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 기자
지난 1990년 창립 이래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미 국방부 식품위생검사를 통과해 주한 미군(카튜샤 포함)들에게 김치를 납품해온 '반딧불 김치' CEO 주청노(64·송파구 오금동 사진) 씨.
먹거리는 위생과 청결에서 출발
김치 뿐 아니라 과일·야채류를 포함 고추장, 된장, 쌈장, 두부, 김 등 주한 미군의 각종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 사장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정직'이다. 美국방부 위생규정에 따라 모든 양념은 100% 한국산과 천연 조미료만을 사용한다. 더구나 공장이 위치한 전북 무주의 청정지역 물과 고랭지인 강원도 평창 및 명성 높은 전남 해남산 배추만을 사용한다.
미군 의무사령부에서 실시하는 예고 없는 식품위생검사를 매번 점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생과 청결은 주씨에게 생명과도 같다. 당연히 출퇴근을 전후해 1∼2시간씩 청소만 하는 것이 공장 가동 원칙. 주씨 역시 1주일에 한 번 서울에서 무주 공장을 불시에 찾곤 한다. 덕분에 5∼6년 전부터 700여개 가까운 김치공장이 난립하고 있는 치열한 시장경쟁 가운데에도 김치 하나만으로도 연 매출 3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입소문을 듣고 영국, 미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에서 주문이 빗발쳐 매월 50톤가량의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공장 가동물량이 딸릴 정도. 그러나 정작 주 사장은 욕심이 없다.
행복은 곧 '나누는 삶'
"밥 먹고, 술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면 만족한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주씨는 "돈 벌려고 공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하루하루 즐겁게 산다"는 주씨에게 행복은 곧 '나누는 삶'[이다.
지난 '98년 전입신고를 하면서 소개받은 저소득가정을 비롯 정신지체아동시설인 소망의집(송파구 거여동)과 시각장애인할머니들을 위한 루디아의집(송파구 오금동) 등 주변 소외된 이웃들에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5년을 한결같이 김치배달을 손수 도맡아하고 있다.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미소가 "봉사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는 그만의 특별한 행복 비법을 증명하는 듯 하다.
2년째 계속되는 성내천 둑방길 청소 역시 '나누는 삶'의 일환. 이 또한 평소 주씨의 삶의 철학에 비춰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에 불과하다. 아침운동을 나섰다 비온 뒤 산책로에 흩어져 있는 지렁이들을 치우는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지금은 아예 커다란 비닐봉투를 들고 아침운동에 나선다. 성내교에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까지 왕복 4km 남짓한 산책로를 되돌아오면서 빈병이나 캔 등 쓰레기 줍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근에 있는 주말농장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 농사를 지어봐야 농부의 마음도 알고, 소비자의 마음도 동시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넉넉한 마음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출근길은 항상 자전거를 이용한다. 점심을 먹을 때도 대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서울사무소에서 주문전화도 직접 받아 처리한다. "앞으로 10년쯤은 더 일할 생각"이라는 주 사장의 주장이 억지 같지 않은 이유다. 이순의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넉넉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내수"라고 밝히는 주 사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깨끗한 김치를 먹이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몇몇 김치공장들을 방문하면서 주 사장은 실망이 너무 컸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가족에게 먹일 김치라면 그렇게 만들 수 있나" 싶은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반딧불이 산다는 무주, 그곳에서 청정김치를 만드는 주 사장은 이미 세계인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김치의 세계화를 꿈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사장은 "돈 벌 생각은 없습니다. 지역사회 이바지하고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면 고마울 따름이죠"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