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승일교, ‘김일성을 이기자’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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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승일교, ‘김일성을 이기자’ 의미 한탄강과 임진강(5)
  • 기사등록 2023-10-21 08:31:08
  • 기사수정 2023-11-15 10: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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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한탄강은 약 27만 년 전 평강의 오리산(452m)에서 분출한 용암이 화산 폭발로 인해 푹 꺼져버린 골짜기 사이로 흐르면서 현무암질의 기암괴석과 주상절리 등 천연비경을 만들어 관광명소를 만들었다.


때로는 강물이 큰 여울을 만들면서 빠르게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속도를 늦추어 강폭을 넓히면서 묘하게 한반도지형을 연출한다. 이곳에 오면 굳게 닫힌 철조망을 보며 언제쯤 숨통이 터질까 답답했는데, 자연이 그 마음을 아는지 통일의 꿈을 갖게 해준다.

▲한탄강 한반도모형.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한탄강 한여울길’이다. 한여울은 ‘한탄강(漢灘江)’의 순 우리말로 직탕폭포에서 승일교까지 약 5㎞ 이어지는 제1구간이다. 한탄강은 강 양쪽이 대칭을 이루는 현무암 협곡지대가 많지만, 한쪽은 현무암 수직 절벽이고 반대편은 완만한 경사를 보이는 화강암 지대가 나타나는 비대칭 협곡도 많다. 협곡을 가르는 물여울은 자연이 만들어 준 여건대로 순응하며, 세월과 함께 흐른다. 한여울길은 한탄강을 중심으로 6구간으로 구분돼 있다고 한다.


육각정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며 휴식을 취하다가 고석정꽃밭 앞을 지나 승일교로 향한다. 고석정꽃밭에는 ‘숙근버베나’가 자주색 꽃망울을 터트린다.

▲고석정 꽃밭(숙근버베나).


숙근버베나는 브라질·아르헨티나 원산의 추위에 강한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 30∼60cm로서 곧게 자라며 줄기의 단면이 내모진다. 뿌리는 다육근으로 옆으로 뻗어 나간다. 6∼10월에 자줏빛을 띤 붉은색의 작은 꽃이 산형꽃차례로 피다가 수상꽃차례로 바뀐다.


큰길 옆의 탱크저지시설(?)은 ‘안보관광의 중심 철원’ 광고탑으로 변신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접경지역에 가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경향이 있었다. 중간중간에 군인경찰(헌병)이 올라와 신분증 검사를 하면 괜히 ‘내가 뭣이라도 잘못한 것 없나?’하며 움츠려들던 시절이 있었고, 민간인통제구역이라도 들어가려면 초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교부 받아 목에 걸고 출입해야 했으나, 요즈음은 많이 완화된 것 같다.


쓸데없는 옛 생각을 하다가 발걸음은 승일교 아래로 내려간다. 승일교는 동송읍 장흥4리와 갈말읍 문혜리를 잇는 다리로 국가등록문화재(2002년 5월)로 지정됐다. 해방 후 철원군이 북한 영역에 속하던 1948년 철원농업전문학교 토목과장이었던 김명여의 설계로 한탄교(漢灘橋)로 착공됐다. 러시아식 공법의 아치교로 설계된 이 다리는 동송읍 쪽의 아치교각만 완성된 상태에서 한국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된 것을 국군과 미군 합동으로 갈말읍 쪽 교각을 완성해 1958년 개통하고, ‘승일교’로 이름을 붙였다.

▲승일교.


승일교의 명칭에 대해서는 김일성이 시작하고, 이승만이 끝냈다고 해서 이승만의 ‘승(承)’자와 김일성의 ‘일(日)’자를 한자씩 따서 승일교(承日橋)라 했다는 설과 ‘김일성을 이기자’고 해서 승일교(勝日橋)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한국전쟁 중 큰 공적을 세우고 전사한 연대장 박승일(朴昇日)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승일교(昇日橋)라고 지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탄대교(漢灘大橋)는 승일교를 대체하기 위해 1999년 준공됐는데, 차량통행만 가능하고 승일교는 사람 보행만 가능하다.


승일교를 건너 갈말읍 내대리로 건너오면 승일공원이 나온다. 승일공원(昇日公園)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태봉구문(泰封九門)이라는 조형물이다. 천년의 꿈 태봉국에서 통일 한국의 밝은 미래로 가는 9개의 문이라는 뜻이다. 하나의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단단한 바위를 뚫듯이 방문하는 한 사람 한 사람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모여 9개의 문을 통과하면 머지않아 통일 한국의 문도 열릴 것이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승일공원 한편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참전 기념비·공덕비 등이 있다.


오전에는 장대비가 쏟아져 옷을 다 적시더니 오후에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몸속의 수분을 다 빨아올려 땀방울이 옷을 적시며 피부를 타고 흘러내린다.


헐벗은 민둥산에서 흘러내린 북한의 물빛은 탁류가 되어 흘러내린다. 저 멀리 고석정(孤石亭)이 보이는 것 같은데, 해는 벌써 옆으로 길게 뻗는다.


궁예(弓裔)가 궁궐터를 잡는 과정에서 지관의 말을 따라 엎드려 있다가 성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태봉국(泰封國)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설화가 있다. 역시 기다림의 미덕을 연상시킨다. 그래 우리도 내일을 기다려 보자!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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