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 기자
美공군 폭격장으로 사용된 매향리 사격장의 심각한 중금속 오염이 재차 확인된 가운데 민통선 지역에서 35년간 방치된 미군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는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 환경오염정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 SOFA 조항에는 반환 이후 환경오염에 대한 조항이 없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26일 매향리미공군폭격장철거를위한주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진행한 매향리 농섬 토양오염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드뮴, 구리, 납 등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납은 최고 2,500㎎/㎏이 검출돼 토양오염 기준치(100㎎/㎏)를 25배나 초과했는데 이는 전국 토양 평균 검출치(4.8㎎/㎏)의 521배에 달하는 수치다. 카드뮴도 최고 2.13㎎/㎏이 검출돼 토양오염 기준치의 1.4배, 전국 평균 검출치의 21.3배를 초과했다.
집중 포화지역인 농섬의 중금속 오염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난 '00년 녹색연합의 자체 조사에서는 납이 최고 845mg/kg이 검출됐고, 크롬은 0.86mg/kg까지 검출됐었다. 우리나라 공장용지의 평균 납 농도는 34.884mg/kg으로 농섬은 이보다 24배나 높은 수치다.
녹색연합은 "현재 SOFA 환경분과위원회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주한미군과 매향리의 한미 환경오염조사 세부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파주, 춘천 등 다른 지역의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 사례를 보면, 조사 과정이 폐쇄적이며 주민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반환 미군기지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공동 오염조사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반환前 발견되는 오염은 미군측 비용으로 정화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환 이후 발견되는 오염을 미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독일의 경우, '99년 라인마인협정에서 반환 후 3년 이내에 발견된 오염이 미군기지로 인한 것일 때 미군이 정화하도록 한 것은 반환 이후에도 오염이 발견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미군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하던 부지에서 계속 쓰레기가 발견됐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민통선내 '70년까지 미군의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하던 곳에서 탄피, 탱크 부품 잔해 등이 발견됐다. 아직도 미군 쓰레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매립된 쓰레기의 양이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이후 '72년에야 이 땅을 다시 찾은 토지 소유주는 "개간 당시부터 유리병 조각이 발견됐다"며 "유리가 너무 많아 맨손으로 작물을 심지도 못하고 비료를 줘도 싹이 안 나와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연합토지관리계획을 비롯해 한·미 합의를 통해 향후 수년에 걸쳐 46개가 넘는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이다. 반환을 앞두고 올해 파주 6개, 춘천 1개 등 9개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오염조사 결과와 정화 계획에 대해 알려진 바 없다.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는 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미 양측 위원장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관련 정보를 언론과 대중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이 거부할 경우,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까지 공개하지 못해 국민의 알 권리가 크게 침해되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미군기지의 반환 후 오염된 땅을 매입자나 소유자가 처리해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발생하게 되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국방부와 환경부는 반환 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와 정화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