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금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에 대해 온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28·29일 양일간 열리는 이번 당사국 총회는 오는 '12년 이후의 기후변화체제 논의를 위한 워킹그룹(working group) 구성, 온실가스의무감축 국가의 교토의정서 이행점검,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 등에 대해 논의중이다.
우리나라는 이재용 환경부장관을 정부수석대표로 각료급회의에 참가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홍보하고,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게 된다.
<주요의제에 대한 쟁점 및 우리나라 입장>
이번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선진국 의무부담의 적정성,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의 의무부담 참여문제를 포함한 '12년 이후의 기후변화대응체제에 대한 것이다.
EU측은 의무부담 참여확대를 위해 유연한 감축방식을 고려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교토의정서 방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과, 한국, 중국, 멕시코 등 선발 개도국과 중국, 인도 등의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장기적 기술개발의 필요성과 함께 개도국의 빈곤퇴치, 에너지 공급안정성 확보 등의 개도국 주장에 동조하면서, 교토의정서가 '12년 이후의 의무감축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은 상위 15개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며, 이들의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와, 교토체제 한계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개도국은 지구온난화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우선 이행돼야 한다는 원칙과 함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개도국의 감축의무 부담 문제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또, 선진국의 획기적인 기술 및 재정적 지원을 통한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보장, 공평성이 제대로 반영된 감축의무 참여 방식 마련을 주장한다.
이처럼 선·개도국, EU 및 미국 등 각국의 입장차이가 큼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직접적인 의무감축 논의보다는 의무감축 협상을 위한 방법 및 절차에 대해 논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개최국 캐나다의 경우, 의무감축 협상을 위해 워킹그룹(working group) 구성을 제안했으나, EU 및 일본은 작업반 설치를 지지하면서 post-2012 체제관련의 구체적인 목표와 내용이 포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부정적 입장이며 중국은 작업반 설립에 반대하지 않지만 설립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의 이익을 반영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산업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준비가 아직 미흡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 '12년 이후의 의무감축 논의가 올해부터 시작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당사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보장 및 기후변화 대응 혁신기술의 개발과 확산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많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저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할 예정이다.
특정년도를 기준으로 배출 총량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 방식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참여가 곤란하고, 교토의정서상의 부속서1(온실가스의무감축국) 국가의 의무부담 이행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부속서 국가의 의무부담 참여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의무감축 협상을 위한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서는 구성자체는 동의하지만, 워킹그룹에는 지역별, 그룹별로 균형있는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힌다.
이번 회의에서 개도국이 관심을 갖는 의제 중의 하나가 부속서 1 국가의 교토의정서 이행상황 점검이다. 사무국이 제출한 '90∼'03년간 온실가스 배출통계 분석 보고서(자료집 198쪽) 내용을 보면 부속서1 국가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5.9%가 감소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보면 동구권의 경제침체로 인해 약 39.6%의 온실가스가 감축됐으나, 다른 선진국의 경우는 9.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통 및 항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동 기간동안 각각 21%, 51% 증가했다.
이에 대해 개도국은 부속서1 국가들이 교토의정서상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달성하려면 더욱 강도가 높고 실질적인 정책 및 조치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부속서1 당사국 온실가스 감축실적과 관련, 대부분의 국가가 협약에서 규정된 '90년 배출량 수준을 초과했고, 부속서1 국가 전체 배출량이 감소한 것은 주로 동구권 국가들의 경제 침체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이룬 영국도 연료를 천연가스로 전환한 데 따른 일회적 감축으로 지속적인 감축 패턴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의제중의 하나는 국제항공 및 해상운송 연료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국가배출 합계에 포함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다. EU는 국제운송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국가 배출 합계에 포함시키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은 비부속서1 그룹에 대한 내용이 논의에 포함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고 이후 논의 일정을 정하는 문제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비EU 국가들도 논의 자체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EU의 제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국제항공 및 해운 수요 등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향후에도 고율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통계에 포함된다면 우리나라의 배출량 감축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선박의 경우, 전 세계 선박용 엔진의 55% 이상을 생산하는 해운국으로 선박용 대체열기관 또는 배출방지설비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규제하면 우리나라의 경제기반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환경부 조병옥 지구환경담당관은 "이번 논의가 교토의정서에 의거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책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IMO(국제해사기구)를 중심으로 배출량 추계에 관한 기술적이고 방법론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이밖에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의 제도개선을 통한 효율화 방안, 개도국의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능력형성 및 기술지원 방안, 지구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및 인간건강에 대한 영향과 적응방안 등 지금까지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되어 왔던 의제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대표단의 활동계획>
우리나라는 이재용 환경부장관을 수석대표로 60여명의 정부대표단을 구성,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SBSTA), 이행부속기구(SBI) 등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 및 협상그룹에 참여해 의제별 우리나라 입장을 적극 개진하고 논의 동향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내달 7일과 8일 양일간 열리는 각료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노력과 제1차 공약기간('08∼'12)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대한 협상 원칙과 방향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환경협력그룹(EIG: Environmental Integrity Group 한국, 멕시코,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등 5개국으로 구성된 기후변화협약관련 협상그룹) 환경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캐나다와 CDM사업을 위한 기후변화대응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양자 및 다자 차원의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EIG 환경장관회의에서는 '공통적이면서 차별적인 책임원칙' 등 기후변화협약의 원칙 준수,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과 확산을 위한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 필요 등 향후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관한 공동 입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번 회의의 주요 의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공동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의장국인 캐나다와는 양국간 청정개발체제 사업 촉진, 사업담당 기관간 상호협력,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업 촉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청정개발체제사업 촉진을 위한 기후변화대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하게 된다.
또한, 영국, 호주 및 중국 등과의 양자회담 개최 등을 통해 '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체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국가간 협력방안 논의 등 양자 및 다자차원의 환경외교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