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에 관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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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에 관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경상대 식물생화학연구실…365일 24시간 '연구중' 환경스트레스 생체방어 유전자 분리·규명 목표
  • 기사등록 2005-07-06 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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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견디는 유채를 시베리아 벌판에 심고, 가뭄에 강한 배추를 중국 사막에 심는 날을 위해 365일 24시간 한시도 쉬지 않고 연구중입니다"


국립 경상대학교(총장 조무제) 식물생화학연구실 임채오(43) 교수는 지난 '00년 세계 최초로 배추 유전자 칩을 완성한 저력을 바탕으로 환경스트레스에 강한 작물 생산을 위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여기에는 올해로 끝나는 국가지정연구실사업(과기부)과 바이오그린21사업(농진청)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식물생화학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가운데 하나인 '배추'를 대상으로 환경스트레스 생체방어 관련 유전자들을 분리하고 기능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고온, 저온, 가뭄, 홍수, 고염, 중금속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 스트레스를 방어하는데 관여하는 배추의 유전자를 밝혀내는 것이다.


배추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240만t 가량 생산되며 금액으로 100억원을 넘는다. 이에 따른 김치산업도 시장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경상대 식물생화학연구실의 최대 장점은 '92년부터 배추를 대상으로 cDNA 프로젝트를 수행, 다량의 배추 유전자와 EST(발현유전자조각)를 확보하고 있다. 또, 축적된 유전자 자원을 이용, 다양한 DNA 칩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임 교수를 비롯해 박사 후 연구원(1명)과 대학원생(박사과정 3명, 석사과정 3명)들의 빈틈없는 팀워크가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의 모래사막에 'Made In GSNU가 찍힌' 배추를 재배하는 날을 앞당기는 구실을 하고 있다.


식물생화학연구실의 연구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네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애기장대·배추 DNA칩을 제작하고 유전자의 집단적 발현양상을 분석한다. 두 번째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획득한 생물학적 정보를 D/B화한다. 세번째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획득한 생체방어 관련 유전자의 기능을 모델식물을 통해 규명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델식물을 통해 규명한 유전자 기능정보를 작물의 분자육종에 적용하여 환경스트레스 저항성 우량형질의 형질전환 식물을 개발한다.




(경상대학교 식물생화학연구실 연구원들. 뒷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채오 교수, 임찬주, 진환, 황정은, 원혜정, 양경애, 니구앤 두옹 나, 홍준기씨)


임 교수가 배추 유전자 연구를 시작한 것은 경상대학교 생화학과 박사 1호인 그가 대학원을 다니던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무려 14년째 계속되고 있는 연구 결과, 임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내로라 하는 배추유전자 연구의 1인자가 됐다.


임채오 교수는 "우리 연구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관리하는 GenBank(국제유전자D/B기구)에 배추 유전자 1만여 개를 등록해 놓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우리가 획득한 배추 유전자는 5만여개에 달한다"고 귀뜸한다.


실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배추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임채오 교수팀은 배추에 관한 한 확실한 국제적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100% 우리 기술로 배추 유전자 칩을 완성해 지금은 제3버전에 해당하는 'BrEST-10K'(배추 유전자 1만개를 집적한 칩이라는 뜻)을 완성한 임 교수는 "김치를 수입해 먹는 게 현실이지만 고품질 배추의 종자는 우리가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밝힌다.


온도 스트레스에 대한 배추의 유전자 칩 분석을 연구한 양경애(33) 박사 후 연구원은 벌써 6년째 임 교수의 연구를 돕고 있다. 임 교수는 "양경애 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 칩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1주일에 나흘을 연구실에서 밤샘을 하면서도 "평생 연구하는 게 꿈"이라는 홍준기(30) 박사과정 연구원도 임 교수에게는 든든한 동지이다.


여기에다 고온스트레스에 대한 애기장대의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고 있는 임찬주(박사과정), 베트남에서 유학 온 니구앤 두옹 나(중금속처리에 대한 배추 유전자의 발현 분석 연구, 박사과정) 연구원도 경상대학교의 식물생화학연구실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인물들이다.


양경애 연구원은 "교수님과 같이 연구하는 게 재밌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연구가 재미있다"면서 "배추 유전자와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우리의 양식이요 즐거움이다"라며 웃었다.


베트남과 중국에서 유학 온 연구원들로 인해 의사전달이 잘 안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가끔 생겨나지만 식물생화학연구실에는 배추 유전자 칩을 세계 최초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완성했다는 긍지와 모래사막에 배추를 심는 날을 위한 끈기가 넘쳐나고 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가 분자생물학적이거나 육종학적으로 배추연구의 종주국임을 세계에 보여주는 데 경상대학교의 식물생화학연구실이 있다"묘 "연구실에서 나오는 기초연구 성과를 농업에 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량·종자 전쟁의 시대인 21세기, 경상대학교의 식물생화학연구실에서 만들어 낸 내재해성 배추나 유채가 중국의 사막, 시베리아 벌판 한가운데 끝없이 심어져 있는 환상적인 장면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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