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지난 1990년 9월 1일 환경관리공단에 입사해 폐수처리사업소, 소각처리사업소, 측정관리처 등의 부서에 근무했다.
특히 측정관리처 측정기검사팀에 근무하면서 환경측정기기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던 것 같다. 2005년 3월 중부지사 측정망운영팀으로 전보되면서 처음 수질자동측정망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 적응이 힘들었던 부분은 한강수계 각 측정소에서 분석한 데이터 중 기준초과 및 주의보, 경보가 실시간 PDA로 전송돼 각 담당자에게 알려지게 되는데 밤중에 주의보나 경보가 울려 밤잠을 많이 설치면서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300 km 이상의 원거리 출장이 많았는데, 그날그날의 컨디션은 안전사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2006년 어린이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평소 장기 출장업무로 인해 가족들에게 얻지 못했던 점수를 만회 해 볼 생각으로 안양시에서 주최하는 가족단위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한참 아이들과 행사에 적응해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PDA에서 주의보 메시지가 날아왔다. 양평 측정소에서 주의보가 발생한 것이다.
참 난감했다. 모처럼 점수를 만회 할 기회가 왔는데...먼저 집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애들을 달랬다.
“맛있는 거 사줄게”, “다음에 OO랜드 데리고 갈게”하며 달래 봤지만 애들은 모처럼 함께한 자리를 깨는 아빠가 미웠는지 큰놈 작은놈 할 것 없이 울며 버티는 것이다.
나는 집사람에게 “차를 가지고 올 테니 아이들을 잘 달래 봐!”하고 집사람에게 임무를 전가하고 그 자리를 피했다. 일단 인파를 뚫고 나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왔다. 근데 왠일인지 그사이 두 놈 다 엄마의 말에 순종하고 차에 스스럼없이 타는 게 아닌가.
애들을 태우고 양평으로 향한지 50분 만에 도착했다. 현장상황을 분석하고 주의보 및 경보를 해제하는 등 현장조치를 완료하고 상황보고까지 마쳤다. 이왕 온 김에 측정기기를 정상 가동시킨 후 애들이랑 집사람에게 측정기기 및 측정소 운영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중 생물경보장치(물벼룩)에 대해서는 “물벼룩이 깨끗한 물에서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다가 독성 유입시 이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를 고감도 센서가 감지해 이상상황을 아빠가 가지고 있는 PDA로 전달하게 된다”는 설명에 모두들 무척 신기해하며 재미있어 했다.
생물경보장치와 물벼룩
집으로 향하는 길에 집사람이 자그마한 소리로 “행사를 중단하고 아빠를 따라오는 조건으로 소형 오토바이를 태워주기로 약속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저녁 늦게까지 못 다한 점수 확보를 위해 애들이랑 오토바이 타느라 손에 물집이 생길 정도였다.
집에 도착한 뒤 아이들에게 “오늘 괜찮았냐?”고 물었을 때 작은애가 “재밌고 좋았어. 다음에 친구들이랑 같이 아빠가 일하는 측정소에 물벼룩보러 갔으면 좋겠어”하고 대답했다. 낙제 점수는 아닌 것 같았다.
이일을 계기로 집사람과 아이들은 아빠가 하는 일을 알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글 송건범 과장/ 환경관리공단 중부지사 측정망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