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 기자
멸종위기의 동물인 고래 보호를 위해 지난 '87년부터 국제사회에서 상업적 포경을 전면 중단시켰으나 일본이 과학목적을 내세워 포경을 강행, 이에 대한 국제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포경선단이 2005·2006시즌 포경에 착수, 지난 8일 남극해로 출항한 것과 관련,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고래보호를 염원하는 다수 국민과 함께 일본의 포경재개를 강력히 규탄하며 여러 가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인류 공동의 자산이자 미래인 바다생태계를 무참하게 해치는 포경행위를 확대하는 일본은 더 이상 아시아와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고래를 잡고 있는 나라로 "이번 시즌부터는 과거의 2배 이상 포경규모를 늘리겠다"고 지난 6월 울산에서 열린 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남극해역에서 일본의 밍크고래 포경장면--그린피스 제공
올 상반기 국제사회 환경 NGO들의 노력으로 울산 IWC회의는 일본과 일부 나라들의 상업포경재개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고래보호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IWC는 일본의 포경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여러차례의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일본은 과학목적이란 미명아래 고래잡이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IWC의 결의안은 "고래를 죽이지 않고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주 호주에서 진행된 국제회의인 남극생물자원보전회의(CCAMLR)에서도 일본의 포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남극은 세계공원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지구 생태계의 근간인데 상업포경을 피해 남극해역에서 겨우 살아남은 고래를 잡으면 남극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JARPAⅠ(Japanese Research Program Under Special Permit in the Antarctic)이란 이름으로 지난 18년 동안 남극밍크고래만 6,800마리나 잡았는데 모두 '과학연구' 목적을 빙자한 것이다.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이전 31년 동안 일본이 과학목적으로 잡은 고래가 840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과학포경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일본이 잡은 고래는 매년 3,000톤씩 상업적으로 일본 국내에서 거래됐는데 5천만 달러의 시장규모다. 결국 돈벌이 목적으로 멸종위기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구촌 환경과 동물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까지도 일본의 파렴치한 반생명 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올해부터 JARPAⅡ 계획에 따라 이전의 2배 이상 규모로 남극밍크고래를 매년 850마리 이상 잡겠다고 나섰다. 밍크고래만이 아니라 처음으로 혹등고래와 참고래까지 각각 50마리씩 잡겠다고 한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전세계에서 연구목적으로 고래를 잡은 총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환경연합은 "한국정부(해양수산부)도 지난 6월, 일본의 방법을 따라서 '돌고래를 시작으로 과학포경을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의적 혼획과 불법포경이 판치고 울산에 세워진 고래박물관의 내용은 사실상 포경박물관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고래잡이에서 고래관광으로 전환해 고래생태계를 복원시키면서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래관광 전문가에 따르면 전세계 87개 국가에서 900만명 이상이 고래관광을 즐기고 있으며 관련 경제수입은 10억달러에 이른다. 고래관광은 매년 18%이상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연합은 "양심적인 일본내 환경보호시민들이 자국정부에 항의하고 고래고기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전개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한국정부도 과학포경계획을 취소하고 고래보호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나라들이 포경을 금지시키고 고래보호구역을 설정하고 고래관광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데 일본과 한국은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헤매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