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기 기자
"형편이 어렵고 불우한 환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칠순의 노인이 서울적십자병원에 3억원이란 큰 돈을 기부했다.
선행을 실천한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칠십대 중반의 오길순(75) 여사.
별도의 전달식을 극구 사양한 오 여사에게 감사의 마음은 전해야 한다며 간청을 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조촐한 성금 전달식을 가졌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의 오길순 여사는 "최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오던 중 이곳에 와 보니 아직도 생활이 어려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그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길순 여사는 "제 자신은 감사하게도 큰 병치레 없이 지금까지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다. 필요 이상의 돈이란 과분한 것. 마음에 사치마저 거북스러워 평소에도 검소하게 생활하려고 한다"며 수줍어 했다.
오 여사는 이어 "적십자병원과 많은 인연이 있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부끄럽지만 지금도 몇 명의 불우한 아이들도 돌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다보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생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세웅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3억원이라는 큰 돈을 선뜻 기부해주신 숭고한 뜻에 감동을 받았으며, 그 뜻을 기려 항상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한다는 적십자의 인도주의를 실천하는데 소중하게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