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산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
미래에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기 힘들 것 같다. 또 ‘자동차=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공식도 깨질 것이며, 주유소 업계의 매출감소도 예상된다.
수년 내에 사전 충돌예방,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지능형 자동차, 연비가 50% 이상 향상된 하이브리드차, 유해 배출가스가 없는 무공해 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편리해야 한다. 전기, 전자, 통신산업 등 자동차 연관 산업의 발달은 소비자로 하여금 안전성과 편리성에 대한 욕구수준을 높여주고 있다. \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국내 첫 수소연료전지 버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러한 욕구 변화를 자동차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사고 원인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운전자의 부주의 내지는 조작 실수를 사전에 예방해주고, 승차자의 감성까지도 고려할 수 있는 지능형시스템에 대한 연구와 실용화가 활발하다.
야간주행 때도 주간과 같은 시야를 확보해 주는 나이트비전 시스템, 자동주차 시스템, 운전자 체온에 따라 맞춤형 온도조절이 가능한 지능형 공조시스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공해 차량규제(ZEV규제),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EURO규제) 등 날로 강도를 더해가는 환경규제는 향후 자동차 시장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선진국의 환경규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다. 다른 기술적 대안이 없는 이상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사활이 걸린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가지의 동력원을 사용하는 자동차다. 기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형태(HEV: Hybrid Electric Vehicle)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연비 50% 이상 향상, 배출가스 30% 이상 저감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연료전지차(FCV: Fuel Cell Vehicle)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이용해 발생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무공해차를 말한다. 연료전지차가 무공해차로서 환경적으로 완전한 차라고 할 수 있으나, 아직 기술적 해결과제가 많이 남아있어 본격 양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그 이전까지는 이미 양산수준에 도달한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이미 환경친화적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구매 보조금지급과 세제감면 등 다양한 보급 지원정책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은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차인 도요타의 ‘프리우스’(PRIUS)가 양산된 이후 지난해까지 90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차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판매되었고, 이중 90% 이상이 도요타와 혼다 제품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10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제도적 지원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성장동력사업 등을 통해 기술개발 및 인프라를 지원해 핵심기술의 국산화 뿐 아니라 민간의 적극적 대응투자를 유도했다. 그 결과 2004년도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성공,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범 보급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현대.기아차가 완성차 업체로는 세계 3번째로 연료전지 버스를 개발했으며, 보급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는 모니터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노력으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은 2004년 50% 수준에서 지난해 70~80% 수준까지 향상돼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값진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본격 시장형성 단계에서 일본, 미국 등과의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와의 기술격차 해소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근 도요타는 전차종의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하고, 2010년 이후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연간 100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선발 메이커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5위의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수출 430억달러를 달성하면서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지금 우리 자동차 산업은 새로 형성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아니면 그동안의 성장동력이 꺼지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에는 기존의 신차를 개발하는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선투자비가 투입되는데 비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는 훨씬 장기간이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최근 원화강세와 내수부진, 고질적 노사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핵심기술이 적기에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 민간의 적극적 대응투자가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또 기업의 투자리스크를 경감시켜 기술개발 투자확대로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 형성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정부는 우선 기술개발, 산업화, 세제개편, 부품산업 등 5개 분야 산학연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 기술개발 단계부터 양산.구매 단계까지 전과정에 걸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김영학 산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