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환경부 산하기관의 '감사'(監事) 자리가 정치권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9일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공단, 한국환경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 역대 감사들 대부분이 정치권 등 외부인사들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관리공단의 경우, 지난 2004년 5월부터 3년 임기로 재직중인 최민화(57) 감사가 정치권 인사로 분류된다. 최 감사는 민청련 창립상임위 의장, 민족민주운동연구소장 등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전임 감사인 이일세씨(44)는 2002년 5월부터 2년간 공단 감사를 맡았는데, 새천년민주당 창당 추진위원, 새천년민주당 장애인특위 위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이사장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공단 감사를 지낸 박화강(59)씨도 정치권에서 추천한 인사다. 박 이사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부터 3년 임기로 재직중인 염태영(46) 감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상근자문위원과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담당비서관을 지낸 정치인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 1일까지 근무했던 조상훈 감사(62년12월생)가 물러난 뒤 후임 감사가 공석인 상태다. 조 감사는 서울시의회 의원을 지낸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인이다. 직전(2002년 8월∼2004년 8월) 감사를 지낸 박영식(57)씨도 새천년민주당 진주지구당 위원장을 맡았던 정치인.
이밖에 2004년 7월부터 3년 임기로 근무하는 現한국환경자원공사 홍성일(48) 감사는 새천년민주당 조직국장을 맡았고, 전임자인 신태호 감사(61)도 새천년민주당 중앙당 연수원 부원장을 맡았던 정치인이다.
현재 제도적으로는 환경부 4개 산하기관의 이사는 사장(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환경부장관이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감사는 직무의 특수성을 감안, 환경부장관이 직접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장관이 갖고 있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임명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교육하고 전문성을 키워 준 고위 공무원들의 행정경험이 사장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 오랜 세월 근무했던 국장급 간부들은 대부분 만 60세인 정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3∼4년전에 옷을 벗는다. 최근에도 신원우(56) 영산강유역환경청장과 노부호(56) 국립환경인력개발원장이 옷을 벗었다.
이와 관련, 환경계 한 관계자는 "전문적인 행정능력은 갖고 있지만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 환경부 국장급 간부들에게 산하기관 감사자리 한곳도 양보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감사'는 각 기관의 업무 특성을 충분히 숙지해야 이사와 경영진에 대한 적법성을 감사할 수 있다. 또 재무활동의 건전성과 타당성 감사,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감사활동에 대한 평가 등 업무의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성과 도덕성 검증을 뒤로하고 낙하산 인사들로 산하기관의 감사자리가 채워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현실은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혁신'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