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교수(목포대 해양수산자원학과)
장진호 교수(목포대 해양수산자원학과)
건강한 갯벌, 풍요로운 바다. 어느새 우리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갯벌은 그동안 많은 환경적 요인 속에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갯벌은 바닷물에 의해 주기적으로 노출과 침수가 반복되는 해안가의 넓고 편평한 땅을 말한다. 전 세계 해안의 5% 미만에 분포하는 갯벌은 매우 희귀한 환경으로 육지와 바다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두 환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갯벌은 지금부터 7∼8천년 전에 시작된 느린 속도의 해수면 상승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세계 5대 갯벌에 속할 정도로 넓고 독특한 갯벌이 분포하고 있다.
수산생물의 모태, 갯벌
갯벌은 수산자원의 근원이며 수산생물의 모태다.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갯벌에서 시작되며, 해양생물의 66%, 어업활동의 90%가 갯벌 생태계와 직ㆍ간접으로 연관된다.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에는 230 종의 어류, 193 종의 게, 74 종의 새우류, 58종의 조개가 살고 있다. 따라서 갯벌의 생물 생산성은 외양의 10∼20 배, 농지 및 산림의 1∼10 배에 이른다.
갯벌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은 오염물질을 분해하여 퇴적물과 해수를 정화시키고, 갯벌의 지형은 끊임없는 변화와 퇴적물 이동을 통해 해양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파랑과 해류, 태풍의 강력한 침식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한다. 갯벌은 관광, 낚시, 사진촬영, 해수욕 등을 위한 훌륭한 레크레이션 장소이며, 체험학습, 조류관찰, 학술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해안의 경기만과 천수만 갯벌은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이며, 남해안의 낙동강 하구 습지는 철새들의 서식처이자 좋은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전체 갯벌의 25% 사라져
이처럼 생산성이 높고 역동적이며 민감한 갯벌이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 활동에 의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매립과 간척에 의해 사라진 갯벌이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25%에 이르고, 각종 연안개발사업과 대규모 어획장비에 의한 남획과 손상 그리고 독성물질의 유출과 오염, 부영양화, 골재자원 채취, 관광 등으로 인해 갯벌의 기능과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그 결과 해안 육지의 침식이 가속화되고, 해수욕장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으며, 연안 생태계가 교란되어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어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이 갯벌의 기능과 가치를 회복시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갯벌은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더구나 2008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주최하는 세계 람사총회가 전남 순천에서 열린다 하니 갯벌의 보호와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갯벌 보호에 대한 분명한 비전 제시돼야
과학자들은 갯벌의 보호와 관리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갯벌 생태계의 변화기작, 갯벌 생태계의 다양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건, 그리고 갯벌 생태계의 관리 가능성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서 갯벌의 소중함을 간직해나가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정치인과 지역주민에 대한 정보 제공, 그리고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 무엇이고, 어디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향후 갯벌관리의 성공 여부는 지역주민과 정치인, 행정가와 학자의 갯벌에 대한 인식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조망해야 할 때다. 갯벌환경의 파괴가 대부분 무분별한 인간 활동에 의해 비롯되고 있음을 상기하고 갯벌관리는 갯벌이라는 자연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갯벌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과 인간의 행위를 관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말갛게 씻은 얼굴로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저 갯벌 또한 본연의 자정능력을 회복시켜 펄펄 살아있는 힘찬 생명들이 다시 찾아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