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산 속의 우물 ‘산정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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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산 속의 우물 ‘산정호수’ 한탄강과 임진강(14)
  • 기사등록 2023-11-19 09:26:18
  • 기사수정 2023-11-19 14: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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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오전의 피로도 달랠 겸 오후엔 가까운 산정호수에 가서 몸을 달랜다. 

 

개혁군주 궁예(弓裔)가 부하였던 왕건(王建)에게 쫓기어 최후 항전하다 최후를 맞이한 명성산(鳴聲山, 922m) 아래에 인공으로 만든 호수가 산정호수다. 

산정호수.

‘산 속에 있는 우물’이란 뜻의 ‘산정호수(山井湖水)’는 1925년 영북영농조합의 관개용 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됐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 관리하고 있다.

 

포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산정호수는 병풍과 같은 웅장한 명성산을 중심으로 호수 양 옆에 망봉산과 망무봉을 끼고 있다. 주변경관이 수려해 수도권에서는 즐겨 찾는 관광지로 호수 주변의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산정호수 둘레길.

우물 같은 맑은 호수와 주변의 빼어난 경치로 보트와 놀잇배, 겨울철 썰매,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등으로 수도권 시민의 관광유원지로 이용되다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호수 주변의 상가를 지나 오리배 선착장 옆 시계 반대방향으로 호수둘레길로 접어든다. 약 3.2km의 호수 둘레길 산책로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찌든 삶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치유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모 방송국의 드라마 촬영장이었던 돌담병원 앞 호수 반대편인 서북방향으로는 망무봉(442m)이 호수를 에워싼다. 


산정호수와 망무봉.

원래 이곳도 한국전쟁 이전에는 38도선 이북 땅이었으나, 휴전으로 수복된 땅이다. 밀고 밀리는 격전지로 당시 국군 6사단이 중공군 5차 공세를 막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그 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사자 유해발굴을 실시한 결과 136위의 유해와 유물 300여점이 발굴됐다고 한다. 과연 한국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같은 민족끼리 왜 가슴에 총칼을 겨누었을까? 호국영령들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산정호수와 분수.

호수의 북쪽방향으로 들어서면 남쪽의 망봉산(383m) 아래 수면 위로는 시간에 맞춰 분수(噴水)가 춤을 춘다. 

산정호수와 명성산. 

망봉산은 조망이 아름다운 산임에도 불구하고 산정호수 건너편 명성산 명성에 가려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꾼들에게는 꽤 알려진 산이라고 한다. 가을의 문턱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고 노부모님 손을 잡고 자연의 기를 만끽하는 모습들이 정겹다. 

산정호수와 망봉산. .

호수를 돌아 남쪽 뚝방으로 들어서면 명성산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명성산은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왕건(王建)에게 쫓기어 피신하던 궁예(弓裔)가 이 산에서 피살됐다고 한다.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하는 설과,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고 해서 ‘울음산’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는데, 울음산을 한자[울 명(鳴)자와 소리 성(聲), 뫼 산(山)]로 표기한 것이다. 

궁예 기마상.

뚝방을 건너면 궁예가 말을 타고 천하를 호령한다. 당시의 궁예는 신선한 개혁가였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는 백성들의 나라를 원했다. 새 나라 고려에서는 능력에 따라 관직을 맡아 나라의 기초를 닦는 데 나름대로 기여한다. 나라의 기틀이 잡히는 사이에 어느덧 기득권 세력으로 변모한 그들은, 이번에는 자신들이 고려의 진골이 되어 자손 대대로 영화를 누리기 위해 송악의 호족인 왕건을 앞세워 모반을 일으키고 사민평등을 고집하는 궁예를 몰아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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