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해체 결정 취소된 영산강 ‘죽산보’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해체 결정 취소된 영산강 ‘죽산보’ 영산강 물길 따라(17)
  • 기사등록 2023-09-02 08:36:59
  • 기사수정 2023-12-24 19:07:36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오늘 영산강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은 죽산보에서부터 시작한다.


                                    ▲죽산보.


죽산보(竹山洑)는 나주평야 일대 농업용수 확보 등을 위해 전체 공사비 1635억원 가량을 투입해 2년만인 2011년 10월에 완공했다. 보 길이는 184m, 보의 교각 상부에는 공도교(公道橋)와 관리용 전망대가 있다. 4대강 보(洑) 중에서 유일하게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통선문(通船門)이 있으나, 건설 8년 만에 보 해체가 결정되기도 했다(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3년 8월 4일 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


풀 섶을 해치고, 가까이 갈수록 오염하천 특유의 조류 악취가 진동해 그냥 발길을 돌린다.


보 아래 하천부지에는 경비행기체험장이 있으나, 지난달 초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보가 있는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는 풍수지리상 와우(臥牛)형국이라고 전하나 이곳 출신 금호그룹의 창업자 박인천(朴仁天)은 ‘거북지형(地形)’이라고 했다. 즉 거북이가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형태로 소요정이 그 머리이며, 돌캐산 다섯 봉우리가 거북의 알이다. 동산의 창고 터는 일명 ‘사석바우’라 한다. 죽산리는 죽지(竹池), 산두(山頭), 조등(鳥嶝), 절구(杵九), 화동(化洞) 등 다섯 마을로 구성돼 있다.


죽산리 죽지마을에 있는 소요정(逍遙亭)은 전라우수사·함경도북병사·전라좌수사·병조참판 등을 지낸 이종인(李宗仁, 1458∼1533)이 건립한 정자로, 이종인의 호를 따서 ‘소요정’이라 이름 붙였다. 여러 차례 중수를 거듭하다가 1865년(고종 2) 중건돼 현재에 이른다. 정면 5칸·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으로 대청형 구조다.


대신 화동마을의 ‘장춘정’으로 간다. 전라남도 기념물(제201호)인 나주 장춘정(羅州 藏春亭)은 1561년(명종 16)에 고흥유씨 유충정(柳忠貞, 1509∼1574)이 세웠다. 1818년(순조 18)에 중수를 거쳐 1930년에 다시 중건한 건물로 옛 모습을 잘 보전하고 있다. 장춘정이란 이름은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숲과 사시장절(四時長節) 피는 꽃들이 항상 봄을 간직한 듯 하는 정자’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춘정.


장춘정은 화동마을의 구릉지에 위치한다. 동남향으로 서 있는 전면에는 넓은 들과 마을이 내려다보이며 우측으로 영산강이 흐른다. 정자 주위로는 동백나무 숲과 느티나무·은행나무 등 노거수가 울창하고 수려한 공간이 조성됐다. 건물은 단층 팔작지붕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재실형이다. 뼈대가 굵고 가구 구조가 건실하며, 치목이 잘 되어 있다. 대청의 우물마루와 빗살창, 선자 서까래나 활주 등에서 세련미를 나타낸다.


장춘정을 중심으로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기대승(奇大升, 1527∼1572)의 기문(記文)인 <장춘정기(藏春亭記)>(1561), 송순(宋純, 1493∼1583), 오상(吳祥, 1512∼1573), 박순(朴淳, 1523∼1589), 임제(林悌, 1549∼1587), 안위(安瑋, 1491∼1563), 임억령(林億齡, 1496∼1568) 등의 <장춘정제영(藏春亭題詠)>이 걸려 있다. 유충정은 1534년(중종 29) 무과에 급제해 부안·강진현감, 김해·장흥·온성부사 등 수령을 지낸 뒤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와 강상(江上)에 장춘정을 지었다.


                               ▲장춘 유충정 유허비.


장춘정을 나오면 강 건너 공산면 산곡리에 있는 ‘나주영상테마파크’가 멀게 보인다. 이곳은 고구려의 고도를 재현해 놓은 세트장으로 역사체험과 함께 인기 드라마의 촬영장이다.


조선과 신라는 문화재들이 많이 남아 사극 촬영에 문제가 적은데, 고구려와 백제는 유적이 별로 없어서 종합세트장이 단양과 나주에 마련됐다. 이중 나주의 테마파크가 훨씬 크고 왕궁, 도성, 요새는 물론이고, 고대 마을·저잣거리가 다채롭게 조성돼 있다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9-02 08:36:5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