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한강유역환경청(청장 이인수)이 올 3월부터 실시중인 멘토링 시스템은 제1기 멘토인 유역계획과 김덕배↔멘티 김혜진, 환경관리과 김상현↔박민희, 총무과 김동제↔곽태영 등으로 시작해 현재 제5기인 환경관리과장 전춘식↔박용범 커플로 이어지면서 총 36명이 거쳐갔다.
한강청에서 실시중인 멘토링 제도의 실시 이전과 이후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본다.
맨땅에 해딩하는 신규직원
한강청에 배정받기 전까지 2주간의 직무교육도 받았고 청에 와서도 자체교육을 1주일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떨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첫날은 당장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몰라 책상만 지키고 있는데 옆에서 보다못한 선배직원이 관련 문서라도 뒤져보라며 권유하더군요. 아침에 먼 데까지 방문한 민원인에게 시원한 답변도 못해주고 돌려보낸 게 마음에 걸립니다. 업무 파악하느라 한달째 초과근무하고 있지만 민원처리도 기한도 못지킬 것 같아 걱정만 앞섭니다. 주변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도 눈치 보이고 나몰라라하는 선배직원들이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해야하는지 막막해서 한숨만 나옵니다.[행정주사보 시보 김○○]
눈치만 보는 선배직원
신규직원이 같은 팀에 배정되면서 업무분장할 때 제 업무만 하나 더 늘었습니다. 더군다나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바람에 맥이 끊겨 요즘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면박을 줄 수도 없고 귀찮다고 나 몰라라 하기엔 미안하고...
하지만 챙겨주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귀찮게 할까봐 알려주는 것도 꺼려집니다. 챙긴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만 더 피곤할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경력 10년차 환경주사보 최○○]
과거 한강청 사무실의 보이지 않는 갈등
신규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조직에서의 소외감으로 이중고를 겪고 직장선배들은 신규직원들의 질문공세를 귀찮아한다. 선배들은 이로 인한 업무부담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피하며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이러한 신규직원과 기존직원간의 보이지 않는 벽은 신규직원들이 직장에 적응하는 기간을 길어지게 하고 직장 분위기를 저해하게 되는 요소가 된다. 또, 결국 피해는 조직내 뿐만 아니라 민원인에게 이어질 우려가 크다.
신규임용된 직원들에게 일정기간의 직무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룹별 강의식 교육이어서 실제 시급히 해결해야하는 업무 수행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타부처에서 전입한 직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고질적인 문제를 뜯어고치자
한강청내에서도 신규직원들이 주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빠른 시일내 조직에 융화돼 업무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조력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혁신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고 본격적으로 멘토링 시스템 도입을 검토, 혁신과제로 본격 추진하게 된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체계적으로 하자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각 커플별 멘토링 노하우와 애로점을 공유하고 활동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여 멘토링 시스템이 탄력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열린 대화채널을 마련했다.
커플별 멘토링 활동계획을 세워 서로의 계획을 공유하고 벤치마킹하는 등 멘토링 시스템의 체계적 운영을 위한 토론회도 가졌다.
멘토링 커플별 활동계획을 살펴보면 ▲멘토의 업무수행과정 참관을 통한 학습, 현지출장에 멘티 동행[청장, 묵인숙] ▲멘토 가정에의 저녁초대 추진, 멘티 애인 미사리 초청 [환경관리국장, 박용성] ▲서로의 인생계획서 짜주기, 환경관련서적 독서 토론 [유역관리국장, 김미노]▲외부행사에 동반 본부직원들에게 소개하기 [상수원관리과장, 배진욱] ▲금요스터티, 현장학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김상현, 박민희] ▲타임캡슐(6개월 후 자신의 목표를 기록한 후 서로 확인) [허준행, 김창우] ▲출장 동행시 운전연수 시켜주기(장롱면허는 저리가라...) [김동제, 곽태영] 등이다.
