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수도권 국민들의 생명수인 팔당광역상수원의 수질개선,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됩니다"
경기도팔당수질개선본부 이한대(57·부이사관 사진) 본부장의 각오에 찬 첫마디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에 소재한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환경관리기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민선4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팔당호 수질개선에 경기도가 적극 앞장서도록 지시함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이다. 김 지사는 의원시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환경통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팔당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 5급 기관이었던 '경기도팔당상수원관리사무소'를 3급 기관인 팔당수질개선본부로 위상을 높여 지난해 9월 20일 공식 출범시켰다.
과거 팔당상수원관리사무소는 팔당호 수질오염 행위를 감시하거나 장마철 상류에서 떠내려온 수해쓰레기를 전담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거나 중앙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인 조직이었다.
이에 반해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팔당호 인근지역의 주민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관공동의 실질적인 수질개선 노력을 전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방적인 규제위주의 정책에서 탈피, 불합리한 정책을 발굴·개선하는 노력을 벌이는 한편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찾아내 중앙정부 등에 건의한다.
이한대 본부장은 환경부가 팔당호 수질개선을 내놓은 정책의 문제점으로 "정부가 팔당지역 인근 시·군에 들어서는 하수처리장 증설을 쉽게 승인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처럼 팔당상수원 인근지역에서 발생하는 오수는 전량 하수처리장으로 유입시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개발은 허가하면서 대규모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이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또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개발을 통해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수처리장 증설이 난개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환경부의 우려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의 논리로 일방적인 규제는 지역정서만 악화시킨다는 것.
수계관리기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수변구역토지매수정책과 관련, 이 본부장은 "매도신청 순서에 따라 심사가 이뤄진 뒤 토지를 매수하는 것은 '주먹구구식' 아니겠냐"고 반문하면서 "일정지역을 구역별로 나눈 뒤 순차적으로 매수하고, 수변 녹지벨트를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변구역 토지를 여기저기 잔뜩 매수해놓고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계획적인 토지매수를 진행한 뒤 수변습지 조성 등 생태복원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효율적인 관리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본부장은 경기도가 음식점과 숙박업소, 연립주택 등 개별오수처리시설 소유주의 기술·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하는 '환경공영제'에 대해 환경부의 지원이 일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아쉬워했다.
환경공영제는 경기도가 지난 2003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데, 개별오수처리시설 소유주가 원하면 서류심사를 통해 처리시설 위탁관리비와 시설개선비 60%를 도비(10%는 시·군비)지원해주는 제도. 시설 소유주는 40%만 부담하면 된다.
경기도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생활오수의 상수원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작 팔당 수질개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환경부는 수십 차례에 걸친 경기도의 예산지원 요구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본부장은 "팔당지역 주민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며 "대화채널을 가동해 정부와 지역주민들간의 이견을 풀어 나가는 가교 역할 수행에도 각별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현재 출범 4개월 정도 지난 상태로 조직정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지만, 직원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팔당호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입을 모으는 직원들,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팔당호를 원수로 수돗물이 공급되는 수도권 시민들을 건강하게 챙겨주는 것이 아닐까?
"윗물이 깨끗해야 한다"
이한대 본부장은 한강상류로 분류되는 팔당유역의 경기도 동부권 7개 시·군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이 본부장은 경기도의 오염부하량이 35%에 그치는 데 반해 한강 최상류인 강원·충청도 지역의 오염부하량은 65%를 차지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양평, 가평, 남양주, 구리, 하남, 여주, 이천 등에 대한 규제가 집중되는 데 반해 강원·충청도 지역의 규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아무리 물을 깨끗하게 하더라도 윗물이 더러우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
실제로 팔당호 인근지역에 대한 규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82년 7월 팔당호 수질보전을 위해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4개 시·군 158.8㎢ 면적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에도 팔당호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자 건설교통부 소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거해 82년 12월, 7개 시·군을 거의 포함하는 3838.2㎢ 면적이 추가로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됐다.
또한 1990년 7월에는 팔당특별대책에 따라 7개 시·군 2101.9㎢(Ⅰ권역 1248.9㎢·Ⅱ권역 853㎢) 면적이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9년 9월, 환경부는 149.7㎢를 수변구역으로 재차 지정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경기동부권 지역주민들에게는 중첩된 규제정책에 대한 반발이 지역정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제는 정부가 일방적인 규제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