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 기자
산림청(청장 조연환)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지리적 여건, 산림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수목장 발전모형'을 마련하고 수목장림(樹木葬林) 조성 후보지 조사에 나섰다.
오는 23일에는 이번에 마련한 '한국형 수목장 발전모형'을 적용, 20세기 국내 최고 임업가로 꼽히며 지난 '87년 타개한 춘원 임종국 선생의 유골을 고인이 평생 가꾸어 온 전남 장성군 편백숲으로 이장해 수목장으로 조성한다.
이번에 산림청이 연구해 마련헌 '한국형 수목장 발전모형'은 고려대 변우혁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28명의 산림, 장례, 종교, 환경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에 의해 이뤄졌다. 최근 국내에서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 영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이 수목장이 발달한 국가의 사례를 참조해 우리 문화와 환경에 맞도록 그 기준을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수목장 부지
'한국형 수목장 발전모형'에 따르면 기존의 공원묘지나 집단묘지 등을 재개발해 신규로 조성하는 공원묘지에 수목장을 접목시키는 방법(공원묘지형)보다는 기존의 산림에 수목장림을 조성하는 방법(산림형)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산림형 수목장이 추가적인 장묘부지가 필요치 않아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연에 인위적 시설을 가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임업 활성화에 유리한 반면 공원묘지형 수목장은 일반인의 사업화가 쉬워 호화스럽고 대형화될 수 있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규모 조성이 용이하고 장기간 안정적 관리가 쉬우며 산불이나 병해충 등 각종 재난에 대한 대응이 가능한 국유림이나 공유림이 사유림보다 수목장 부지로는 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공유림이 비교적 소유주의 변동이 적고 체계적인 산지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려됐다. 입지선정의 중요도에 있어서는 숲의 아름다움과 접근성 순으로 중요하고 규모에 있어서는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30∼50ha가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 추모목
추모목은 화목(花木)이나 관목(灌木)의 경우, 아름답고 수종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으나 유지관리가 어렵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며 일반 산림지역에 적용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일반 산림지역에 손쉽고 값싸게 대량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목(喬木)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추모목 식재에 있어서는 추모목을 새로 심는 것보다는 기존에 자라고 있는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나무의 생육이나 비용, 관리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분골의 처리
분골의 처리방법은 분골을 흙에 직접 묻는 경우와 종이 등 용기(완전생분해성 용기)에 넣어 묻는 경우로 나뉜다. 직접 묻는 경우는 아무런 보조기구 없이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분골이 쉽게 분해되나 고인에 대한 정성이 약하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용기에 넣어 묻는 경우에는 고인을 정성스럽게 모신다는 느낌은 있으나 분골의 분해기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전체적인 큰 틀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돼 분골 처리에 있어서는 두 방법 모두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부착물
추모목과 그 주변에 약간의 시설물을 설치하는 경우와 일정표식 외에는 일체의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목장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 수목장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장묘비용을 근본적으로 줄이자는 안이 지배적이다. 수목장을 묘지시설로 인식해 이를 기피하는 님비현상이나 이에 따른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표식 외에는 일체의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 편의시설
스위스처럼 일체의 편의시설이 없는 형태와 독일과 같이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있는 형태로 구분된다. 한국형 수목장에서는 국민의 이용편리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시설물로 작은 관리사무소, 간이 화장실, 간이 주차장, 산책로 주변 의자, 안내 표지판 등을 설치하는 수준의 편의시설을 권장한다.
이번에 한국형 수목장 발전모형을 마련한 산림청은 이를 기준으로 최근 전국 국유림을 대상으로 수목장림 조성 후보지 선정작업에 들어가 11월 현재 이미 10여개의 1차 후보지를 선정하고 올해 연말까지는 후보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호 수목장(故김장수 선생 김장수 교수, '04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