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반달형 ‘월탄’·양지바른 ‘가랭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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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반달형 ‘월탄’·양지바른 ‘가랭이’ 마을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9)
  • 기사등록 2022-01-08 08:13:06
  • 기사수정 2023-12-23 16: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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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아침부터 정선군 임계면 용산리에서 오늘의 첫 장도를 내딛는다. 서쪽의 우릉산은 붓 끝 같이 뾰족한 필봉(筆峰)을 자랑하고 재 넘어 너른 들판이 펼쳐지는 월탄마을은 아침햇살에 평화롭다.


마을 모형이 반달형이라 ‘월탄(月灘)’이지만, 남으로 흐르는 골지천이 밤 새 달빛을 받은 여울이 굽이치는 맑은 물은 더 아름답다.


여울 건너면 임계면 낙천리다. 낙천리(樂川里)는 단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골지천이 휘감아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설내, 광산골, 탑거리, 버당말 등이 있다.


설내마을은 뒷산이 석회암 지대로 자연동굴에서 용출되는 석천수(石泉水)로 수만 평 논에 관개수(灌漑水)로 이용되는 귀중한 물이 나오는 곳이라 마을이름이 ‘혈천(穴川)’으로도 부른다. ‘환경농업보전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광산골에는 지금도 금·은을 제련하던 제련장이 남아 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제2의 금광으로 지금도 매장량이 많이 있다고 한다.


                               ▲혈천마을 표지석.


멀리 하천의 퇴적물이 쌓여 섬이 된 하중도(河中島)에 형성된 미락숲을 바라보며 임계천이 흐르는 암내교를 건너 봉산리로 넘어간다. 봉산리는 임계면의 중심이 되는 마을이다. 태곳적에는 황무지로 잡초만 무성하고 특히 쑥이 많아 ‘봉산(蓬山)’이라는 지명을 얻었다.


암내교(岩內橋)는 암내마을 앞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암내’는 주변 산세가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임계천이 골지천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순 우리말로는 ‘바암니[암내동(岩內洞)]’라고 부른다.


어떤 형체도 만들지 않고 여울소리만 만들며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골지천을 따라 말없이 걷다보니 가랭이교가 나온다. ‘암내’와 ‘가랭이’ 같은 신체에 가까운 용어들이 시선을 끈다.


가랭이마을은 산 밑 강변에 위치한 마을로 절경이 아름다우며 양지바른 곳으로 ‘가양(佳陽)’으로 부르다가 사투리의 시대흐름에 따라 가랭이로 변했다고 전한다. 이웃에는 가랭이산(547m)도 있다. 용어야 어쩌든 눈에 보이는 것은 산자수명(山紫水明)하지만 저 아름다운 물 흐름소리를 사진에 담을 수 없어 무척 아쉽다.


                                 ▲가랭이교.


가끔 도로를 질주하며 내달리는 자동차들이 ‘걸으며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도몽(徒夢)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골이 깊은 준령(峻嶺)사이로 문전옥토(門前沃土)가 펼쳐져 귀한 보석같이 다가온다.


산골은 역시 골짜기로 굽이굽이 흐르는 맑은 물과 숲이 어우러져야 한다. 자연의 조화는 길을 걷는 나그네의 참 벗이다. 먼 산 바라보며 지나온 족적도 생각하고, 저 흐르는 물에 띄워 놓은 마음의 종이배에 사랑을 듬뿍 실어 보낸다.




검룡소에서 솟은 물은 자연과 희롱하며 흘러오다 이곳 봉산리에서 구미정이란 정자와 처음으로 조우한다. 구미정(九美亭)은 말 그대로 아홉 가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한 곳으로 조선 숙종(肅宗) 때 문신인 수고당 이자(守孤堂 李玆+田, 1652∼1737)가 당파싸움에 실망해 1689년(숙종15) 기사환국(己巳換局) 때 관직을 사직하고 정선에 내려와 은거하던 중 지은 것이다. 인재양성과 시회(詩會)와 강론(講論)을 하던 곳이다. 현판에는 9가지 풍치를 다시 세분한 구미정 18경이 적혀 있다.


                                  ▲구미정.


‘9가지 풍치’란 ▲개울에서 물고기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비상할 때 물 위에 삿갓(통발)을 놓아 잡는 물막이인 어량(漁梁) ▲밭두둑(전원경치)을 뜻하는 전주(田疇) ▲하천 안에 있는 넓고 편편한 큰 바위섬인 반서(盤嶼) ▲층층으로 이뤄진 절벽인 층대(層臺) ▲정자 뒤편 반석 위에 생긴 작은 연못인 석지(石池) ▲넓고 큰 바위인 평암(平岩) ▲정자에 등불을 밝혀 연못에 비치는 경치인 등담(燈潭) ▲정자 앞 석벽 사이에 있는 쉼터의 경치인 취벽(翠壁) ▲주변 암벽에 줄지어 있는 듯이 뚫려 있는 바위구멍의 아름다움이라는 열수(列峀)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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