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김창길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환경연구팀장)
정부의 화학비료에 대한 가격보조는 식량증산이 절실했던 시기에 농산물 생산비용을 절감시켜 증산을 유도하고,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화학비료에 대한 지원정책으로 대표되는 '비료판매가격 차손보전사업'은 구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비료를 농가에 보급하고 일정부분의 차액을 정부가 비료업계에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화학비료에 대한 가격차 보전액은 매년 약 800∼1,000억원에 달해 그동안 총 1조 1,000억원 정도를 재정에서 충당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화학비료 절감을 통한 친환경농업 육성이 주요한 농정목표로 제시되면서 화학비료 가격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화학비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년 7월1일부터 폐지하게 됐다.
화학비료에 대한 가격보조금 폐지는 단기적으로 비료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그동안 화학비료를 사용해온 농민들에게 생산비를 증가시켜 경영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농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그동안 가격보조의 우산 속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으나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수요량 감소에 따른 시장규모 감소와 수입비료의 증가가 수반될 것으로 전망돼 불안한 기색이다.
미래농업의 성장 동력으로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이상 화학비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는 시대적 상황임을 수용하고 그동안 지원된 화학비료 보조금에 상당하는 지원이 다시 유기질비료 확대 등 환경친화적 비료시장 확대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화학비료에 대한 유력한 대체재로 제시되고 있는 축분 퇴비와 액비 등 유기질비료에 대한 관심 증가는 친환경축산 발전의 관건인 가축분뇨 처리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시사하고 있다.
농림부는 화학비료에 대한 보조금 감축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축분 퇴비를 중심으로 한 유기질비료 소비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유기질비료에 대한 지원물량과 지원액을 올해는 70만톤에 245억원, 내년에 120만톤 420억원, '07년에는 150만톤에 675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화학비료 수요는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습관과 이용의 편리성 등으로 가격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으므로 정부의 유기질 비료에 대한 지원계획이 보다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제로 화학비료의 대체재로 축분 퇴비를 사용하는 경종농가의 선호에 부합하는 양질의 축분퇴비가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경종농가의 입장에서는 화학비료보다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고 양분관리 측면에서도 친환경농자재로 축분퇴비 사용이 유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한다면 축분퇴비와 액비 등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농가와 경종농가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농가단위 또는 지역단위 순환농업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교육훈련, 기술지원, 모니터링 시스템 등 인프라가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프로그램 수립, 추진돼야 한다.
화학비료산업의 경우, 보조금 지원중단을 계기로 비료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국내 비료시장이 시장경쟁 체제로 전환하면 비료산업 전반에 자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화학비료 가격인상에 따른 비료 소비량 감소와 최근의 국제 원자재 및 유가상승 등으로 비료산업의 여건은 단기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쟁적 여건변화에 대응해 적절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비료산업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