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방치 저수지의 변신 ‘무안회산백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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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방치 저수지의 변신 ‘무안회산백련지’ 영산강 물길 따라(23)
  • 기사등록 2023-09-23 08:05:22
  • 기사수정 2023-12-23 07: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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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어젯밤은 영산강 답사 마지막 밤이었지만 암모니아 냄새가 톡 쏘는 홍어 맛에 취해 숙면(熟眠)을 취했다. 조반 수저 놓기가 무섭게 무안군 일로읍 회산백련지로 달려간다.


일로읍(一老邑)은 전라남도 무안군의 남부에 위치한다. 1980년에 읍으로 승격했으며, 읍사무소는 월암리에 있다. ‘일로(一老)’라는 이름은 1172년(고려 명종 2) 무안현 초대 현감 나자강이 시찰 중 일로마을을 지나다 길이 좁아 ‘노인 한 명밖에 다닐 수 없었다’고 해서 ‘일로(一老)’라 불렀다고 한다.


                                      ▲무안회산백련지.


무안군 일로읍(一老邑) 복용리 회산마을에는 회산백련지(回山白蓮池)라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조상들의 피땀으로 2개 저수지를 합해 복룡지라는 이름으로 축조한 이후 33만여㎥에 둘레는 3㎞로 인근 농경지 250ha에 농업용수를 공급했으나,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저수(貯水) 기능을 상실하고 연못으로 방치됐었다. 연꽃으로 사람들이 몰려오자 회산마을의 ‘회산(回山)’이 ‘세상 기운이 다시 모인다’라는 뜻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회산백련지.


방치되던 저수지가 아름다운 연꽃으로 가득한 공원이 된 것은 한 농부의 꿈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정수동씨는 1955년 여름 무렵 “하늘에서 열두 마리의 학이 저수지에 내려앉는 꿈을 꾸었는데, 하늘에서 내려와 앉은 학의 모습이 마치 백련이 피어 있는 모습과 비슷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날 동네 아이들이 주워온 연뿌리 열두 주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고 정성껏 백련을 가꿔 지금의 대규모 군락지가 탄생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백련.


실제로 저수지 수면이 점차 낮아져 연꽃 자생에 적절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백련이 급속히 번지기 시작해 1990년 초반에는 드넓은 수면이 백련으로 가득 찼다. 1997년 연꽃축제를 시작하면서 ‘백련지’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으며, 동양에서 가장 큰 백련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홍련과는 달리, 백련은 7월부터 연잎이 덮이기 시작해 3개월 동안 연못을 가득 메운다고 한다. 특히 요즈음은 충청지방 이남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가시연꽃 군락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80m 길이의 백련교가 연못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다리 중간에 높이 1m의 전망대가 3개 있으며, 연못에 서식하는 청개구리 등의 조형물을 만들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재미를 복 돋운다. 백련을 비롯해 수련·가시연꽃·왜개연꽃·개연꽃·홍련·애기수련·노랑어리연꽃·어리연꽃 등 30여 종의 연꽃 및 50여 종의 수중식물과 수변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생태학습을 위해 수생식물·야생화·재래작물 등을 심어놓은 자연학습장도 있다. 간혹 연 줄기에는 우렁이가 알을 낳아 붙여 놓은 모습도 보인다.


연꽃은 더러운 물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불가(佛家)에서는 연꽃의 이런 특성이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같다고 해서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 연꽃을 ‘만타라화(曼陀羅花, 부처가 설법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꽃)’라 부른다.


연꽃은 모든 진리의 완성을 뜻하는 것으로, 심청이의 연꽃 환생은 ‘효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처의 좌대인 연화대(蓮花臺)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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