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도의국사 창건 울산 가지산 석남사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도의국사 창건 울산 가지산 석남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15)  
  • 기사등록 2024-09-01 08:37:39
  • 기사수정 2024-09-01 20:40:14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대왕암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밀려 울산의 가지산 석남사(石南寺)로 발길을 돌린다. 석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통도사의 말사로 비구니(여승) 수련도량이다. 824년(헌덕왕 16) 도의국사(道義國師)가 호국기도를 위해 창건한 절이다. 도의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禪)을 도입했다.

 

해수관음보살.

임진왜란을 겪은 뒤인 1674년(현종 13) 언양현감(彦陽縣監) 시주로, 탁령(卓靈)·자운(慈雲) 등의 선사들이 중건하고, 1803년(순조 3) 침허(枕虛)·수일(守一) 선사가 중수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됐다가 1959년에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이때부터 비구니들의 수련도량으로 그 면모를 갖췄다. 

 

석남사 일주문.

도의국사는 당나라에서 선법을 배워 갖고 와서 교종만을 숭상하던 신라 사람들에게 설파하려고 했으나, 먹히지 않아 강원도 양양의 진전사로 들어가서 40년간 수도하다 제자 염거(廉居)선사에게 남종선법을 전수하고 입적했다. 

 

교종은 신라왕실 강화를 위한 불교로 일반 백성들이 접근이 어려웠고, 선종은 누구든 스스로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스님은 기존의 교종불교가 의례화되고, 형식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선불교가 수용되는 전환기에 사상적 선구자로서 인고의 세월을 살다가 가셨다. 

 

일주문을 지나 석남사로 올라가는 길은 숲 터널을 이룬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가지산(迦智山) 심산유곡에서 울려 퍼지는 천상의 소리 같다. 

 

나무 혹.

바위틈의 생명.

숲속의 나무들도 저마다 살아가는 삶의 무게가 버거운지 등에 혹을 부치고 있으며, 바위틈에서 질곡의 세월을 보낸다. 이는 도의국사의 인고의 세월이 나타난 것인가? 

 

일제의 소나무 상흔.

곧게 자란 소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항공기 대체연료로 공출돼 송진을 채취당했던 상흔(傷痕)을 한 세기가 다 되도록 아물지 않은 채 머물러 있다. 

 

석남사 석가 사리탑.

반야교(般若橋)를 건너 석남사 침계루 밑 계단을 오르면 바로 대웅전 앞이다. 대웅전 앞에는 석가탑을 닮은 삼층대석탑이 우뚝 서 있다. 이 탑은 도의선사가 석남사를 창건할 때 호국의 염원을 빌기 위해 15층 대탑으로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손실된 것을 1973년에 삼층탑으로 복원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스리랑카에서 모셔다가 봉안해 석남사 ‘삼층 석가 사리탑’이 됐다. 삼층의 높이가 11m에 이르는데, 15층의 높이는 얼마나 됐을까? 

 

석남사 대웅전.

석가삼존불좌상이 모셔진 대웅전에서는 영조 1년(1725)임을 말해주는 ‘雍正三年己巳’(옹정삼년기사)라는 명문이 새겨진 암막새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영조(英祖) 연간에 대웅전이 중건됐다는 이야기다. 석가삼존불좌상 뒤쪽에 걸린 후불탱화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영조 12년(1736) 진경시대 절정기에 그려진 작품이다. 

 

석남사 대웅전 삼존불과 영산회상도.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한 석가모니 좌상 좌우에 가섭, 아난 제자가 서 있고, 주위로 문수, 보현, 관음, 세지 등 8대 보살이 둘러 있다. 8대 보살 아래 좌우에 사천왕이 둘씩, 그리고 나머지 8대 제자가 8대 보살 뒤쪽으로 배열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가 있다. 대웅전 측면 벽에 걸려 있는 철종(哲宗) 14년(1863) 작품 신중(神衆)탱화도 눈길을 끌며, 석가삼존불좌상을 모신 수미단의 꽃장식도 화려하다. 

 

석남사 승탑.

대웅전을 우측으로 끼고 계단을 오르면 일명 부도(浮屠)라고 하는 석남사 승탑(僧塔)이 나온다. 이 승탑은 팔각원당(八角圓堂) 형태로 도의국사의 사리탑으로 전하고 있지만, 양양의 진전사에도 도의국사 것으로 추정되는 사리탑이 있다. 1962년에 해체 보수할 때 기단 중대석 윗면 중앙에서 직사각형의 사리공이 확인됐으나, 사리는 없었다. 하대석(下臺石)의 사자와 구름무늬와 중대석(中臺石)의 안상(眼象) 속에 꽃무늬는 신라 말기 승탑 양식으로 뛰어난 작품이다. 전체 높이 3.53m며, 보물(제369호)로 지정돼 있다. 

 

석남사 청기와 전각.

다시 되돌아 승탑 언덕에서 석남사의 가람을 바라보니 좁은 공간에 전각들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대웅전을 비롯한 동쪽 전각들은 지붕이 청기와다. 

 

석남사 산신도.

석남사 독성도.

대웅전 서쪽의 청화당(淸和堂)은 스님들의 수양공간인지 출입이 금지돼 있다. 대웅전 뒤편의 산신각에는 산신(山神)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옆으로 앉아 인자한 모습으로 산하를 바라보고, 호랑이는 꼬리를 세워 기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온순한 모습으로 산신의 다리에 대고 있다. 흰 머리와 긴 눈썹이 인자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나반존자(那般尊者)의 독성도(獨聖圖)는 초월자의 모습이다. 

 

석남사 침계루.

경내를 돌아본 후 들어 왔던 침계루(枕溪樓) 밑을 통해 밖으로 나올 때 계곡의 물소리는 산사의 적막감에 취해 있던 중생들의 의식을 일깨워준다. 흐르는 물은 정이 되어 바닥의 바위들을 쪼아 자연의 진리를 새긴다. ‘만고 광명은 소멸되지 않는다(萬古光明不滅長, 만고광명불멸장)’는 침계루 앞면의 주련(柱聯) 글씨들이 왜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할까?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獅子屈中無異獸(사자굴중무이수)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는 사라졌다.

象王去處絶狐種(상왕거처절호종)

 

누가 알랴 왕사성 둥근 달이

誰知王舍一輪月(수지왕사일륜월)

 

만고 광명은 소멸하지 않는 것을

萬古光明不滅長(만고광명불멸장)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9-01 08:37:3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