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용(홍천국유림관리소 산림토목팀)
산에 가면 키 작은 대나무를 볼 수 있는데, 이 대나무의 이름은 '조릿대'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산죽이라고도 한다. 조릿대는 번식력이 강해 조릿대가 자라는 곳에는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어 '숲속의 천덕꾸러기'로 불리기도 한다.
조릿대는 벼과 식물로 다년생 상록성 대나무류다. 높이는 100∼200cm이며 줄기는 곧추 서고 지름 3∼6mm 정도다. 마디는 융기치 않고 초상엽은 2∼3년간 줄기를 싸며 절간(2∼10cm)보다 길고 강모가 드문드문 있으며, 4년째에는 벗겨져 없어진다. 가지가 날 경우에는 원줄기가 나출한 채로 가지의 기부를 세게 마는 특성이 있다.
조릿대는 공해와 염해에 다소 내성을 갖고 있고, 내건성은 약하나 맹아력이 강하다. 꽃은 원추꽃차례(원추하서)로 달린다. 꽃차례(화서)는 털과 분백으로 덮여 있고 기부가 자주색 포로 싸여 있다. 소수는 2∼5개의 소화로 되며 포영은 길이가 다르고 호영은 길이 7∼10mm이며 내영은 용골에 잔털이 있다. 꽃을 피운 다음에는 죽기 때문에 일생을 통해 한 번 개화한다.
조릿대는 중부이남 전역에서 자라는 키가 가장 작은 대나무다. 조릿대란 이름은 '조리를 만들던 대나무'란 뜻이다. 이러한 조릿대는 인삼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 만큼 놀라운 약성을 지닌 약초다.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며, 중요한 먹이도 된다.
먼저 조릿대의 약효에 대해 살펴보자. 조릿대의 약효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갖가지 암에는 조릿대 뿌리 10∼20g을 푹 달인 물에 가지 씨앗을 불로 살짝 볶아 가루 낸 것을 한 숟가락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복용하거나 조릿대 잎이나 줄기를 하루 10∼20g씩 물로 끓여 수시로 마신다. 상당한 효과가 있다. 조릿대 뿌리에 돌옷을 함께 넣어 달이면 효과가 더욱 뛰어나다.
당뇨병, 고혈압, 간염, 위궤양 등에는 조릿대 뿌리 10∼20g을 진하게 달여 그 물을 수시로 마신다. 또 조릿대 뿌리를 12시간쯤 달인 뒤에 뿌리는 건져내고 남은 물을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졸여서 오동나무 씨앗 크기로 알약을 만들어 두고 그 알약을 한번에 10∼20개씩 하루 세 번 밥먹기 30분 전에 먹는다. 웬만한 병이면 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조릿대 잎은 간의 열을 풀어주어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탁월하다. 불면증이나 신경쇠약에도 조릿대 잎차를 늘 마시면 효험이 있으며 조릿대 잎을 달인 물을 태어난 지 일 년이 지난 아기에게 조금씩 먹이면 체질이 근본적으로 튼튼하게 바꾸어 커서 일체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된다.
조릿대 달인 물로 밥을 지어먹거나 죽을 끓여 먹어도 같은 효력을 볼 수 있다. 조릿대 달인 물로 밥을 지으면 약간 파르스름한 빛깔이 나고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
여름철 더위를 먹었거나 더위를 이기는 데에는 조릿대 잎으로 차를 끓여 마시면 좋다. 조릿대 잎을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잘게 썰어서 차로 끓여 마신다. 약간 단맛이 있고 청량감이 있어 먹기에도 좋다.(조릿대는 성질이 차므로 몸이 찬 사람이나 혈압이 낮은 사람한테는 좋지 않다.)
조릿대는 노루, 멧돼지 등의 중요한 은신처 역할을 한다. 더불어 초식동물들의 중요한 먹이가 되기도 한다. 상록성이기 때문에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야생동물에게는 긴요한 먹이다. 겨울잠을 자고 나온 뱀, 도마뱀은 제일먼저 조릿대 잎에 맺힌 이슬로 며칠을 버틴다고 한다.
근래에 한라산은 조릿대 군락의 확대로 인해 특산속식물인 구상나무 군락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한라산을 보호하기 위해 조릿대를 먹이로 하는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하고, 야생노루의 수가 감소해 생긴 일이다.
이처럼 조릿대는 때로는 희귀식물의 서식처까지 위협하기도 하지만 야생동물의 중요한 서식처 제공 및 인간에게 유용한 약초다. 일부 일본인은 자국에서는 나는 조릿대는 약효가 약하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조릿대를 가져간다고 한다.
중요한 산림자원이자 약재인 조릿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조릿대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잘 가꾼다면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다.
글/윤진용(홍천국유림관리소 산림토목팀)