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영남대로 패랭이번던 ‘마당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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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영남대로 패랭이번던 ‘마당바위’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35)
  • 기사등록 2022-04-09 07:31:03
  • 기사수정 2023-12-23 21: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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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문경새재를 넘어 수안보를 지나 수회리에 다다르면 적보산(積寶山, 699m, 일명 ‘첩푸산’) 줄기가 뻗어 내리다가 석문천에 닿아 멈춘 곳에 마당같이 넓고 평평한 반석을 만들어 놓은 마당바위가 있다. 지난번에는 조반을 마치고 찾았으나, 사유지라 철조망이 가로막혀 들르지 못했다. 이번에 남에서 북으로 넘어가는 길목 풀 섶을 해치고 아침이슬로 발목을 적시며, 마당바위를 찾아간다.


연산군 때 충주로 유배 온 문신 이행(李荇)은 그의 자연대설(自然臺說)에서 “산은 우뚝함도 자연이요. 물이 흘러감도 자연이요. 벼랑이 산수의 형세를 점거하여 독차지함도 자연이요. 오늘 우리가 이곳을 만난 것도 자연이요…”라고 읊었다. 그의 말대로 마당바위를 보지 못하고 돌아섬도 자연이고, 다시 길을 찾아보는 것도 자연이련가?


자연대(自然臺)는 이곳에서 가까운 월악산국립공원 송계계곡 첫 입구에 있는 곳으로 맑은 계곡물과 넓은 암반, 깊은 소가 인상적인 곳이다.


                                   ▲마당바위.


마당바위는 마당처럼 넓은 바위로, 이 바위가 있는 적보산은 ‘패랭이번던’이라고도 불린다. ‘번던’은 ‘언덕’을 의미한다. 조선 명종 때 한 지관이 충주에 머물다 꿈에 선인을 만나 따라나섰는데, 선인은 이 마당바위에서 술과 안주를 마련하고 서쪽 산을 가리킨 뒤 구름을 타고 날아가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다음날 지관은 선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가다 이 바위에 패랭이를 벗어 나무에 걸어 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보고 이를 ‘패랭이버던’이라고 불렀다.


마당바위가 있는 이 길은 영남대로(嶺南大路) 옛길이다. 영남대로는 부산에서 대구, 문경새재, 충주, 용인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약960리 길로, 걸어서 완주하면 약 14일이 걸렸다고 한다. 이 길은 경상도의 59개 군현, 충청도와 경기도의 5개 군현에 걸쳐 있고, 29개의 지선이 이어져 있었다.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영남대로 외에도 죽령을 넘어 서울로 15일 만에 가는 영남좌로와 추풍령을 넘어 16일 만에 가는 영남우로가 있었다.


마당바위 옆에는 길이 73∼132㎝, 너비 99∼142㎝ 정도되는 화강암 자연석의 한 면을 평평하게 다듬어 ‘현감서공유돈선정불망비(縣監徐公有惇善政不忘碑)’ 글자를 해서체로 음각돼 있다. 이것은 연풍현감을 지낸 서유돈(徐有惇)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연풍현과 충주목의 경계지점에 1798년경에 세운 것이다. 선정비를 현청이 있던 연풍향교 옆에 세우지 않고 이곳에 건립한 이유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영남대로 길목에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서유돈은 31세 때 과거에 급제해 연풍현감을 지냈고, 39세에 세상을 떠났다.


반대 방향인 북으로 나올 때는 앞을 가린 철조망과 씨름하듯 통과해 오늘의 출발지인 충주시 중앙탑면 탄금호 주변에 있는 중앙탑공원으로 이동한다.


중앙탑면(中央塔面)은 1914년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북쪽의 가흥면과 남쪽의 금천면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가금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금면이라는 명칭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날짐승을 연상시키며, 인근 금가면과 명칭이 유사해 혼동을 주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명칭 변경 요청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2012년 2월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 투표를 거쳐 2014년 2월 1일 충주시 행정구역 명칭 변경에 따라 중앙탑면으로 개칭됐다. 예로부터 중앙탑면 지역에는 조창이 있었는데, 고려 후기와 조선 전기에는 창동리 지역에 덕흥창(德興倉)이 있다가 세조 때 가흥리로 옮겨 가흥창(嘉興倉)이 됐다. 개칭된 ‘중앙탑면’이라는 명칭은 중원문화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에 세워진 후기신라 시대 석탑(국보 제6호)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의 별칭인 ‘중앙탑’에서 유래했다.


국제조정경기장이 있는 ‘탄금호(彈琴湖)’의 명칭은 명승지 탄금대(彈琴臺)가 있어 얻게 됐다. 탄금호는 겨울철새를 비롯한 각종 조류의 보금자리로, 가금체육공원에는 탄금호에서 서식하는 텃새와 겨울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철새조망대가 설치돼 있다.


                                   ▲충주조정지댐.


충주조정지(調整池)댐은 금가면 월성리와 중앙탑면 장천리 사이에 있는 충주댐의 보조 댐으로 본 댐인 충주댐의 홍수 조절을 도와주고, 충주댐 발전(發電)으로 일시에 흘러내린 물을 일단 비축했다가 수온(水溫)과 수질(水質) 및 수량(水量)을 고르게 하류로 공급을 하면서 동시에 발전 시설을 가동하는 댐이다.


                                 ▲조정지댐 공도.


간접 효과로 댐 하류부의 하천용수를 고르게 유지함으로써 수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높이 21m, 길이 480.7m, 총 저수용량 3천만㎥, 문비 20문(높이 7.7m, 폭 15m), 발전시설 1만2천㎾ 규모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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