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 기자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5일 '포항 북송리 북천수', '안동 하회동 만송정' 및 '예천 상금곡 송림' 등 3건의 마을 숲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해 예고한다.
문화재청에서는 우리 선조의 생활과 사상적 숨결이 깃든 마을 숲을 지난 '03년부터 체계적으로 발굴, 보존하기 위해 '마을 숲 문화재 자원조사'를 실시해 왔다. 마을주민들의 종교적 대상이 되어 온 당산 숲, 마을의 풍수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비보 숲, 휴식을 위한 정자 숲,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방재 숲 등이 대상이다.
이번에 지정예고 하는 경북지역 마을 숲 3건은 '마을 숲 문화재 자원조사' 대상지 94곳 중에서 천연기념물 지정 가치가 크고 보호가 시급한 마을 숲 3개소를 우선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나명하씨는 "이번에 지정되는 3건 외에도 우리 선조들의 풍습과 사상 등이 깃들어 있어 문화적으로 가치가 큰 전통 마을 숲을 발굴, 우리국토의 전통경관과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마을 숲을 지속적으로 보존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이들 전통마을 숲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과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격리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존 활용해 나가는 정책을 마련,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예고 한 이들 마을 숲을 30일간의 예고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지정절차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게 된다.
□ 포항 북송리 북천수
'포항 북송리 북천수'는 포항시 흥해읍 북송리의 2.5㎞ 북천변을 따라 길게 선형으로 조성된 송림으로 규장각에 소장된 '흥해현지도'에도 북천수에 대한 기록이 있다. '한국지명총람'에 북천수 조성유래에 대한 기록과 '조선의 임수'에 1938년 조사 기록이 남아 있는 등 예로부터 매우 유명한 숲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숲 중 3번째로 긴 숲으로 알려져 있다.
북천수는 '한국지명총람'에 "조선 철종 때 흥해군수 이득강이 읍성과 흥해의 진산인 도음산의 맥을 보호하고 북천에 둑이 없어 장마만 지면 수해가 나는 것을 보고 군민을 동원해 북천 제방을 쌓고 4리에 뻗친 북천수를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흥해읍의 수해방지와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풍수상 도음산의 맥을 보호해 흥해읍의 풍수형국을 완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으로 역사적 유래가 깊은 숲이다.
또한, 정월보름날 숲의 제당에서 동제를 지내고 이날 오후 3시 마을 앞산에서 산제를 지내며 전년도에 묻어둔 간수(소금물) 병에 담긴 간수의 상태를 보고 그 해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풍습이 있는 등 오랜 기간 마을 주민들의 신앙적 대상이었던 마을 숲으로 문화·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 안동 하회동 만송정
'안동 하회동 만송정'은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을 감싸도는 낙동강 상류인 화천(花川) 둘레에 퇴적된 넓은 모래밭에 조성된 송림으로 백사장과 맞은편의 층암절벽, 부용대 등의 여러 정대(亭臺)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다.
만송정(사진)은 조선 선조 중엽 문경공 류운용 선생이 하회마을의 풍경을 위해 소나무를 만그루 심고 가꿨다고 해서 '만송정'이라고 불리나, 현재의 숲은 류운용선생의 후손들이 100여년 전에 다시 심어 가꾸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하회마을은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의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또는 지형이 거대한 배가 물을 가르며 항해하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행주형(行舟形)이라고도 하는 길지이나, 부용대의 기가 너무 세 부용대의 불길한 경관적 요소를 차단해 그 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만송정을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하회마을이 풍수상 길지이긴 하나 서쪽의 원지산과 북쪽의 부용대 사이가 낮아 겨울철 북서풍의 피해와 장마철 낙동강 범람의 우려가 크므로 마을을 바람과 모래먼지, 호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대표적인 마을 숲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같이 만송정은 오랜 기간 마을 주민들의 생활과 경관을 위해 조성돼 마을 주민들이 보호하여 온 숲으로 역사적, 문화적, 민속적 가치가 큰 숲이다.
□ 예천 상금곡 송림
'예천 상금곡 송림'은 천재나 전쟁에도 마음놓고 살수 있다는 땅을 일컫는 십승지지의 한군데로 알려져 있는 예천 용문면 금당실 마을의 수해방지와 바람막이를 위해 조성된 송림이다.
금당실 서북쪽에 위치하는 숲으로 오미봉 밑에서부터 용문초등학교 앞까지 약 800m에 걸쳐 소나무 수백그루가 울창하게 조성돼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며 주변에 학교, 농경지 및 민가와 인접해 있다.
상금곡 송림은 상금곡동이 낙동강 지류인 복천과 용문사 계곡과 청룡사 계곡으로 흐르는 계류가 만나는 삼각주를 형성하고 있어 해마다 여름철 하천물이 범람하므로 수해방비와 겨울철 북서한풍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조성했다.
1863년 동학을 전파하던 최제우가 체포돼 처형되는 과정에서 민심이 동요돼 큰 나무들이 일부 벌채되고 1894년 동학혁명 당시 노비구출 비용 마련을 위한 나무 벌채가 심해 1895년(고종 32년) 당시 법무대신이던 이유인이 금당실에 95칸의 집을 짓고 거주하면서 이 숲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오랜 기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보호를 위해 이 숲을 보호하고 관리해 왔을 뿐만 아니라, 마을의 휴식처와 행사의 중심지로 활용되는 등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큰 마을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