이와 함께 청장과 멘티, 멘토가 한자리에 모여 멘토링 활동시 애로점과 멘토링 활동 방향을 중간 점검하는 그린 갤러리 미팅(Green Gallery Meeting)도 매월 가졌다.
이왕이면 재미있게 해보자-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기발하게 챙겨주기로 감동주는 멘토, 우리식구로 거듭나는 멘티---야간 소음측정 출장지에서 멘토인 홍정기 환경관리국장이 격려차 깜짝 방문을 해서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출장지에 그것도 야간에, 정말 뜻밖이었거든요.[측정분석과 행정주사보 시보 박용성]
처녀출장---출장을 처음 나가는데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더라고요. 그런데 멘토가 동행해주어 얼마다 든든하던지, 민원인 앞에서 정중하게 대하는 걸보고 새삼 제가 이제 공무원이라는 게 실감나더라고요.[자연환경과 환경서기보 시보 이미경]
일일 청장 체험---청장님의 일정이 이렇게 쉴틈없을 정도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어요. 기관장으로서 책임감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앞으로 제 미래도 꿈꾸게 됐어요.[유역계획과 행정주사보 시보 묵인숙]
멘티가 멘토의 가정에 초대되거나 멘티의 친구를 사무실에 초대해 멘토와 함께 어울리는 등 멘티와 멘토가 서로의 사적인 영역까지 그 유대관계를 넓혀가 몇몇 커플은 직장 밖에서 형 아우로 통하게 됐다.
멘토는 청내 직원뿐만아니라 외부행사 참석시에도 멘티와 동반해 타기관 직원에게도 소개시켰다. 간부급들과 결연하게 된 멘티들은 멘토와의 만남 자체로도 홍보효과가 확실해서 이를 목격하게 된 직원들이 되려 물어본다. "청장과 함께 있는 저 직원 이름이 뭐냐"고.
선배직원의 다양한 업무 노하우 및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선배직원으로부터 듣는다'라는 시간도 마련(1차 5.25, 2차 5.31, 3차 8.11)했다. 이 시간에는 신규직원의 입사 전후 공무원 조직에 대한 견해를 들으며 선배직원이 신세대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도 된다.
멘티들, 조순 선배와 함께---새내기들에게는 까마득한 선배인 환경부 조순, 지난 5월 25일 '선배공무원과의 만남'을 통해 멘티들은 조순 선배로부터 15여년 동안의 공직 경험담과 업무처리 노하우를 배웠다. 이날 조순은 ▲6개월내 자기 업무스타일로 최고가 되라 ▲아무리 무례한 민원인이라도 다 들어줘라 ▲그러나 예의를 갖추고 끝까지 할말은 하라 ▲만난 사람 또 만난다. ▲직장동료와 너무 성심 성의껏 부딪히지 마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말로 다음을 기약했다.
가까이 있는 것 최대한 활용하기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잘 모르는 내용도 자꾸 접하다보면 귀가 뚫리는 법. 한강청내에 개최되는 세미나와 교육만 해도 한달평균 3차례, 직원들은 있는 기회는 최대한 이용하기로 하고 청내 개최되는 교육과 세미나 일정을 멘티들에게 알려 적극적으로 참석토록 하고 있다.
뭐가 달라졌나
멘토링 제도는 서로 기피하거나 수동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신규직원과 기존직원 사이의 낯설음이란 벽을 쉽게 허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한강청의 조직문화에 든든한 결속력을 갖게 했다. 나아가 공동체 의식과 직장에 대한 몰입을 강화시켜 '일하고 싶은 직장, 출근하고 싶은 직장'으로 조직분위기를 향상시켰다.
이제 저희 멘토를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이라고 부르게 됐어요. 단순히 존칭을 생략했을 뿐인데 홀가분하네요.[총무과 환경서기보 곽태영]
간부급들과 결연해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 리더십에 대한 자연스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멘토와 멘티의 만남은 청내의 중요한 상하 의사소통의 통로도 마련됐다.
