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올무에 걸린 반달곰(장강21, ♂)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가운데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려 탈진한 상태로 발견돼 긴급 후송, 치료했지만 끝내 오늘 새벽 숨을 거뒀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해발 400m에 위치한 지리산(구례군 토지면) 인근 문수저수지 오른쪽 상부의 밤나무과수원에서 20m 떨어진 곳에서 지난 3일 오전 11시경, 올무에 걸린 수컷 반달곰 '장강21'이 발견됐다.
'장강21'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7월, 2차로 방사한 북한産 반달가슴곰 8마리 가운데 한 마리로 공원경계 밖 약 1km 떨어져 있는 밤나무농장 20m 상부지점, 마을로부터는 약 1km이상 떨어져 있는 산 속에서 발견됐다.
사고지점에서 발견된 '장강21'은 하반신(허리)이 멧돼지 포획용 올무에 걸려 있었다. 발톱으로 나무를 긁은 흔적과 나무를 물어뜯은 흔적 등이 확인됐으며 몹시 탈진해 움직임이 미약한 상태였다.
공단 반달곰복원팀은 사고를 당한 '장강21'을 곧바로 생태학습장 사육사로 이송 조치한 뒤 김영대 수의사(온누리 동물병원 원장)의 협조로 상처부위인 배를 치료했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동시에 감염된 부위를 제거하는 등 이날 오후 2시30분경 상처 치료를 마쳤다.
◀상처소독 등 치료중인 반달곰 '장강21'
당시 치료를 담당한 김영대 수의사는 "상처치료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소견을 밝혔으며 실제로 이날 오후 3시30분경 '장강21'은 마취에서 깨어나 움직임을 보였다.
1시간 뒤인 4시30분에는 곰의 상태를 파악한 후 밀죽, 참치 등 먹이를 공급했으며 이에 '장강21'이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먹이를 섭식하자 반달곰복원팀은 곰이 소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9시경부터 곰의 호흡수가 줄고(정상시 약 20회→12회 내외) 체온(정상시 약 39℃→약 34℃ 내외 하강)이 내려가면서 다시 비상이 걸렸다.
반달곰복원팀에 소속된 수의사 정동혁씨가 김영대 원장의 자문을 받아 응급처치술을 시행, 오후11시 20분경 호흡수가 정상회복(약 22회) 기미를 보이고 이튿날 새벽 0시25분께는 체온도 소폭 상승(36.5℃)하는 듯 했으나 10분 뒤 경련과 구토증세를 보이다 오늘 새벽 0시 40분에 결국 사망했다.
◀마취에서 깨어나 밀죽을 먹는 반달곰
이에 앞서 올해 8월에도 방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북한産 암컷 반달가슴곰 '랑림32'가 밤농장 주변에서 올무에 걸려 폐사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공단 반달곰복원팀이 공원 밖 사고인근 지점에서 활동중인 곰을 곰스프레이 등으로 위협, 상부 공원 지역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공단 반달곰복원팀은 '장강21'이 지난달 29일경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오늘 전남 구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환경부는 반달곰 사고가 잇따르자 공원내·외지역에 대한 불법올무 제거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토록 지시하는 한편 '곰복원협의체', '명예곰관리팀'을 통해 주기적으로 공원구역 내외지역 불법엽구 수거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곰관리경계선을 설정·관리하고 지역주민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 관리대책을 마련, 시행할 예정"이라며 "곰 피해예방시설 설치를 확대하고 곰관리팀도 조직과 기능을 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지리산에 방사된 방사곰 20마리중 2마리(랑림, 장강)가 폐사하고 1마리(칠선)는 적응에 실패해 회수됐다. 또, 3마리는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실제로 관리되는 곰은 현재 17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