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철조불상 안식처 ‘도피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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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한탄강으로 회귀하는 길에 ‘도피안사(到彼岸寺)’에 둘러본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피안(彼岸)의 세계처럼 고요한데, 작은 연못의 연꽃 봉오리가 살며시 고개를 든다.

신라 후기인 865년(경문왕 5), 도선국사가 높이 91㎝의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을 철원읍 율리리에 있는 안양사에 봉안하기 위해 여러 승려들과 함께 이동했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불상이 갑자기 없어져 부근에서 찾다가 현 위치에 그 불상이 안좌한 자세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조그마한 암자를 짓고 이 불상을 모셨다고 한다.


철조비로나자좌불

당시 철조불상이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에 이르렀다 해서 절 이름이 ‘도피안사’로 명명됐으나, 그 뒤 천년 역사의 도피안사는 어떠한 기록도 존재하지 않아 내력조차 알 수 없었다. 1959년 제15사단장 이명재(李明載) 장군이 꿈에 본 철불을 찾기 위해 폐허가 된 도피안사 터를 뒤져 땅속에 묻혀 있던 철불을 발견하면서 도피안사가 재건됐다. 그 후 군에서 관리해오다가 1985년에 민간인 관리로 넘어왔다. 절 내에는 철조비로사나불좌상(국보 제63호)과, 높이 4.1m의 삼층석탑(보물 제223호)이 있다.

발길은 동송읍 장흥리에 있는 ‘고석정국민관광지’에 도착해 바쁘게 움직인다. 마당 중앙에 서있는 ‘임꺽정 상’이 반긴다.


임꺽정 상

조선 명종 때 임꺽정(林巨正, ?∼1562)은 고석정 건너편에 돌벽을 높이 쌓고, 산성 본거지로 삼았다. 당시 함경도 지방으로부터 이곳을 통과해 조정에 상납할 조공물을 탈취해 빈민을 구제했다고 한다. 고석정 바위에는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자연 석실이 있다. 건너편에는 석성이 남아 있으나,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는 고석정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게 이상하다.

고석정(孤石亭)은 철원 제일의 명승지로 원래 한탄강 변에 있는 정자 이름이었지만, 한탄강 한복판에 10여m 우뚝 솟은 화강암바위를 지칭하기도 한다. 지금은 장맛비로 탁류가 흐르지만 바위를 옥같이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르는 풍경에 신라 때 진평왕이, 고려 때는 충숙왕이 노닐던 곳이었다. 임꺽정의 활동무대로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졌다. 고석정은 신생대 제4기 홍적세(洪績世)에 현무암이 분출해 남남서 방향으로 한탄강이 흐르면서 침식활동을 통해 화강암의 주상절리(柱狀節理)와 수직 절벽을 이뤘다.

고석정 아래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세종강무정(世宗講武亭)’이 있다. 이 정자는 세종대왕이 철원평야(대야잔평)에서 강무훈련을 마치고 머물렀던 곳으로, 강무(講武)는 국왕이 직접 참가하는 군사훈련 겸 사냥행사로 수 만명의 군사가 참가하는 행사다. 세종은 재위기간 중 총 19회에 걸쳐 93일 간이나 철원에서 강무를 진행했고, 사냥이 끝나면 고석정에서 대군과 신하, 군사와 백성들에게 사냥한 물건과 음식을 나누어 주며 주연을 베풀었다.

고석정에서 강 하류를 따라 길을 나섰으나 가는 곳마다 길이 막힌다. ‘지뢰’라는 위험물도 있어 그러겠지만, 강 건너로 새로 선보인 주상절리길(잔도길)을 이용하라는 신호 같다. 그러나 나그네는 때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물기가 촉촉이 젖어 미끄러운 바위를 타고 헤맬 때 우리는 자연이 만든 걸작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안이 오목하게 패인 바위 같았으나 자세히 보니 자연 발생적인 고인돌이었다.

겨우 길을 찾아 주상절리길 입구인 순담계곡 앞에 당도한다. ‘순담계곡(蓴潭溪谷)’은 1.5㎞ 떨어진 고석정까지 한탄강 물줄기 중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기묘한 바위와 깎아지른 벼랑 등 볼거리가 풍성하며, 수량이 풍부하고 강변에는 보기 드문 하얀 모래밭이 천연 형성돼 있다.

계곡 아래는 물살이 빠르고 물길이 넓어 래프팅 최적지로 알려지면서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계곡 이름은 조선 순조(純祖) 때 우의정을 역임했던 김관주(金觀柱)가 이곳에 연못을 파고 순약초(蓴藥草)를 재배해 복용한 데서 유래했다.

순담계곡에서 출발하는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총 연장 3.6km, 폭 1.5m다.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절벽을 따라, 절벽과 허공사이를 따라 걷는 잔도(棧道)다. 아찔한 스릴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경험하는 ‘느낌 있는 길!’이다.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에 위치한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상류의 순담매표소와 하류의 드르니매표소를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우리는 순담매표소로 입장한다. ‘드르니’는 ‘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이곳을 들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다.


주상절리길 잔도교
50만 년의 지질 역사를 지닌 한탄강은 2015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202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주상절리길 순담매표소를 들머리로 해 들어서면 주상절리길 잔도 중간에 3개소의 전망대와 10개의 전망 쉼터, 13개의 크고 작은 교량으로 이뤄졌다. 모두 저마다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어 한탄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래프팅을 하고, 잔도를 만들면서 한탄강 주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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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29 08: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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