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최근 유가상승이 과거 석유파동기와 달리 시장 수급상황에 따른 구조적·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지속적 가격 상승에 대비한 석유비축, 해외투자, 소비구조 변화 등 고유가 위험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방기열)은 12일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과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섬유산업연합회 등을 초청, '고유가의 경제적 영향분석과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석유산업전문가회의를 개최했다.
오늘 회의에서 산업연구원의 한기주 박사는 '고유가시대의 산업정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에너지 총 소비중 산업부문의 소비는 한국이 45.2%로, 일본 37.6%, OECD 평균 29.9%(2002년, IEA)에 비해 크게 높아 우리나라 산업이 다른 선진국 산업에 비해 유가 상승의 영향을 보다 많이 받고 있다"며 "산업 전체의 에너지소비 중 철강·석유화학·비금속광물 산업이 75.4%를 차지해이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 산업정책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박사는 이어 "석유화학산업이 산업전체 에너지 소비의 47.3%를 차지하나 에너지 소비의 80.4%가 연료용이 아닌 석유화학제품 원료용이므로 석유화학 산업은 에너지다소비 산업으로 간주하기 어려우며, 연료 소비효율이 아닌 원료 투입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철강의 경우, 경제전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한국은 2.3%로 일본(0.8%)과 독일(0.5%)에 비해 현저히 높고 에너지원단위 기준 비교시 한국의 철강산업은 0.472로 독일(0.848)보다 낮고, 에너지효율기준 비교시 일본의 82% 수준으로 나타나 철강산업의 경우 오히려 독일·일본보다 에너지효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국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에너지 소비를 감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진단하고 "국내 고유가 대응 산업정책은 관련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산업간 구조조정보다 부가가치를 제고시키는 정책에 중점을 둘 것"을 제언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문배 박사는 "현 추세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연평균 배럴당 46.4$, Dubai油기준), 올해 국내 총생산을 0.83%p 낮추는 압력이 발생한다"며 "화학·고무·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산업이 상대적으로 크게 축소되는 한편, 전기·전자 등 에너지비집약산업은 상대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늘 회의에서 각 연구기관은 최근의 유가 상승이 성장 및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8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하락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이 꾸준히 향상돼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