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태안 해수욕장과 인근 주거지역의 대기중 벤젠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돼 정밀 역학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이 대전시민환경연구소에 의뢰해 태안 기름유출지역 해수욕장과 인근 주거지역의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 농도를 조사한 결과, 측정지점 24개소 모두에서 벤젠(Benzene)의 오염도가 일본 기준(0.94 ppb)을 초과했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이 '인간에게 확실한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에 속한다. 벤젠은 1㎍/㎥(약 0.3ppb)의 농도로 평생 노출될 경우 100만 명 중 6명, 17㎍/㎥(약 5.1ppb)로 노출될 경우 1만명 중 1명꼴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벤젠을 오랫동안 취급하는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백혈병 발병 가능성이 20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결과, 24개 조사지점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오는 2010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대기환경기준 5㎍/㎥(1.5ppb)을 초과한 지점은 19개 지점(79%)이었다. 가장 높은 벤젠 농도를 보인 곳은 구례포 해수욕장으로 1.94ppb가 검출됐으며, 그 다음으로 이원면 만대포구(1.91ppb), 학암포 해수욕장(1.88ppb)의 순이었다. 구례포 및 학암포 해수욕장에서는 일반 대기환경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1,4-디클로로벤젠이 각각 0.82ppb, 1.29ppb의 농도로 검출되기도 했다.
신경독성물질인 톨루엔이나 여타 휘발성 물질은 그다지 높은 농도로 검출되지 않았다. 해안가에서는 공단에 인접해 있지 않은 한 이들 물질이 검출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원유 유출로 인해 일부 검출됐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의 위해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충식 대전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은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와 같은 신체적 약자들과 사고 발생 직후 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주민들과 군인 등을 대상으로 정밀 역학조사와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4일이 지난 후 이뤄졌음에도 벤젠이 24개 조사지점 모두에서 일본의 대기환경기준 보다 높게 검출됐다. 사고 발생 직후에는 주민들과 방제작업 참여자들이 더욱 높은 농도의 벤젠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민간단체에 의한 조사는 인력과 조사비용의 한계로 조사 범위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보다 광범위한 지역과 피해 대상에 대한 중장기적인 조사는 국가기관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