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기 기자
우리나라 근로자 두 명중 한명은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자신들의 자녀가 회사원보다는 법조인·의사 같은 전문직이나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가 서울 소재 제조업체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교육 및 직업과 관련한 근로자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2%가 자녀가 법조인·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공무원(23.8%), 교직원(10.4%), 개인사업가(7.6%) 등을 선호했으며, 기업체 임직원은 1.6%에 불과했다.
자녀직업 선택의 기준으로는 ‘적성 및 소질(54.8%)’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으로 발전가능성(24.4%)과 고용안정성(12.0%) 순으로 조사돼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자녀의 개성과 선택을 존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금(4.2%) 등 금전적인 측면보다는 발전가능성(24.4%)과 고용안정성(12.0%)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의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절반에 근접한 46.0%가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지칠 줄 모르는 조기교육 열풍의 세태를 반영했다.(매우 긍정적 8.4%, 다소 긍정적 37.6%, 다소 부정적 48.2%, 매우 부정적 5.8%).
조기 유학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로는 ‘우수한 학습 환경’(39.6%)과 ‘어학능력 향상’(37.4%)을 가장 많이 꼽은 반면 ‘국내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라는 응답은 12.6%에 그쳐 다소간의 부담이 되더라도 조기유학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상당수 근로자들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국내근로자들은 현재 직업에는 대부분 만족하면서도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러한 불안감이 자녀직업 선호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73.2%에 달한 반면 고용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도 46.2%(매우 심각 11.4%, 약간 심각 34.8%)로 과반에 육박해 국내 근로자 두 명 중 한명은 중도 퇴직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불확실한 직장생활을 반영하듯 향후 근무가능기간에 대해 10년 미만 응답이 전체의 64.0%로 큰 비중을 보인데 비해, 정년퇴직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은 24.6%에 그쳤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향후 근무가능연수를 짧게 예상하고 있었다. 20대 근로자들의 91.2%가 향후 근무가능연수를 10년 미만일 것으로 응답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전방위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근로자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음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45.0%의 근로자가 현재 전직을 검토중이거나 장기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사유로는 ‘현 직장의 비전 미흡’이 29.8%로 가장 많았으며, ‘수입 등 현실적인 이익’(27.1%), ‘개인 적성 발휘’(25.8%), ‘고용 불안에 대비’(16.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근로자들이 정작 직장을 잃을 경우에 대비해서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 실제로 구조조정이나 퇴직시 잠재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49.0%)의 근로자가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가운데, 나머지는 ‘창업정보 수집’(16.0%), ‘각종 자격증 준비’(13.05), ‘어학 능력 향상’(11.2%) 등을 통해 퇴사 이후를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의 지나친 전문직 쏠림현상은 자칫 효율적인 인적자원의 활용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인재가 몰릴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