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환경부 연구용역 71억원이 적절한 심의를 거치지 않고 발주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시민환경연구소(소장 장재연 아주대 교수)가 '03년부터 작년까지 2년간 환경부 본부 및 국립환경연구원에서 발주한 연구용역 실태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나타났다.
17일 단병호 의원실에 따르면 조사기간('03∼'04) 환경부 연구용역 수의계약은 83.9%인 204건, 176억원에 달했다.
연구용역 총 243건의 연구비 총액은 247억원이었으며, 수의계약 방식으로 입찰 공고가 이뤄진 것이 180건(74.1%, 129억6백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자유·제한·지명 경쟁으로 공고됐으나 유찰돼 수의계약된 과제를 합치면 전체 계약의 83.9%인 204건(176억5,600만원)에 달한다.
수의 계약으로 입찰 및 최종 계약된 204건에 대한 수의계약 선정 사유를 확인한 결과, 60.8%가 해당 연구기관이 발주, 연구과제와 관련한 연구경험이 있거나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17.2%는 '특정인의 기술을 요하는 용역으로서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시행령 제26조제1항제4호 차목에 의거'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으며, 계속사업의 특성으로 인해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9.3%였다.
단병호 의원은 "연구결과가 환경정책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됨을 감안할 때, 83.9%의 연구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연구용역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질 경우, 발주자가 연구기관을 임의 선정함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 이외에도 공정한 기회의 박탈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또, "수의계약 선정이 KEI, 환경관리공단 등 소수 연구기관에 집중되고 수행 경험을 이유로 연구 의뢰가 지속된는 관행은 앞서 연구를 수행해 실적을 남겼던 특정 기관이 이후의 연구 역시 독점하게 될 우려를 낳는다"면서 "연구 기관 선정을 위한 명확하고도 구체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유·제한·지명 경쟁방식으로 공고된 63건의 연구과제들 중 환경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 60건을 대상으로 입찰 공고기간을 확인한 결과, 환경부 연구용역의 입찰 공고기간은 최대 31일이었다. 10∼15일 미만인 경우가 42.4%로 가장 많았고, 공지기간이 15일 미만인 경우가 84.7%였다. 평균 공고기간은 11.9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명시된 10일 전 입찰공고를 지키지 않은 연구과제도 42.4%였다.
즉, 평균 공고기간은 12일에 불과해 연구 주제에 맞는 연구팀을 구성하고 예산안을 포함한 세부적인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사전 준비없이 불가능해 다양한 기관의 응찰을 가로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 의원은 "현재와 같이 현실적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고 기간을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자유·제한·지명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고된 연구과제들 중 법정 공고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42.4%였다는 점을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년간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에서 발주된 연구용역에 대한 심의여부 확인결과, 연구과제의 36.2%(88건)가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심의 상태에서 발주된 연구 88건의 연구비 총액은 71억여원(연구비 총액 대비 28%)이다.
환경부훈령 '환경연구과제심의위원회운영규정'에 따르면 환경연구과제심의위원회는 환경부(소속기관 포함) 및 산하단체에서 주관하는 거의 모든 연구과제에 대해 심의를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사·중복과제를 통합조정하고, 연구과제 및 주관기관을 선정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 의원은 "심의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연구용역을 발주해 71억원의 예산을 지출한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96년 제정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환경연구과제심의위원회운영규정'을 변화된 현실에 맞게 개정, 연구과제 선정·관리·평가에 이르는 연구사업 관리체계 전반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