 제1호선과 제3호선의 기종점이 되는 목포(木浦)는 역시 항구(港口)다.
목포항과 유달산.
유달산(儒達山, 228m) 노적봉 아래에서 단잠을 자고 홍도로 가기 위해 목포항 여객선터미널에 당도하자 서해와 남해의 각 섬으로 뻗어 나가려는 여객선들이 어장으로 나가는 어선보다 더 분주하다. 뱃고동 울리면 우리님 훌쩍 떠날까 봐 마음조이던 선창의 이별은 보이지 않아도 망망대해를 가르며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은 설레기만 하다.
비금도.
목포항을 출발한 배는 압해도와 비금도 도초도 사이를 비집고 나간다. 도초항에 들렸다가 다시 떠나면 바람막이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다. 상당 시간 배를 타면 누구나 배멀미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법인데, 지금 바다의 호흡은 아주 고르다.
파도는 바다가 호흡하는 상태에 따라 다르다. 고르게 호흡하면 파도가 잔잔하고, 심호흡이라도 하면 파도는 거칠어진다. 사람도 살아 있는 한, 숨을 쉬듯이 바다도 파도가 일렁이지 않으면 죽은 바다일 것이다.
홍도항.
홍도는 목포항에서 서남쪽 115㎞, 흑산도 서쪽 22㎞ 지점에 있는 섬으로 서쪽의 노을 때문에 섬이 붉게 보인다고 해서 ‘홍도(紅島)’라고 부른다. 섬의 면적은 6.47㎢이고, 해안선길이 36.8㎞다. 행정구역은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에 속한다. 1구 대밭밑(죽항)마을과 2구 석기미(석금) 마을이 있다. 1구에는 해수욕장과 동백군락지가 있고, 2구에는 등대와 자연림이 있다. 홍도는 섬 전체가 사암(砂岩)과 규암(硅岩)의 수직절리(垂直節理)로 이뤄져 천연기념물(제170호)이 됐다. 다도해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신비의 섬으로, 국내 최고의 해상 관광명소다.
홍도지도.
옛날 돛단배를 이용해 중국과 교역할 때 중간 기항지로써 이 섬에 정박해 북서풍을 피하고 동남풍을 기다렸다고 해서 ‘대풍도(待風島)’라고 불렀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등에서는 홍의도(紅衣島)로, ‘숙종실록(肅宗實錄)’에는 홍어도(紅魚島)로 표기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바다에 뜬 매화꽃처럼 아름다운 섬이라고 하여 ‘매가도(梅嘉島)’라고 부르다가, 해방 이후 ‘홍도’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고 전한다.
홍도1구 마을.
2시간 30여분 만에 홍도에 도착해 미리 예약한 숙소에 들려 여장을 다시 꾸려 우선 마을 구경부터 한다. 마을은 섬의 구릉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홍도분교.
가장 넓은 곳은 흑산초등하교 홍도분교(分校)다. 오토바이가 교행할 정도로 좁은 골목이지만, 전동차가 바쁘게 돌아다닌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숨 쉬는 소리가 뒤섞여 어우러지는 사람 냄새가 풍기는 세상이다.
홍도 몽돌해변.
홍도는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는 섬으로, 홍도분교를 중심으로 잘록한 허리모양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홍도를 찾아오는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홍도분교 너머 서쪽으로는 넓은 바다가 펼쳐진 해변으로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홍도담수화시설.
좁은 골목으로 숙박업소와 식당과 가게들이 많고, 다도해국립공원 홍도분소가 있다. 마을 언덕 위로는 우체국이 있다. 천주교 홍도공소의 성모 마리아상은 이곳 주민은 물론 홍도를 찾는 모든 이에게 예수님의 사랑으로 평온하기를 기원한다.
흑산도 원경.
홍도는 바위섬이기 때문에 물이 귀할 것 같다. 오후에는 유람선을 타고 내항을 빠져나가는 데, 깃대봉 자락으로 해수담수화시설이 보인다. 그 위로는 홍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내연발전소도 있다.
홍도는 1995년에 지하 800m 암반수를 개발해 식수로 사용하다가 1998년에 해수담수화에 성공해 생활용수를 해결했다고 한다. 각 가정에는 지금도 집안에 큰 저장탱크를 만들어 빗물을 받아 사용할 정도로 물을 귀하게 여기는 곳이다.
유람선은 홍도항 방파제를 빠져나와 동남쪽으로 향한다. 멀리 흑산도가 보이고, 뱃머리를 남쪽으로 잠깐 틀면 양산봉이 동쪽으로 뻗은 자락 끝에 남문바위가 보인다.
홍도 남문바위와 촛대바위.
제1경인 ‘남문바위’는 홍도의 남쪽에 위치한 바위섬이다. 구멍이 뚫려 있어 소형 선박이 왕래할 수 있는 석문이다. 배들이 이 문을 통과하면 행운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 서 있는 촛대바위가 밤마다 촛불을 밝혀 이 문을 통과하는 배들의 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
홍도 실금리 동굴.
남문바위를 돌아 안으로 만입(灣入)돼 있는 곳에는 홍도 제2경인 ‘실금리 동굴’이 있다. 이 굴속에서 가야금을 타면 아름다운 소리로 울려 퍼지는 신비한 석굴로 눈을 감고 묵상하면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리는 것만 같다.
홍도 10경 배치도.
이 외에도 10경에는 3경 석화굴, 4경 탑섬, 5경 만물상, 6경 슬픈 여(礖), 7경 부부 탑, 8경 독립문바위, 9경 거북바위, 10경 공작새바위가 있다. 안내자는 열띤 설명을 지속하지만, 홍도 10경은 뱃길 가는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미리 충분한 예습을 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렵다. 내 눈에는 보이는 것마다 모두 절경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