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귀순 기자
【에코저널=서울】시민사회 연대체인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정부간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내 유해 화학물질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협상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플뿌리연대 참여단체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지난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자체 진행한 약 150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 시민 및 3명의 환경 인플루언서(최강희, 줄리안 퀸타르트, 하림)의 바이오모니터링(인체 시료 연구)을 통해 플라스틱 내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바이오모니터링센터 최인자 팀장은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의도치 않게 노출되는 화학물질 중 유해성이 알려진 환경호르몬은 암, 발달과 생식독성, 성조숙증, 비만 및 당뇨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연구에 참여한 모든 시민들의 소변과 혈액에서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와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연구결과, 어린이제품의 규제대상물질 중 하나인 DEHP(Bis-2Ethylhexyl) phthalate, 비스(2-에틸헥실)프탈레이트)의 경우엔 어린이 소변 중 대사체 농도는 50.7 ug/g creatinine 으로 미국 어린이의 농도, 32.1 ug/g creatinine보다 1.6배 더 높았다.
또한 과불화화합물 중 PFOA(Perfluorooctanoic Acid, 과불화옥탄산)의 성인과 어린이의 혈액 중 PFOA 농도는 각각 7.26, 4.52 ug/L로 미국일반인 농도 1.45ug/L, 유럽연합 청소년 농도 0.94ug/L와 비교하여 5배 정도 높았다.
이번 시민의 바이오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유해 화학물질의 노출수준이 미국, 유럽 등 해외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것임을 강조하며, 유해물질의 주요한 노출원인 플라스틱의 강력한 규제와 생산 감축을 증거를 제시했다.
이어 연구에 참여한 환경 인플루언서 3인이 각자의 바이오모니터링 참여 동기와 개인별 연구결과를 보고 깨달은 점과 평소의 생활 습관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다짐 등을 전한 영상이 상영됐다.
플뿌리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마지막 협상인 INC-5의 개최국으로서 한국 정부의 참여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격한 유해물질 관리 방안을 포함하고, 유해물질의 유해성 기반 분류 및 화학물질군 단위 관리, 플라스틱 생산 감축 강력 지지, 플라스틱 산업의 재편과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내 대표적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 과불화화합물, 유기인계난연제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호복을 입고 생활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질병들인 당뇨, 성조숙증, ADHD, 유방암, 불임 등을 환자복을 입은 시민들에게 붙이는 모습으로 진행됐다. 이는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플라스틱 유해물질에의 노출 위험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법적 구속력있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애 전 주기를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게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전 세계 175개국이 첨예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5차이자 마지막 회의가 우리나라의 부산에서 오는 11월에 25일에 개최된다. 이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의제인 플라스틱 생산감축과 더불어 많은 논쟁이 예상되는 주제는 플라스틱 내 유해물질(Chemicals of Concern)으로, INC-4와 INC-5 사이의 회기간 작업 에서 정부 대표단과 전문가 그룹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 바 있다.
우리 정부는 11월 환경부장관이 재활용보다는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시민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나, 플라스틱 내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회피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국제적 환경 협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료 추출부터 생산, 사용, 폐기 단계까지 플라스틱의 생애 전 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제5차 정부간협상 위원회는 협약문 성안을 목적으로 열리는 만큼, 각국 정부대표단과 유엔환경계획과 관련 국제기구, 정책결정자, 학계 및 전문가, 시민사회와 공익 활동가 등 역대 위원회 중 가장 많은 약 3천여명의 참석이 예측된다. 다음 주인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부산으로 집중된다.
‘플뿌리연대’는 국내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서울환경연합,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자원순환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BFFP, GAIA, RELOOP 등 총 16개 단체가 함께 모여 INC 참석, 포럼 개최, 시민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