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형제 우애 깃든 ‘치악산 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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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형제 우애 깃든 ‘치악산 영원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3)  
  • 기사등록 2024-07-21 08: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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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이천 영원사를 뒤로하고, 다시 원주 ‘치악산 영원사’를 향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이 영원사를 가기 위해서는 치악산국립공원금대분소를 경유해야 한다. 

 

치악산국립공원 금대분소.

원주 치악산 영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말사다. 676년(문무왕 16) 의상(義湘)이 영원산성의 수호 사찰로 창건해 ‘영원사(永遠寺)’라고 했다가 조선시대 1664년(현종 5)에 인환(仁煥)이 중건하면서 ‘영원사(鴒原+鳥寺)’로 바꾸었다. 그 뒤 폐허가 됐던 것을 1939년과 1960년, 1990년에 여러 번 중수해 오늘에 이른다. 

 

치악산 영원사 표지석.

영원사의 한자표기가 어렵다. 영(鴒)자는 자주 쓰이는 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옥편에 수록돼 있다. 원(原+鳥)자는 우리나라 옥편에 없는 글자다. 

 

마침 스님이 지나가셔서 여쭤보았더니 가슴 아픈 일화를 알려 주신다. “영원사(永遠寺)를 영원사(鴒原+鳥寺)로 바꾼 이유는 ‘영원(鴒原+鳥)’이란 글 뜻 속에 ‘형제간에 두 손을 꼭 잡고 우애를 단단히 하라’는 뜻이 있다”며, 광해군 때 영조의 계비인 인목대비의 친정아버지 김제남(金悌男, 1562∼1613)의 슬픈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할미새는 꼭 짝을 이뤄 다녀서 ‘할미새 영(鴒)자’를 썼고, 고향과 부모를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흠모 원(原+鳥)자’를 썼다는 설명이다.

 

치악산 영원사 대웅전.

김제남(金悌男)은 자는 공언(恭彦), 시호는 의민(懿愍), 본관은 연안(延安)으로 딸이 선조의 계비가 된 후 연흥부원군(延興府院君)에 책봉됐으나, 1613년(광해군 5년)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추대하려 했다는 이이첨(李爾瞻) 등의 무고로 세 아들과 함께 사사(賜死)됐다. 이때 큰아들 김래는 천석과 군석의 두 아들이 있었다. 부인 초계정씨는 “아들 둘이 모두 급사했다”며 관속에 숨겨 급히 친정인 원주로 보내 영원사에서 10년 동안 머리를 깎고 동자승으로 살았다고 한다. 

 

치악산 영원사 요사채.

영창대군은 강화도로 유배됐다가 증살(蒸殺)됐다. 인목대비(仁穆大妃)는 1618년 폐비가 되어 서궁(西宮)에 유폐됐다가 1623년 인조반정으로 복위됐다. 제주도에 위리안치됐던 친정어머니도 제자리로 돌아왔으며, 친정 조카도 살아 돌아왔다. 김제남 묘역에는 세 아들 김래, 김규, 김선이 함께 잠들어 있다. 천석은 인조반정으로 대왕대비가 된 인목대비의 부름으로 돈영부(敦寧府) 참봉(參奉)을 거쳐 홍천, 금성 등의 수령까지도 역임했다. 그러나 동생인 군석의 행방은 알 수 없으며, 천석은 사후에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묻혔다. 

 

치악산 영원사 범종각.

현존 건물로는 대웅전과 삼성각(三聖閣), 요사채가 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여래삼존불을 모신 불단과 신중탱화를 모신 신중단(神衆壇), 영가(靈駕)의 천도를 위한 영단(靈壇)이 갖춰져 있다. 삼성각 안에는 칠성·산신·독성의 탱화가 봉안돼 있다. 옛 석물(石物)이나 특별한 문화재가 없고 전통사찰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다고 한다. 

 

치악산 영원산성.

절 뒤쪽 산 위에는 4㎞에 걸쳐 영원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석성(石城)은 문무왕 때 축성했다. 892년(진성여왕 5) 후고구려의 궁예(弓裔)가 이 성을 근거지로 부근 여러 고을을 공략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지명이 확증된 바는 없다. 

 

치악산 영원산성 남문.

1291년(충렬왕 17)에 원나라의 합단적(哈丹賊)이 침입했을 때는 원충갑(元沖甲)이 항전해 적을 무찔렀던 곳이며, 임진왜란 때는 원주목사 김제갑(金悌甲)이 왜적과 싸우다가 순절한 곳이기도 하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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