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홍의장군 곽재우의 ‘붉은 돌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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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홍의장군 곽재우의 ‘붉은 돌 신발’ 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36)
  • 기사등록 2023-01-15 08:21:46
  • 기사수정 2023-12-24 08: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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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개비리길 끝 지점에는 용산리마을이 있고, 강 건너에는 남강(南江)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남강은 남덕유산(1503m)에서 발원하는 남계천(濫溪川)이 원류다. 지리산 뱀사골과 전북 남원의 운봉에서 흘러나오는 람천, 거창에서 흘러나오는 경호강 등과 합류해 진주의 진양호(晉陽湖)를 이룬다. 진양호를 지나면서부터 남강으로 부르며, 함안군과 의령군을 거쳐 창녕군 남지 앞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기음강(남강 합류지점).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와 의병들이 육지에서 첫 승리를 거둔 ‘기음강전투’가 바로 이곳이다. 홍의장군이 외가인 의령을 찾았다 왜구가 출몰했다는 통문에 급하게 기음강을 도강(渡江)하다 붉은색 한쪽 신발이 낙동강 물에 떠내려가고, 다른 한쪽은 창나루 쪽 강변에 놓이게 된다. “이 붉은 신만 잘 보관하면 왜구들이 침입하지 못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보관해 오다가 일제강점기 때 왜놈들에게 뺏겨 낙동강에 던져 버려졌다.





                           ▲홍의장군 ‘붉은 돌 신발’.


이후 창나리마을 주민들은 마분산 말무덤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어느 날 마을이장 꿈에 곽재우 장군이 나타나 “잃어버리지 않을 붉은색 돌 신을 줄 터이니 보존을 잘해 더 이상 왜침이 없길 바란다”고 하셨다. 현몽(現夢)한 곳을 가보니 실제로 붉은색을 띤 신모양의 돌이 기음강 주변 땅속에서 발견해 창나리 주민들이 고유제(告由祭)를 지내고, 지금 자리에 모시게 됐다.


마분산(馬墳山, 180m)은 개비리길의 주산으로, 원래 창나리마을에 ‘창(倉)이 있던 나루’라는 뜻이다. 창진(倉津)마을과 같이 창진산(倉津山)으로 블리웠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망우당 곽재우 장군은 자신의 말에 벌통을 매달아 적진으로 돌격하게 해 벌떼공격을 받은 적군의 혼란을 틈타 기습공격해 큰 힘 들이지 않고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적탄을 맞아 죽게 되자, 이곳에 묻어 이름을 ‘마분산’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


마분산과 개비리길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최후방어선’으로 남지철교와 함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창녕지역을 맡은 미 제24사단은 낙동강 박진나루를 중심으로 당시 북한의 최정예부대인 제4사단과 대치했다. 부산점령을 코앞에 두고 급해진 북한군과 미군은 서로 쫓고 쫓기는 혈전을 벌이다가 9월15일 미군이 승리함으로써 적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아군은 전세를 역전시켜 낙동강을 건너 반격하게 됐으며,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압록강까지 진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격전지였다.


남지철교(南旨鐵橋)는 창녕군 남지읍과 함안군 칠서면을 이어주는 다리로, 1933년에 개통한 구마 국도상의 철교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근대식 트러스 교량이다. 8·15광복 이후에는 경상남도 마산과 평안북도 중강진을 연결하는 국도 5호선의 교량으로 1994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차량이 금지되기까지 60여 년간 사용됐다. 한국전쟁 때는 중앙 부분 25m 폭파된 부분을 1953년 복구한 후 2004년 12월 31일 등록문화재 제145호로 지정됐으며, 창녕군 소유다. 바로 옆으로는 4차선의 새 남지교가 건설됐다.


햇살이 옆으로 길게 누울 때 강 건너 함안군 칠서면 강가에는 성채(城砦) 같은 시설이 눈을 끈다. 칠서면 계내리에 있는 칠서정수장으로 물을 유입해 주는 양수장인지 또는 빗물을 내보내는 배수장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옆으로 병풍처럼 서있는 바위의 자태도 자연바위인지 인공바위인지 헷갈리지만, 규모로 보아 자연석으로 추정해 본다. 경기도 양평∼창원을 연결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낙동강대교 밑으로 펼쳐지는 억새밭은 내일의 풍요를 저축한다.


                        ▲송진 쇠나루공원 느티나무.


벌써 겨울이 왔나 싶을 정도로 쌀쌀한 아침공기를 가르고 창녕군 도천면 송진리에 있는 송진 쇠나루공원에서 상쾌하고 높은 하늘을 바라본다. 느티나무가 우뚝 선 야트막한 봉우리를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니 화왕산(火旺山, 756m) 삼지구천에서 발원해 송진 쇠나루 옆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계성천 하류는 우포늪에 버금가는 늪 같다. 송진 쇠나루의 늪지대는 물버들 사이로 가을 물들어 화려하게 억새와 갈대의 향연이 펼쳐지는 꼭꼭 숨겨 놓은 보물이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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