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손만 뻗으면 금방 잡힐 것 같은 ‘북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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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손만 뻗으면 금방 잡힐 것 같은 ‘북녘 땅’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44)  
  • 기사등록 2024-07-13 09:24:38
  • 기사수정 2024-07-13 23: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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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건봉사에서 거진항 북쪽 응봉(鷹峰, 122m) 너머에 있는 화진포호로 이동한다. 화진포호는 동해안에 잘 발달된 대표적인 석호(潟湖)다. 수면은 꽁꽁 얼어 몇 사람이 얼음 위로 걸어도 끔쩍하지 않는다. 

 

화진포호 전경.

화진포호는 프랑크톤 등 조류(藻類)가 풍부하고, 봄이면 숭어 등 바다어류들이 산란(産卵)을 위해 모여든다. 경포호, 송지호, 영랑호, 청초호 등 18개의 석호가 있으나, 화진포호만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꽁꽁얼은 화진포호.

화진포 주변은 호수와 바다와 노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원산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이곳에 별장촌을 만들어 휴양하던 곳이었다. 화진포성 끝자락에는 한국전쟁을 일으켜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온 북한의 김일성별장이 있다. 

 

화진포성 숲속의 김일성별장.

화진포호 중앙의 섬에는 한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한국전쟁 때 야반도주한 이승만별장이 있다. 김일성별장 아래 가까운 곳에는 이승만정권 때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1960년 3·15부정선거를 자행해 4·19민주혁명을 유발시켰던 부통령 이기붕이 사용한 별장이 있다.

 

금거북모형안의 금구도.

화진포 앞바다에는 거북이 형상의 무인도 ‘금구도(金龜島)’가 있다. 섬에는 화강암으로 축조된 2중 구조의 성벽과 보호벽·방파성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금구도.

고구려 연대기에 의하면 394년(광개토대왕 3)에 화진포의 거북섬에 광개토대왕의 왕릉 축조를 시작했으며, 414년(장수왕 2) 거북섬에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통해 광개토대왕릉이 금구도에 있다는 설이 제기돼 고증이 확인되는 대로 원형복원 할 계획이다.

 

화진포해변.

화진포호 입구와 금구교.

화진포해변에는 파도가 길게 일렁이고, 화진포호 입구인 금구교 너머로는 남쪽의 향로봉에서 북쪽의 금강산으로 곧게 뻗은 능선이 북녘을 향해 지기(地氣)를 소통한다. 해안 북단에 숨어 있는 초도항과 초도해변을 지나 대진항에 당도해 도루목 매운탕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매섭게 몰아치는 한기를 달래 본다.

 

대진항.

대진항은 해파랑길 최북단에 있는 1920년에 개항한 국가어항이다. 조용한 항구의 모습과 깨끗한 백사장은 휴전선이 가로막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더 애처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한 때는 명태의 주산지로 아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문어와 대게, 도루묵이 대세라고 한다. 대진항 해상공원에서는 낚시와 통발로 도루묵 잡기에 여념이 없다.

 

대진항 해상공원.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대진해변과 마차진해변을 지나면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도로를 따라 걸어 들어간다. 전에는 교부하는 출입증을 부착한 후 차량으로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2016년부터 도보로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배봉리 봉화마을 입구.

30분 가량을 걸어 들어갔더니 고성 배봉리(培峰里) 봉화마을 입구가 나온다. 봉화를 올리던 봉화봉 아래에 위치한 배봉리는 밭농사 위주의 민통선 북방 출입영농을 하는 마을이라고 한다.

 

명파리 마을.

조금 더 들어가면 남한의 최북단 명파리 마을이 나온다. 명파리에는 500m의 고운 백사장이 펼쳐지지만 한시적으로 군부대와 협조 아래 개장한다고 한다. 규모가 작고 아담하지만 한적하고 인적이 드물어, 명파리라는 이름 그대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소박함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은어와 연어의 산란지로 해마다 10월이면 은어 잡이 낚시꾼이 많이 찾아온다. 통일전망대를 가지 않고 바로 명파리로 향한다면 신고소에서 안보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최북단 명파초등학교.

명파리에는 최북단 명파초등학교가 있다.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 있는 명파초등학교는 1959년 4월에 대진초등학교 명파분교장으로 개교했다. 학생 수가 적어 2, 4, 6학년으로 각 1학급씩 편성해 운영하며, 교훈은 ‘바르고 슬기롭고 튼튼한 어린이’라고 한다.

 

탱크저지시설.

민통선 재진검문소.

도로 요소요소에 탱크 저지시설이 설치돼 있어 전방의 접경지역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해파랑길 50구간이 2016년에 개통되면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는데, 신고절차에 문제가 있었는지 재진검문소에서 되돌아 나온다. 어차피 점심시간도 되어서 뒤로 물러나 오전을 마무리한다.

 

통일전망대.

오후에는 버스를 이용해 새로 확장 개통된 7호선 국도를 이용해 통일전망대까지 단숨에 간다.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소재한 통일전망대는 DMZ와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해발 70m의 높이에 위치해 금강산의 구산봉과 해금강이 지척에 보인다.

 

금강산 원경.

전망대에 올라 전방 10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신선대,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집선봉 등 천하절경 금강산이 지척에 있는 것처럼 잘 보인다. 

 

부처님상.

성모마리아 상.

오늘은 날씨가 매우 추운 대신 하늘은 맑고 투명한 쪽빛이다. 전망대에 비치된 모형과 대조해 보면서 금강산, 해금강, 낙타바위, GP, 남방한계선, 북방한계선 등을 눈으로 헤아려 보며 갈 수 없는 우리 땅이 여기에 있음을 실감한다. 내려오는 계단 옆에 서 있는 부처님상과 성모마리아 상이 북쪽을 바라보며 우리의 통일을 염원하는 것 같다.

 

북으로 연결된 철도와 도로, 해금강.

우리는 왜 여기에 오면 마음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손만 뻗으면 금방 잡힐 것 같은 우리 땅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설령 가더라도 제3국을 통해 가야만 한다. 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철새들이 전해주는 안부나 주고받는 처량한 신세가 우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해금강을 배경으로.<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 연재가 끝났습니다. 후속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가 이어집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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