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일본 쌀 브랜드 속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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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일본 쌀 브랜드 속지말자” 국내 재배 일본품종 ‘밥맛 없어요’ '고시히까리' 상표 상당부분 가짜 소비자 호감 악용한 얄팍한 상술
  • 기사등록 2005-04-03 10: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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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 쌀 중 일본 품종인 ‘고시히까리’ 등으로 표기돼 판매중인 쌀 상당부분은 가짜로 나타났다.


3일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원장 이성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일본 품종들은 우리나라 전체 벼 재배면적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일본 품종의 품질이나 문제점이 소비자에게 잘못 알려지고 계속 고급 브랜드로의 유통을 방치할 경우, 국내 소비자의 인식 고착으로 올 하반기 이후 수입쌀이 시판될 때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거나 일본에서 생산된 ‘고시히까리’ 쌀이 아닌 호주 또는 중국산 품종 미상 쌀이 ‘고시히까리’라는 이름으로 위장 반입돼 국내 고품질 쌀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도 있다. 실제 쌀 시장 개방 후 자국시장 보호에 실패한 대만은 가짜 쌀이 호주산 ‘고시히까리’로 위장돼 자국산보다 높은 가격으로 유통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일부 소비자의 막연한 일본 품종에 대한 호감을 악용, 우리 품종보다 고품질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해 고가를 받으려는 얄팍한 상술에 기인한다.


그러나 ‘고시히까리’ 등 일본 품종들은 일부 농업인, 가공업자 및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품질과 식미가 우리 품종보다 우수하지 못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 쌀을 갖고 고품질 일본 품종으로 포장, 유통시켜도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농업인과 소비자들에게 일본 품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시히까리'우리나라에서 80년대에 이미 실패한 품종


농진청 작물과학원은 ‘고시히까리’ 등 일본 품종은 대부분 조생 품종으로 밥맛은 우리나라 고품질 품종인 일품, 화성 등과 비슷하거나 약간 못하다고 밝힌다. 외관과 도정수율은 조금 나으나, 다른 재배 및 품질 특성들이 아주 열악한 약점을 갖는다고 한다.




◀고시히까리의 도복 정도 (’02, 경기도원)-경기이천, 표준시비(11㎏/10a)포장


일본품종은 우리나라 품종들에 비해 도열병 등 병해충에 매우 약하다. 특히 큰 키로 인해 도복 등 각종 기상재해에 취약하며, 단위 면적당 수량 역시 우리 품종에 비해 평균 15%이상 적은 품종들이다. 지난해 전북 김제 등 몇몇 지역에서는 도복과 병해가 만연해 우리 품종들에 비해 65~70% 수확에 그쳤다.


작물과학원에서는 이미 지난 ‘85년부터 20여년 가까이 우수한 외국 품종의 국내 도입을 위해 일본 품종에 대해서도 특성과 품질을 면밀히 검토해 오고 있다. 시험결과, ‘고시히까리’는 우리 고품질 품종인 일품벼에 비해 20cm 이상 키가 커 해마다 발생하는 도복과 300평당 420kg 정도의 낮은 수량성, 심한 목도열병 발생 등 여러 가지 결정적 단점이 발견됐다.


또, 국내 품종에 적용되는 엄격한 등록 요건과 장려품종 추천 기준에 미달해 전국적인 재배 추천은 불가능했고, 다만 일본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경기도 일원에 재배토록 품종 등록이 되어 있다. 따라서 이같은 기상악화시 급격한 수량 감수와 품질 저하의 피해는 고스란히 재배 농가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가공업자들은 일본 품종의 쌀 품질이 좋기 때문에 농민 재배를 권유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들 품종들을 일본 현지에서 직접 재배해 생산한 쌀의 밥맛도 우리 품종과 견줘 조금도 더 나을 것이 없음이, 일본의 쌀 도매업자가 참여한 객관적 식미 비교시험을 통해 이미 95년에 입증됐다. 더구나 일본 품종을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게 되면 기후생태가 달라 밥맛이 일본 현지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특히 우리가 개발한 고품질 품종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시히까리의 도복 정도 (’02, 경기도원)-경기 평택, 질소 6㎏/10a시용 포장


최근 일본 품종을 이용한 일부 브랜드 쌀이 소비자보호단체가 주관한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사례가 있어, 마치 이것이 일본 품종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그러나 쌀 브랜드의 품질 요인은 품종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생산 및 가공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품종이라도 재배 적지에서 세심한 비배관리와 등숙을 양호하게 재배하고, 이후 고품질을 유지토록 수확 및 건조 저장과 조제 가공을 잘 해줘야지 이를 잘못하면 최종 상품인 브랜드 쌀의 품질은 나빠지게 된다. 일본 내에서 ‘고시히까리’ 쌀도 생산 지역별로 품질과 밥맛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품질 등급이 특품(특A)에서 중질(B-)까지 5등급으로 나눠지고 있으며, 가격도 브랜드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부 RPC에서는 소비자의 일본산 제품에 대한 동경 및 선호 경향에 편승, 특화된 판매 전략으로 이들 일본 품종을 고가 브랜드화 하고 있다. 일본 품종들이 우리 기후 풍토에 맞지 않아 재배특성이 매우 열악한데다 밥맛이 좋고 우수한 우리 품종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것이다. 실제 전북의 한 농가는 수량도 나쁘고 재배가 까다로운 ‘고시히까리’를 재배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RPC에서 전량수매를 조건으로 재배를 권유해 품종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작물과학원장 이성희 박사는 “우리나라에는 각 지대별 기후풍토에 맞는 다양하고 우수한 우리 품종들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며 “소비자의 막연한 외국 품종에 대한 선호 경향을 악용, 일본 품종의 품질을 과장하고 속이거나 뒤섞어 놓은 가짜 브랜드쌀을 불합리하게 고가로 판매하는 잘못된 시장 질서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소비자들도 일본 품종의 밥맛과 품질이 우리 쌀에 비해 별로 좋지 않은데도 잘못된 선전에 현혹당하거나 막연한 외국 품종을 선호하는 그릇된 선입견에 따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우수한 품질의 우리 품종 쌀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도록 해야만 이후 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리 쌀 산업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은 시중 유통 쌀의 품종 혼입을 막기 위해 RPC에 대한 꾸준한 기술 지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전체 브랜드 쌀의 품종 혼입율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금년에는 RPC 및 각 생산업체에게 품종 혼입율 등을 통보하고, 내년부터는 조사내용을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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