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사랑바위’와 ‘장자못’·‘목계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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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사랑바위’와 ‘장자못’·‘목계나루’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36)
  • 기사등록 2022-04-10 0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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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조정지댐을 지나 하류로 내려오면 하천부지에는 수생식물대가 잘 발달돼 숲을 이루고, 강변 숲 사이로 난 자전거도로 옆으로는 ‘사랑바위’가 애절한 전설을 이야기한다.


부잣집 5대독자가 결혼한 뒤 아들을 얻지 못하자 후사를 보기 위해 집안에서 첩(妾)을 들였는데, 아들은 본처만 사랑하고 첩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본처는 자신 때문에 후사가 없음을 걱정해 장자못에 몸을 던지고, 아들도 식음을 전폐하다가 뒤따른다.



▲사랑바위.


후에 장자못의 물이 마르더니 남·여의 성기가 결합된 상태의 바위가 있고, 올망졸망한 작은 바위들이 옆으로 놓여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며느리와 아들이 저승에서 여러 아이들을 낳고 ‘이승에서 못다 이룬 소망을 죽어서 이뤘다’며 여성의 성기를 닮은 바위를 ‘사랑바위’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바위 주위를 아홉 번 돌며 간절히 기원을 하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사랑바위 옆에는 ‘장자 늪(못)’이 있는데, 놀부의 심보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원래 이곳 장천리에는 천석꾼인 장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인색하고 몰인정하고 욕심쟁이로 어느 날 노승이 찾아왔는데 때마침 거름을 내던 장자는 노승 바랑에 쇠똥 한 삽을 넣어 주고 목탁과 발을 빼앗아 때려 부셨다. 이때 착한 며느리가 나타나 시아버지의 잘못을 사과드리며 쌀 한 바가지를 들고 왔다. 노승은 돌아서며 “3일 후 신시에 있는 상좌승 하나가 동구 밖 느티나무 밑에서 부인을 기다릴 터이니 만나라”고 하고는 사라진다.



▲장자늪 안내문.


3일 후 동구 밖에 나가보니 상좌승이 기다리고 있다가 “지금부터는 소승이 하는 대로만 해야 된다”고 말했다. 입을 떼지 말며 무슨 소란이 있어도 그곳을 바라보지 말라고 했다. 며느리가 상좌승을 따라 가다 별안간 찬바람이 뒤에서 성벽을 향해 불어 올라가는가 싶더니 하늘이 무너지듯 굉음이 울렸다. 무의식중에 며느리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자의 집은 사라져 버리고 호수로 변해 장자가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선 채로 한 개의 부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장자늪 대신 안내판만 읽어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밭에는 가을채소를 파종하기 위해 이랑을 내었고,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중부내륙고속도로(경남 창원∼경기 양평)의 남한강대교와 제38호국도(충남 서산∼강원 동해시)의 목계대교도 하늘을 향해 줄을 선다. 내 발길은 저 높은 교각 대신 제599호 지방도로인 목계교를 건너 목계나루터에 당도한다. 목계교(牧溪橋)는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와 중앙탑면 장천리를 연결하는 남한강 교량이다.


남한강의 목계나루는 1930년대 충북선 철도가 놓이기 전까지 남한강 수운물류교역의 중심지로 큰 마을이 형성돼 뱃길로는 서울에, 육로(陸路)로는 강원, 충청, 경상, 경기에 이르는 큰 길목이었다. 또한 전성기 때 가구 수가 800호 이상 됐던 큰 도회지로 100여 척의 상선이 집결하던 곳이다. 조선 후기에는 내륙항 가운데서 가장 큰 규모였으나, 번성했던 목계장터는 충북선 열차 개통으로 남한강의 수송기능이 완전히 끊어졌고, 1973년에 목계대교가 놓이면서 목계나루의 나룻배도 사라져 목계장터는 쇠퇴했다.



▲신경림 시비.


옛날 충주 목계나루터에는 강배체험관과 전통주막, 저잣거리 등이 재현해 놓았으나 사람의 발길은 뜸한 것 같다. 대신 충주출신 시인 신경림(申庚林, 1936. 4. 6∼)의 시비(詩碑) <목계장터>만 옛날의 번성했던 길목을 지킨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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