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 기자
사람을 즉사시킬 만큼 무서운 살모사의 독에서 사람을 살리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독이 약이 되는 셈이다. 발상의 전환이 공포의 뱀독을 우리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변신시키는 중이다.
뱀의 독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쳐 호흡 장애와 심장 활동을 마비시키는 신경성 독과, 혈관계통과 신체 조직에 해를 끼치는 혈액성 독이다. 이밖에 바다뱀의 독은 근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코브라 무리가 가지고 있는 독은 신경성이며, 우리나라에도 있는 까치살모사를 비롯한 북살모사 등 살모사 무리가 가진 독은 혈액성 독이다.
11일 특허청에 따르면 뱀독을 이용한 특허출원 현황은 지난 '86년부터 작년까지 총 33건이 출원됐다. '93년까지 연 1건 정도였으나 '96년 5건, '99년 4건, '00년 6건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출원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출원 4건, 일본출원 2건, 기타 영국, 독일, 스위스, 핀란드, 호주 등이 각 1건씩 출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이 분야에 대한 의약품 개발 역시 선진 의약 강국인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가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뱀독 이외에도 치명적인 독을 약으로 바꾸는 연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독을 약으로 실용화함에 있어 어려운 과정인 투여량 조절, 대량생산 등의 난제들이 생명·유전공학 등을 중심으로 자연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해결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허청 약품화학심사담당관실 최원철 사무관은 "뱀독으로부터 항암제 등의 개발은 암환자는 물론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대한 발병의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발상의 전환으로 정직하게 땀 흘리는 자가 인류에게 건강이라는 행복을 선사하고,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