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두 전직 대통령 글씨 남긴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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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두 전직 대통령 글씨 남긴 ‘청간정’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42)  
  • 기사등록 2024-07-06 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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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용촌천(龍村川)은 고성군 남단에 위치한다.

 

봉포항 죽도.

봉포항 활어회 센터.

용촌천을 지나면 자연산 횟감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봉포항이 나온다. 봉포항에서 천진천(天津川)을 건너면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淸澗亭)’이 나온다. 

 

청간정 원경.

청간정은 설악산 신선봉에서 발원하는 청진천과 바다가 만나는 포구 작은 바위 언덕에 세워져 있다. 동해와 어우러지는 아침 일출이 일품이라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時人墨客)이 찾았다고 한다.

 

청간정.(최규하 전 대통령 글씨)

청간정 정자의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다. 갑신정변 때 화재로 없어진 것을 지역주민들이 1930년대 재건했다. 1955년 대통령 이승만의 지시로 보수했고, 1981년 대통령 최규하의 지시로 해체 복원했다고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글씨.

두 전직 대통령이 쓴 현판이 정자 안과 밖에 지금도 걸려있다. 강원도유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1971년 12월 16일)됐다.

 

진전사 전경.

오후에는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에 있는 ‘진전사(陳田寺)’로 간다. 진전사는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효시가 됐던 도의국사가 세운 사찰이다. 설악저수지 옆으로 올라가는데 강한 바람이 길을 막아 뒤뚱거린다. 

 

진전사는 신라 헌덕왕(821년) 때 신라선종의 종조인 도의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신라 말 고려 초에 선종의 종찰이며, 당대의 선승인 염거화상, 보조국사 등이 득도한 곳이다. 삼국유사의 일연선사가 ‘체발득도(剃髮得道)’한 곳이기도 하다. 폐사지로 내려오다가 2005년 6월 복원불사를 하여 진전사로 거듭났다.

 

도의선사 부도.

진전사지 부도(보물 제 139호)는 기단부가 석탑에서와 마찬가지로 방형(方形) 이중기단(二重基壇)과 8각형의 탑신부로 구성된 9세기 중엽의 신라 선종(禪宗)의 종조(宗祖)인 도의선사(道義禪師)의 부도로 여겨진다. 부도(浮屠)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일종의 납골당이라고 할 수 있고 구조상으로 볼 때 탑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진전사지 3층 석탑.

도의선사는 당나라에서 선법을 배워 가지고 와서 교종만을 숭상하던 신라 사람들에게 설파하려 했으나, 먹히지 않아 이곳에 들어와서 40년간 수도하다 제자 염거(廉居) 선사에게 남종선법을 전수하고 입적했다. 즉 교종은 신라 왕실 강화를 위한 불교로 일반 백성들이 접근이 어려웠고, 선종은 누구든 스스로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스님은 기존의 교종불교가 의례화되고 형식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선불교가 수용되는 전환기에 사상적 선구자로서 인고의 세월을 살다가 가신 것 같다.

 

진전사지 3층 석탑. 옆면 조각이 훼손.

지전사에서 아래로 한참 내려오면 진전사지 삼층석탑이 나온다. 이 탑은 높은 지대석 위에 이중기단을 설치하고 3층 탑신을 조성한 신라 8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석탑의 하나다. 밑 기단에는 연화좌 위에 광배를 갖춘 비천상이 각 면에 2구씩 조각되어 있고, 윗 기단에는 팔부중상이 각 면에 2구씩 조각돼 있다. 1층 탑신에는 여래좌상이 1구씩 조각됐다. 누구의 소행인지 신심으로 아름답게 조각된 얼굴들이 훼손돼 있어 안타깝다.

 

천학정.

진전사에서 다시 고성군 토성면 교암리에 있는 천학정(天鶴亭)으로 이동한다. 마을 고샅길 같은 길을 따라 좀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바위와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 나오고 다시 계단을 통해 바다에 접한 바위 끝에 천학정이 나온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동해바다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는 모든 근심 걱정을 사라지게 한다. 남쪽으로 3㎞ 떨어진 청간정 못지않은 자연과의 조화를 뽐낸다.

 

교암해변.

백도.

교암항으로 내려오는 길 바다에 펼쳐진 교암해변의 모래사장은 동해의 숨은 해수욕장 같고, 바다에 떠 있는 백도(白島)는 쪽빛 바다를 항해하는 배 같다. 

 

능파대.

문암항 뒤편의 능파대(凌波臺)는 어떤 파도도 능히 맞설 수 있는 기세다. 선사유적지가 있다는 죽왕면 문암리의 문암대교를 건너 백도해변을 지나 얼음으로 꽁꽁 얼은 송지호에 들른다.

 

꽁꽁 언 송지호.

죽왕면에 있는 송지호(松池湖)는 둘레 6.5 km로 오호리(五湖里)·오봉리(五峰里)·인정리(仁亭里)에 걸쳐 있는 석호(潟湖)로,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전설에 의하면 약 1500년 전에는 이 호수가 정거재(鄭巨載)라는 구두쇠 영감의 문전옥답(門前沃畓)이었다고 한다. 하루는 노승이 찾아와 시주를 청하매 이를 거절하자, 쇠절구(철구 鐵臼)를 논 한가운데에 던지고 사라졌다. 그 뒤로 쇠절구에서 물이 계속 솟아 나와 송지호가 됐다고 한다.

 

고니모형과 송지호.

바다와 연이어 있어 도미·전어 등의 바닷물고기와 잉어 등의 민물고기가 함께 서식해 낚시꾼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맑은 호수와 송림이 울창해 백조라고도 불리는 고니(천연기념물 201)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고니는 길조로 알려져 있어 고니가 많이 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한국전쟁 중에 자취를 감추었다가 1971년 11월 하순부터 무리를 지어 찾아 왔다가 최근에는 개체수가 줄어들어 기다리는 사람들을 애타게 한다고 한다.

 

거진항.

거센 찬바람은 한곳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다. 서둘러 거진항으로 이동한다. 

 

거진항은 한 오백여년 전에 과거에 응시하려고 한양으로 가던 선비가 이곳의 산세를 둘러보더니 지형이 ‘클 거(巨) 자와 같이 생겼다’고 해서 ‘큰 나루(거진 巨津)’로 불렀다는 전설이 뒷받침하듯 백두대간의 정기가 에워싸고 있는 천혜의 어항으로 발전한 곳이다. 

 

거진항 어시장의 생선.

한때는 명태의 집산지로 파시(波市)를 이뤘고, 오징어도 많았는데, 지금은 제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오징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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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biogfc2024-07-07 05:37:40

    동해 파도 소리가 귓전을 맴돕니다.
    마음을 식히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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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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