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뱃삯 아낀 선비들의 ‘아홉 사리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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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뱃삯 아낀 선비들의 ‘아홉 사리 고개’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44)
  • 기사등록 2022-05-08 07:02:31
  • 기사수정 2023-12-23 21: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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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오늘의 첫 출발지는 남한강과 청미천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여주시 점동면 도리 ‘늘향골마을’이다.


                         ▲늘향골녹색농촌체험마을.


‘늘 고향 같은 마을’이라는 의미의 ‘늘향골마을’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도 비켜 간 평화로운 마을이다. 명성황후 후손들이 600년 이상 모여 사는 여흥민씨(驪興閔氏) 집성촌이기도 하다. 수많은 동·식물들과 철새들이 살고 있는 자연친화청정마을로. 농촌체험과 자연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돛단배 모양의 ‘아홉사리고개’에 핀 구절초는 늘향골마을의 상징이다.


강 건너 손에 잡힐 듯한 강천면 등평리(현 부평리)는 1885년 최초로 신학교가 개교해 1887년에 서울 용산으로 이전한 천주교 예수성심신학교가 있었던 곳이다. 강천면(康川面)은 본래 강원도 원주군에 속하던 곳으로, 1895년(고종 32) 여주군에 편입됐다가 2013년 9월 시(市)로 승격하면서 여주시에 속했다.


‘강천(康川)’이라는 지명은 섬강(蟾江)과 남한강의 합류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모든 배가 편안하게 쉬어 가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늘향골마을 앞 강변을 지나면 소무산(韶舞山)자락으로 이어지는 ‘아홉 사리 고개’로 들어선다. ‘아홉 개의 산이 마치 국수를 삶아 말아 놓은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상도나 충청도를 떠나온 유생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아홉사리고개길 입구.


음력 9월 9일 9번째 고개에 피는 구절초를 꺾어 달여 마시면 모든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 길을 넘다 넘어지면 아홉 번을 굴러야만 살아서 넘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져 온다.


아홉사리고개길을 이용한 선비들은 대부분 가난했다고 한다. 돈 많은 선비들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물길을 따라 충주부터 한양의 마포나루까지 배를 타고 오갔을 것이고, 가난한 선비들은 배 싹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아홉사리고개 밑 여강.


과거 시험에 합격해 금의환향하는 선비들은 이 길이 비단길 같았으나, 낙방한 선비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여강을 바라보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생각하며 흘린 눈물이 스며있을 것만 같다.


강 건너에 강천섬이 보인다. 강천섬은 처음부터 존재한 섬이 아니다. 남한강 물이 불어나면서 육지와 분리되던 퇴적한 지형을 4대강 사업을 통해 조성된 인공 섬이다. 현재는 잘 관리된 공원과 적당히 방치해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 같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한강에서만 서식하는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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