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험한 절벽 병풍 이룬 ‘멍우리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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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험한 절벽 병풍 이룬 ‘멍우리협곡’ 한탄강과 임진강(13)
  • 기사등록 2023-11-18 08:31:41
  • 기사수정 2023-11-18 0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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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풍덩∼’하고 싶은 화적연의 유혹을 뒤로하고 ‘멍우리협곡’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노랑 망태버섯.

계단을 올라 야자메트가 깔린 길옆에는 망태버섯이 노랑 망태를 걸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버섯에 대해서는 백치(白痴)에 가깝지만 나중에 문헌을 찾아보니 노랑망태버섯은 식용할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건조품을 죽손(竹蓀)이라 하여 고급 중화요리로 이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오소리굴.발걸음이 뜸한 길옆으로는 오소리굴도 보인다. 오소리 몸은 땅딸막한 몸매에 쐐기 모양이다. 네 다리 특히 앞다리가 크고 강하다. 발에 큰 발톱이 있어 땅굴 파기에 알맞다. 

 

멍우리협곡.

발아래 한탄강의 여울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편안하다. 양안(兩岸)으로 하천의 침식작용을 받아 형성된 수직의 주상절리 단애(斷崖)가 펼쳐지는 멍우리협곡은 포천 한탄강 중류에 형성돼 있는 길이 약 4km 정도다. 명승(제94호, 2013년 2월 6일)으로 지정된 이 협곡은 마그마가 응고될 때 부피가 수축하면서 생기는 다각형 기둥 형태의 주상절리(柱狀節理)로 험한 절벽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멍우리’란 이름은 이곳에서 넘어지면 몸에 멍우리(멍울)가 생긴다고 하여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설이 있는가 하면,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지명으로 멍이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덮힌 수달’을 가리키고, 을리는 멍우리의 지형이 한자의 새‘을(乙)’자처럼 크게 곡류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즉 멍우리란 ‘황금빛 털을 가진 수달이 사는, 을(乙)자처럼 강물이 휘어지며 흐르는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멍우리협곡과 하늘다리.

한탄강은 신생대 제4기에 화산폭발로 분출한 대량의 용암이 지표를 덮으며 형성된 용암대지를 파고 생성된 하천으로, 좁고 깊은 골짜기를 따라 흐른다. 멍우리협곡 일대는 선캄브리아대 변성암류(變成巖類)에 중생대 쥐라기의 화강암류가 관입해 지표에 노출된 후 신생대 제4기에 분출한 현무암질이 부정합(不整合)을 이루며 상부를 덮고 있는 지질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선캄브리아대는 지질시대 중 고생대 최초의 시대인 캄브리아기에 앞선 시대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용암류가 새로운 지층이 낡은 지층 위에 겹치는 현상’인 부정합 구조와 ‘퇴적암에 남아 있는 옛 지질 시대에 생성된 토양층’인 고토양층(古土壤層), 주상절리와 하식애(河蝕崖)의 발달과정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지형·지질학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지질 차이에 따른 다양한 하식지형과 굽이쳐 흐르는 맑은 강물, 울창한 수목과 아름다운 식생이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다. 

 멍우리협곡 주상절리.

여름의 끝물인지 가을의 문턱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청명(淸明)한 날씨와 멍우리협곡에 푹 빠져 취해 있는데, 건너야 할 징검다리에 물이 불었다. 길을 나선 나그네들은 좀처럼 뒤돌아설 줄 모르고 앞으로만 전진한다. 


길 없는 길을 헤쳐 가며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에서 수리봉을 넘어간다. 거리도 방향도 모르는 촉촉한 땅은 미끄럽고, 계곡을 중심으로 네 발로 더듬어 기어가는 길은 일촉즉발의 위험도 수반한다. 다행히 낙오자 한 명 없이 관인면 중리에 도착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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