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열린 공간, 그것이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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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책임연구원(한국종합환경연구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는 기대 이하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환경 이슈는 '복원(復元, restoration)'이다. 복원은 본래대로 돌려 놓는 것이다. 하지만 복원이라는 용어를 늘어놓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간을 위한 공간이 자연의 공간보다 훨씬 많이 차지하고 있다. 자연을 훼손해 망가진 곳을 다시 인간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수공간'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친수공간은 말이 자연과 어우러진 수공간이지 직접 가보면 인류를 위한 조경공간일 뿐이다. 친수공간이라 해서 복원된 환경으로 굳이 인류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지금의 복원은 이런 수준이며 인식도 그런 수준이다. 생색내기는 모든 복원사업에서 극치를 달리고 있다. 정치적 홍보용, 지자체 단기간 생색내기용 등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복원은 어렵지만 복원된 자연을 가꾸는 것은 더욱 힘들기만 하다. 그런데 가꾸는 일은 뒷전인 곳이 너무 많다. 홍보용으로 복원을 하다 보니 폐단이 참으로 많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폐단이 외래종 식재다. 자연 복원을 한다고 하면서 외래종을 대부분 식재하고 있다. 이 또한 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천 복원이 시행되고 있는 곳을 가보면 포크레인이 하상을 모두 뒤집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이입시키는 식물종은 외래종이다.


어떤 하천이고 고유종이 분포한다. 자연스런 물의 흐름 속에서 유속과 토성, 물의 깊이에 따라 정수식물(挺水植物, emerged plant), 침수식물(沈水植物, submerged plant), 부엽식물(浮葉植物, floating leaved plant)이 조화롭게 생육하고 있던 곳을 우리는 손쉽게 생육하고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을 이입시키며 '복원'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 또한 단기간의 생색내기용의 결과이다. 짧은 시간에 최대의 전시적 효과를 내기 위한 방침인 것이다. 그것이 외래종이 필요한 이유다.


복원은 그 목적성이 중요하며 방향성, 접근성에서 모든 것을 자연의 입장에서 정리한 뒤 최대한 노력하되 자연스스로가 만들도록 도와주는 수준에서 멈춰야 한다. 그 수준은 복원을 100%로 본다면 10%이하의 인위적 간섭 정도다. 그 이상을 인위적으로 뭔가 하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인류를 위해 조경품 하나를 더 만드는 기형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요즘 수변에 너도나도 없이 자전거도로, 산책로, 운동기구 등이 들어서고 있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만든 이러한 편이 시설공간들은 다시 자연에게 되돌려 줘야 하는 당연한 공간임에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이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는 자연을 위한 공간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빨리 무언가 만들어 홍보하려는 조급증(躁急症, 조급해하는 버릇이나 마음)과 홍보증(필자가 만든 신조어 - 弘報]症, 무언가 무조건 홍보를 해야겠다는 버릇이나 마음, 실적주의)도 버려야 한다.


자연에 대해서는 인간이 하려는 역할을 늘려갈수록 자연에게는 그 설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환경은 자연에게 열린 공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살아난다. 자연에게 열린 공간, 그것이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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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7-10-15 14: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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