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前군산대 외래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도로 복개율과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각종 도로는 거미줄처럼 늘어져 야생동물들을 강제 격리시키고 때로는 야생동물들이 도로상에서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편익에 의해 만들어진 도로로 인해 야생동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버티는 실정이다.
동물분포에 대한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가 바로 야생동물 죽음으로 나타난다. 야생동물 분포는 산림의 우거짐과 식수의 분포에 따라 매우 다양한 분포를 나타내며 계절별 활동 양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도로 건설시 충분한 장기 모니터링은 필수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통과되면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다. 이 또한 자연의 소리를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철저히 막은 것이다. 이러한 조사 미비를 막기 위해 사후환경영향조사가 존재하기는 하나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한 생태계 영향을 감지한 후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몇 건이나 되는지 되묻고 싶다.
야생동물의 생태적 분포파악은 신설도로에 의한 야생동물의 영향을 미리 예측 평가하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정확히 측정돼야 한다. 이러한 예측평가는 해당지역별로 서식하는 각종 야생동물의 종 구성, 종 분포, 계절적인 변화, 산란장소, 서식처, 일상행동권, 조류의 서식공간인 식생파악 및 주변 수환경요인 등 전반적인 생태조사가 수행돼야 한다. 보호대책 또한 해당서식 동물별로 다양하게 세워져야 하고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인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속도로건설에 따른 종합적인 야생동물 분포파악은 물론 그 대책 또한 미미한 실정이다.
이렇듯 자연의 소리를 귀 담지 않는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통해 혹시(?) 야생동물 분포가 확인됐다 하더라도 보호방안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야생동물의 분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 최소한의 영향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최소한의 영향지점은 무조건 도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장기 모니터링으로 야생동물 분포를 파악해야 하며 도로로 인한 생태적 격리가 야생동물 분포에 치명적일 경우 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어 그 영향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
또한 야생동물이 도로로 이입되지 않도록 이입차단막을 설치해야 한다. 이입차단막도 무조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 분포를 파악하고 주로 분포하는 종을 감안해 높이 조절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이 도로로 이입됐을 때는 야생동물은 물론 운전자에게도 위협요소로 작용하여 사고를 유발시키게 된다. 필자도 도로주행 중에 고라니, 청설모, 토끼 등의 야생동물을 도로상에서 마주치거나 사체를 마주하면서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만약 커다란 고라니가 달리는 차 앞에 그 맑은 눈을 깜빡이면서 운전자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운전자도 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야생동물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 사람에게 길을 내주고 산도 내주었을 뿐인데. 우리들은 야생동물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로 보답(?)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로에서 죽어간 야생동물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고 태어날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를 위해 도로건설 예정인 곳은 철저한 장기 사전조사를 시행해야 하며 현재 건설된 곳은 도로상에 야생동물 사체 출현이 빈번한 곳을 중심으로 동물이동통로와 이입차단막을 설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야생동물의 씨를 말리게 될 것이며 결국 생태계 단절은 결국 인류의 생존에도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야생동물의 이동통로 확보가 기초조사 부족으로 어렵다면 녹지자연도가 높은 곳 또는 야생동물 출현이 빈번한 곳, 야생동물 사체가 자주 발견되는 곳을 중심으로 고속도로상의 야생동물 이입 차단막을 먼저 설치한 후 기초조사를 실시해 생태통로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로건설 전에는 도대체 무엇하고 이제 와서 기초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러한 행태는 야생동물의 씨를 말리겠다는 처사와 다름없다. 관계당국은 야생동물을 고려하지 않고 도로를 개통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환경이 인간에게 언제까지 너그러울 수 있는지 실험적 한계도출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