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순국지사 황현 위패 모셔진 ‘매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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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순국지사 황현 위패 모셔진 ‘매천사’ 섬진강 530리를 걷다(13)
  • 기사등록 2023-07-01 07:15:21
  • 기사수정 2023-12-24 1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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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매화가 피었던 자리에는 매실(梅實)이 콩 알 만하게 자리 잡아 영글어 가는 대신 노란 황매가 조팝꽃과 어울려 향을 더하고, 복사꽃은 봄을 한층 더 무르익게 한다. 모과나무도 꽃을 피웠고, 자목련도 가는 길목을 밝히고. 배나무밭 배꽃도 화사하다.


여러 개의 논밭두렁과 고샅길을 비집고 다다른 곳에는 평사리 주막이 나온다. 마루에는 여러 개의 주안상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으며, 최참판댁 사랑채로 가는 주막집 뒤란에는 튤립 한 포기가 외롭게 피어있다. 사랑채에 들어서면 평사리 넓은 들판이 훤히 보이고, 사랑채를 지키는 최참판(?)과 반갑게 인사하며 인증샷을 한다.


                          ▲산수유 형상의 가로등.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고, 상업화되어 가게가 즐비한 마을길을 빠져나와 바쁘게 평사리공원으로 가서 섬진강의 환상적인 노을을 맞이한다. 숙소가 있는 구례청소년수련원으로 돌아오는데, 산수유가 더 유명한 구례군 산동면에는 초사흘 초승달과 ‘산수유 가로등’이 짝을 이뤄 환하게 맞이한다.


                                      ▲매천사.


곤한 잠을 자고 섬진강변으로 가기 전에 구례군 광의면에 있는 조선말기 시인이자 문장가이며, 순국지사였던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의 위패가 모셔진 ‘매천사(梅泉祠)’로 발길을 ?ケ芽 황현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경장, 청일전쟁이 연이어 터지자 위기감을 느끼면서 그간 보고 느낀 견문을 기록한 매천야록(梅泉野錄)과 오하기문(梧下記聞)을 지었다. 1910년 8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책임지자”면서 아편을 먹고 순국했다고 한다.


매천사를 나오기 바쁘게 평사리 부근 섬진강변으로 달려간다. 신우대가 늘어선 대나무 밭 사이로 바람을 스치는 댓잎소리가 섬진강을 노래한다. 두꺼비나루쉼터에서 버드나무쉼터로 가는 길목엔 손질이 잘된 배나무 밭에 배꽃이 화사하게 피었고, 토종 선인장인 백년초는 돌담에 뿌리를 깊게 박았다.


                               ▲복두꺼비길 안내.


강 건너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일명 매화마을)에 있는 섬진나루터에서는 섬진강 명칭의 유래가 된 두꺼비 전설이 실바람 타고 전해온다. 임금님 수랏상에 오른다는 하동 밤나무 쉼터 옆에는 야생 배나무도 꽃이 환하게 피었고, 언덕 아래 강변에는 어선들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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