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서울】지난 12일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공사)가 부적절한 내용과 성차별적인 발언이 속출한 직원대상 인문학 특강을 열어 논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이 반발한 직원들의 제보를 받고 공사에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했다.
공사 측은 전 임직원에게 출석부를 쓰게 하고, 불참할 경우 사유서를 내라며 사실상 참석을 강제했다. 문제의 강사는 조선일보 칼럼리스트이자 불교민속학 교수인 조용헌씨다.
‘인생을 바꾸는 여섯 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 도중 ‘남자 정액 총량이 정해져 있고 아껴 쓰면 몸에 양기가 차서 눈에서 빛이 난다’, ‘돈은 세컨드한테만 쓴다’는 등 성차별적이고 부절적한 언행들이 나왔다. ‘집터가 안 좋으면 죽을 수도 있다’, ‘내세와 귀신을 믿어라’ 등 비과학적인 무속 관련 발언들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장철민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 따르면 해당 특강의 목표는 “인문학을 통한 개인의 긍정적 변화 도모 및 전 임직원이 함께 소통하는 조직문화 조성”, 강연 내용은 “과거 사례를 통한 베푸는 삶”, “인생의 스승, 명상, 독서 등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였으나 취지와 전혀 다른 강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강연비는 350만원이었다.
이날 특강 종료 후 한국지역난방공사 내부 게시판에는 “인문학 강의가 아니라 스탠딩 코미디였다”, “다시는 이런 강사가 섭외되지 않도록 해달라”, “이런 걸 왜 들으라고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등 수십 개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친일논란은 저리 가라”라는 댓글도 달렸는데, 이는 조씨가 과거 칼럼에서 친일 기업인 ‘문명기’와 집안을 수 차례 칭송해 논란이 됐던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내 무속인과 관련한 칼럼을 조선일보에 썼다가 논란이 된 바도 있다.
특강을 기획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강사 섭외기관의 제안을 받고 내부 검토를 통해 강사를 섭외했으며, 강의 전 강의자료를 검토했을 때는 해당 내용이 전혀 없었다”면서 “강의를 들으며, 직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특강 후 직원들에게 특강 진행 경위와 함께 사과의 글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불출석 사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참석을 강요한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 기간이 끝나고 특강을 다시 진행했는데, 직원 참석율이 저조해 참석 독려차원에서 했던 것이지 강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장철민 의원은 “강사 섭외 과정에서 강사의 평소 주장이나 논란을 충분히 검증했어야 한다”면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공공기관의 공적 역할 수행에 맞는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국감기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