요즘 신규직원들의 생각을 듣고보니 멘토링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아마 몰랐을 겁니다. 아랫직원 대하기가 상전보다 어려운 시대인데 이런 계기를 통해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거죠.[측정분석과 사무관 김시복]
서로의 능력을 배양하는 윈윈 효과
멘티는 우선, 직장생활에 신속한 적응을 하게 됐다.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 등과 같은 전반적인 회사 생활이나 담당 업무에 대해 상시적으로 조언을 얻고 대응함으로써, 자신감 있는 조직 생활이 가능하게 된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멘토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관련 지식과 스킬을 보다 빨리 습득하여 단기간에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타부처에서 와서 오히려 신규임용 때보다 더 걱정됐었는데 이제는 믿을 수 있는 오빠같은 멘토가 있어 든든해요. 대학교 새내기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요.[측정분석과 행정서기 강호재]
조금만 늦게 들어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겪었듯이 저 또한 시보 뗄 때까지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속은 속대로 탔었는데, 지금 신규직원을 보니 여유있어 보이는 게 부럽습니다.[측정분석과 연구사 노회정]
멘토는 선배직원은 신규직원으로부터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나 관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 역으로 멘토링을 받는 기대이상의 효과도 거뒀다. 또, 멘티들을 지도·조언하면서 대인 관계 기술이나 리더십 역량도 향상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멘토십 시너지, 양보다 질로 승부
업무 현장에서 1:1로 직접 상호 작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업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강의실을 중심으로 한 일반교육 훈련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학습 효과도 더욱 크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멘토링의 지식 이전 효과는 직무 순환이나 인사 이동이 잦은 공무원 조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란 핑계는 이제 그만
신규직원들은 민원전화가 오면 한동안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라며 민원인의 양해를 구하지만 멘토링 시스템 운영 이후 단순 민원전화 대응부터 민원처리기한 준수까지 더 이상 반복되는 시행착오는 볼 수 없게 됐다.
신규직원들의 업무미숙으로 인한 행정공백을 사전에 예방하고 민원인들을 대하는 자세를 멘토로부터 몸소 습득하여 대민 행정서비스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었다.
멘토링 시스템의 다양한 변신
신규직원들이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사항은 '새내기 길라잡이'로 발간, 체계적인 직장 생활 정보를 신속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단순 반복적인 멘토의 임무를 덜고 부담없이 후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멘토링 활동보고서를 만들어 향후 멘토링 활동에 참고서가 되도록 하는 한편 멘토링 시스템의 조기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돕는다.
멘토링 시스템의 탄력적 운영
멘토는 1명이라는 편견은 버려라---멘토가 1명이라면 공무원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초기 신규직원에게 편협된 사고를 심어줄지 않을까.[환경감시대 토목주사보 박준식]
'선배로부터 듣는다'를 통해 여러 직원들에게 멘토의 기회를 준다. 즉, 멘티도 멘토가 될 수 있다.-역멘토링(Rever0se Mentoring)
제1기의 경우 당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직원들을 멘토로 지정하다보니 멘토의 경력에 대해 일부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제 공무원 경력 2년차라서 아직 저도 잘 모르는데 멘토를 하라고 하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멘티가 되어야 하는데...[지역협력과 행정서기보 박○○]
▶물론 당장 멘토를 다른 직원으로 교체할 수 있었지만 신규직원도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역멘토링'을 시도해 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2기부터는 간부급직원을 멘토로 결연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청장의 제안으로 제2기부터는 간부급 직원들을 멘토로 결연했다.
멘토링 확대 시행
누구에게나 남보다 뛰어난 자질은 있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멘토링을 한다면 직장생활에서 손쉽게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한강청은 앞으로 멘토링을 더욱 다양화해 동호회내, 이질적인 업무로 교류가 적은 부서간의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한 자매결연 형식의 멘토링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