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 기자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발자국 지수는 1인당 1.8 헥터(5,445평)인데 한국인의 평균적인 생태발자국은 이보다 두 배나 높은 3.56 헥터(1만1,828평)로 나타났다.
녹색연합과 한화환경연구소는 지난 '03년에 이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2005년 한국인의 생태발자국' 조사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생태발자국 지수는 캐나다 진보재정의협의회(Redefining Progress)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에 의해 개발된 지수다. 사람들의 먹을거리, 교통이용, 주거환경, 소비활동 등 네 가지 일상활동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요되는 자원과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을 측정한 것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자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번 조사는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71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네 가지 일상활동중 먹을거리, 교통 등은 '03년과 차이가 없었으나 소비생활 부문에서는 '03년에 비해 생태발자국이 16.6% 감소했다. 주거생활에서는 13.9%가 각각 감소해 '03년 4.05헥터를 기록했던 생태발자국 지수는 3.56 헥터로 12.1%가 감소했다.
소비생활에서는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한다는 사람들이 19.3% 포인트 증가했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0.2% 포인트 증가한 것이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지난 2년간 한국 사람들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보다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8.6% 포인트 증가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36평형 이상 중대형 주택 거주 비율이 4.9% 포인트 낮아진 것도 주거생활 중의 에너지사용량이나 용수사용량을 줄여 전체적인 생태발자국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밖에 친환경기술의 개발에 따라 같은 소비를 하더라도 지구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서됐다.
또한 자가운전자의 생태발자국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45%가 높은 4.25 헥터로 조사됐다. 특이한 점은 자가운전자의 생태발자국이 교통부문에서 0.46 헥터가 높을 뿐만 아니라 소비 부문에서도 자가운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0.71 헥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운전자중 나홀로 운전자의 생태발자국이 4.85 헥터로 다른 사람과 동승하는 카풀 운전자에 비해 38.6% 만큼 높았다. 이는 결국 자가운전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운전을 하더라도 카풀제를 실천하는 사람이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환경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생태발자국을 낮추기 위해 남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삶의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과 같은 수준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되면 한국인의 생태발자국을 지금보다 지구 0.25개만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성의 생태발자국이 3.82 헥터로 여성에 비해 14%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먹을거리와 주거 부문에서는 성별 차이가 없었으나 교통과 소비 부문에서 남성이 모두 0.24 헥터씩 높았다.
교통부문에서는 남성이 출장 등 사회 활동에 따른 이동거리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주요인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낮은 것도 요인이 되고 있다. 소비부문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여성들이 품질 이외에도 전력 소모량이나 물 사용량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요모조모 평가하고 선택하는 LOHAS (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적인 구매를 하는 반면에 남성은 가격과 품질만을 고려하는 소비활동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가계 운영을 주도하는 주부들이 일상생활에서 분리수거, 물 사용량 및 쓰레기 줄이기, 전기 아끼기 등의 생활양식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녹색연합은 "한국사람들의 일상생활 중에 자가운전을 자제하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며 여성들과 같이 LOHAS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경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단 하나뿐인 지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낮출 수 있다"면서 "국가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친환경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카풀제도의 활성화라든지 환경친화적인 소비에 대한 인센티브제 시행 등의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 한사람, 한사람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를 줄일 수 있도록 적극 실천해 나가야 우리의 하나뿐인 지구를 후손들에게 깨끗이 물려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한 대당 연간 약 901 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으나 나홀로 차량의 경우에는 두 배가 넘는 연간 1,890 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 따라서 카풀제를 실천함으로써 자동차 한 대 당 하루에 약 5.2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승용차가 모두 10부제 운행에 동참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하루에 약 5,720 톤(연간 약 210만 톤)씩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 사용량도 하루 약 220만 리터로 연간 약 1조 2,0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월, 교토의정서가 비준되면서 온실가스 감축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릴 수 있도록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첫걸음이 된다.
이번 조사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생태발자국을 측정했는데,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처음으로 만든 개념인 생태발자국이란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가하는 압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소비수준에 따라 한 사람에게 필요한 자원이 있다. 곡물과 육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토지, 생선 등 바다자원에 필요한 바다면적, 목재와 종이생산에 필요한 산림의 면적, 화석연료를 쓰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는 산림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산출된 우리나라의 생태발자국 크기는 3.4 헥타르로 OECD 회원국 20개 나라의 평균값인 5.25 헥타르에 비해서는 35% 이상 낮은 값을 기록해 OECD 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작은 생태발자국을 나타낸 OECD 국가는 터키, 멕시코 등이고 미국은 9.5 헥타르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